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당국의 심사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불허'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속된 처분이 나오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디어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지속 가능한 방송 생태계 조성과 방송산업의 공공성 강화라는 기준을 갖고 판단할 것을 촉구해왔으나, 이제 새로운 국면이 찾아온 상황에서 지금보다 활발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논쟁적 주제의 글을 지면에 적극 게재할 방침이다. 아래의 글은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게재되었다. 독자들의 적극적인 보론 혹은 반론 투고를 기대한다.

아래의 내용은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투쟁을 주도해 온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인 방송통신실천행동이 공정위 심사초안에 대해 환영한 7월6일자 논평이다.

<공정위의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처분은 통신 독과점 방지 위한 당연 조치>

SKT의 CJ헬로비전 M&A에 대하여 지난 5일 공정위는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결정은 통신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고 방송의 다양성 및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이다.

SKT-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처음부터 시도해선 안 될 사안이었다. SKT는 인수합병 이후에 벌어지게 될 유무선 통신독과점 심화, 방송의 지역성 훼손, 통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우리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공정위에 제대로 된 심사를 요구하며 합병불허 결정을 촉구했다. 공정위는 7개월이 넘는 장고 끝에 드디어 합병불허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공정위의 최종 결과발표와 향후 있을 미래부-방통위 심사 절차를 면밀히 감시할 것이며 방송과 통신 분야의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와 통신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2016. 7. 6. (끝)

방송통신실천행동이 이번 인수합병건을 반대하는 이유가 “SKT는 인수합병 이후에 벌어지게 될 유무선 통신독과점 심화, 방송의 지역성 훼손, 통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통신독과점 심화에 대해서 반론을 해 보자.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의 경우, 이번 인수합병 발표가 난 2015년 12월 1일 전의 수치로 보면, KT가 29%로 1위 기업이다. 인수합병 후 SK브로드밴드는 11%에서 26%로 늘어난다. 여전히 KT가 1위 기업이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KT가 42%인 8,229,330가구를 점유하고 있다. 인수 후 SK브로드밴드는 5,829,977 가구로 30%를 점유하여 여전히 KT가 1위 기업이다. 도대체 어디서 통신독과점 심화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가? 월등한 1위 KT의 기존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시도가 아닌가 의심을 받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과 초고속인터넷시장을 제대로 된 경쟁 없는 시장으로 만들어, KT의 독주를 허용함으로써 ‘방송통신실천행동’이 그토록 강조하는 이용자권리 침해 우려를 불식하려는 것인가? 외려 이번 인수합병 반대투쟁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행위임을 정녕 모르고 하는 것인가?

‘방송통신실천행동’이 주장하는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에서 두 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하나는 현재 KT의 월등한 시장지배력이 ‘이용자 권리를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증명이다. 구체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사례가 있으면 이 문제부터 시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없으면 통신독과점의 폐해를 이번 인수합병건의 반대이유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는 ‘인수합병’을 통해 SK브로드밴드가 2위 사업자로 등장, KT와 SK브로드밴드의 경쟁이 현실화되었을 때 이용자 권리 침해가 월등한 1위인 KT 과점시장 때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과연 지금처럼 KT가 지배하고 독주하는 지금보다 심화될 것인지 아니면 완화될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이번 인수합병 건을 반대하고 무산시키는 것이 오히려 KT 과점을 심화시켜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은 이번 인수합병 건을 반대하고 무산시키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혹시 필자가 모르는 다른 의도라도 있는가?

둘째, 방송의 지역성 훼손에 대한 반론이다. ‘실천행동’이 주장하는 방송의 지역성 훼손이 무슨 뜻일까? 추론컨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의 케이블TV가 지역채널을 광역화시킴으로써 지역채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기존 케이블사업자에 대한 경계인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인수합병 승인과정에서 조건부로 명확히 제한할 수 있다. 즉 사후규제가 가능한 영역이다. 또한 지역의 여론왜곡과 조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하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케이블TV는 보도와 평론의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IPTV는 아예 지역채널이나 자사채널이 없다. 여론왜곡이나 조작과 거리가 먼 채널이고 플랫폼이다.

