봄기운은 깊은 산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어린 쑥이 두꺼운 땅을 뚫고 고개를 내밀었고 축축한 곳이면 어김없이 자라는 버드나무가 물기를 흠뻑 빨아올려 가지 끝이 새파래졌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물 어는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지난주 찾아온 반짝 추위에 물이 얼어 잠깐 긴장하게 하더니 이제는 밤에 물을 흐르게 하지 않아도 물이 얼지 않습니다.

깊은 산중에 쑥, 냉이, 달래가 고개를 내밀 때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밤에 얼었다 낮에 녹는 온도차이가 큰 3월 초, 중순 날씨에 꽃망울을 한껏 부풀렸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 산수유ⓒ지리산

▲ 생강나무ⓒ지리산

새순을 피우기도 전에 꽃부터 피워 이른 봄에 발길을 멈추게 하는 나무입니다. 이른 봄에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는 개나리 진달래보다 훨씬 먼저 노란 꽃을 터뜨리는 나무는 생강나무와 산수유입니다.

산수유는 산속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깊은 산중에선 찾아볼 수 없고 사람 살던 자취가 있는 산중에서 볼 수 있는 걸 보면 심어 기른 나무 같습니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산중에서 산수유를 심어 가을에 산수유열매로 자식들 대학교육 시켰다 하니 산중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은 산수유열매를 사 가는 사람이 없어선지 주인 없는 산수유가 이른 봄에 꽃을 찾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며 여기저기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는 무척 단단하고 물박달나무처럼 겉껍질이 종이를 대충대충 붙여놓은 것처럼 덕지덕지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생강나무는 심어 기른 산수유와 다르게 저절로 자라는 나무 중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입니다. 이런 이유로 산중에 봄을 알리는 나무는 생강나무입니다.

산 속 어디든 자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물을 많이 좋아하는지 계곡 가까이에서 잘 자랍니다.

지금쯤 산 길을 걷다보면 계곡 사이로 노란 꽃이 유독 눈에 띕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새순도 피우지 않고 있어 겨울 모습인데 오직 생강나무 꽃만 노랗게 피어 있으니 신기함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생강나무는 우리가 먹는 생강과 닮은 데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름이 생강나무인 것은 나뭇잎에서 생강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까맣고 둥근 작은 콩알만한 열매를 맺는데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구슬 같아 괜히 탐이 나곤합니다.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은 노란 빛도 그렇고 모양도 비슷해 쉽게 구별할 수 없습니다. 꽃의 수북함이 조금 다른 정도니 이른 봄에 노란 꽃을 신기함과 아름다움으로 즐기는 게 가장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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