또 하나 종종 실수인 듯 여겨지지만 언급되어 왔던 ‘선거방송’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선거방송의 경우, 매 선거 때마다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구성하는 ‘선거방송위원회’에서 사회자, 패널, 주제를 정한다. 지역채널은 말 그대로 ‘지역선거방송위원회’에서 준 시나리오대로 녹화 및 편집만 하고, 이마저도 지역선거방송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방송한다. 방송내용에 간여할 수 있는 법적 권한뿐만 아니라 현실적 권한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방송의 지역성 훼손이라는 논리는 뭔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논리 허위의 논리로 존재하는 것처럼 의사결정단위를 압박하고, 국민을 기만한 것에 다름 아니다.

셋째, 통신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한 반론이다. ‘실천행동’의 소속의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 4월의 논평에서 언급한 ‘간접노동자 2천명 해고 위기’라는 주장이 이들의 ‘통신노동자 고용불안’ 주장에 섞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고용불안의 문제는 냉정하게 법적으로 따지면, 이번 인수합병 승인 과정에서 검토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조건부 승인 때 고려해야 할 대상 중 하나라는 점을 여러 차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천행동’의 주장에 대해 두 가지를 짚어 보자. 하나는 이번 인수합병의 당사자들인 SK와 CJ는 명시적으로 고용승계와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반대하는 세력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특히 진보진영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고용승계와 안정의 문제를 방관하거나 침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인수합병 승인심사를 앞두고, 고용승계와 안정문제를 외면할 수 있을까. 둘째, 고용승계와 안정의 문제 또한 조건부에 명시하면 될 일이다. 행정부의 조건부 승인에서 조건부는 여러 가지 행정적인 방안이 있다. 상징적인 조건부의 경우, 주관부처에서는 재승인 과정에서 살펴본다. 하지만 고용승계와 안정의 문제를 실질적인 조건부로 상정, 감시감독하기 위해서는 매월 또는 분기별 반기별 보고를 요청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감시감독을 지속할 수도 있다. 반대의 이유가 아니라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 실질적인 감시감독의 대상이 바로, 통신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방안이다. 그리고 간접노동자의 고용승계와 안정의 문제는 원청와 하청사업자의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에 관한 생존을 건 논쟁으로서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핵심사안 중 하나이다.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투쟁함으로써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 간접노동자의 고용안정와 원청회사의 책임에 관한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런 기회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다음 문장 전체에 대한 반론이다. “SKT는 인수합병 이후에 벌어지게 될 유무선 통신독과점 심화, 방송의 지역성 훼손, 통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주어가 SKT일 수는 없다.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인수합병을 한다. 고용승계와 안정에 대한 약속도 승인심사과정을 통과하여 이윤의 극대화를 할 수 있는 최소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약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속이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요구는 SKT를 대상으로 책임을 묻을 것이 아니라 이후 승인심사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에게 요구해야 하고 사전사후 책임을 물어야 하는 내용이다. 또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최소한 SK와 CJ의 몇 차례 기자간담회 내용을 살펴보면 이와 관련된 답변들이 모두 들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정도의 차이는 기업의 답변대상이 아니라 정부의 후속조치 대상이다.

최근 이번 인수합병 관련 공정위 심사초안 통보관련 기사를 보면, CJ헬로비전 직원들이 공정거래위 심사초안 통보 내용에 상당한 고용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CJ헬로비전 노동조합마저 공정거래위의 심사초안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실천행동이 발표한 논평은, 특정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듯, 무리한 인수합병 반대투쟁과 그 성과인양 발표한 이번 논평은 오히려 인수합병 대상기업의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이 역설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의미있는 시장경쟁을 형성함으로써 이용자 권리 침해를 불식시키는 쪽으로 행동을 해야 할 ‘실천행동’이 KT의 과점을 지켜주려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공정위는 7개월이 넘는 장고 끝에 드디어 합병불허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는 표현은 최악이다. 탈법적 심사기간 연장의 폐해는 인수합병 기업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재산상 피해를 가중시켰다. 더불어 정치권력 청와대의 개입 의혹이 곳곳에서 묻어있는 ‘자료보정기간’이라는 설득력 없는 명분으로 시간만 질질 끈 최악의 행정행위였다. 이런 공정위를 향해 ‘7개월이 넘는 장고 끝에 드디어 합병불허 결정’이라는 유례없는 용비어천가는 또 뭔가? 과연 이들의 ‘진보’는 어떤 것일까?

‘방송통신실천행동’의 적극적인 반론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