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마지막에 나온 준영과 노을의 분노는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준영과 노을의 과거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이 분노에 담겨 있었다. 시작부터 설렘과 악연이 교차한 이들의 죽을 만큼 지독한 사랑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독한 운명의 준영과 노을;
지독한 악연으로 구축된 그들은 과연 죽음마저 넘어선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눈발이 내리는 황량한 거리에서 마주 선 준영과 노을. 그들의 거침없는 말들 속에는 지독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존재했다. 사채업자에게 종속된 노을. 그녀가 그토록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 역시 모두 과거의 사건들 때문이었다.

KBS2 새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고등학생인 노을은 착했다. 사람이 너무 좋아 많은 것들을 손해 보는 삶마저도 노을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아빠는 길거리 노점에서 호떡을 팔고 어린 남동생과 사는 힘겨운 삶이지만 노을에게는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어린 준영은 뛰어난 외모로 수많은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물론 숱한 여성들의 관심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만 가는 준영은 그런 남자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준영은 그런 자신의 환경을 비꼬는 한심한 놈들과 싸운 후 문제가 생겼다. 정학을 당한 준영 때문에 학교를 찾은 어머니는 빌지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고생을 희롱하던 아이들을 제지하다 나온 싸움이었지만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준영만 정학을 당하고 좋은 집안의 아이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부당하다고 느낀 엄마의 행동과 준영은 닮았다. 준영은 다시 찾아 그 놈들을 혼내고 경찰서까지 갔다.

준영의 어머니가 그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준영에게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고액과외를 시키려던 이유는 명확했다. 정식을 통해 우연히 들은 출생의 비밀은 잔인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술집 주방에서 일하던 준영의 엄마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그곳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만났다.

서로 한눈에 반해 사랑했고 준영을 가졌지만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에 다니는 법대생. 한순간의 외도는 준영 엄마에게는 지독한 사랑의 시작이었지만 아버지 최현준에게는 그저 무미건조했던 삶의 일탈일 뿐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준영은 친부는 알지도 못하는 존재였다.

가난하고 못 배운 엄마 영옥은 준영을 잘 키우고 싶었다. 자신의 아빠처럼 검사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적 괴리 속에서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던 준영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인생의 목표가 없었던 준영은 그렇게 공부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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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소속사 대표가 명함을 건네자 그는 구겨버리고 공부에만 집중했다. 공부는 결국 집중력과의 싸움이다. 지독하게 공부를 하였지만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워낙 뛰어난 외모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의 공세를 받아야만 했던 준영은 여학생들이 보낸 모든 쪽지를 무시했다.

화장실에서 잠을 쫓기 위해 세수를 하고 나오던 준영은 그때 처음으로 노을을 만났다. 노을은 준영으로 인해 상사병에 걸린 친구 나리를 위해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준영에게는 오직 아버지를 만나겠다는 의지만 존재했다. 노을이 친구를 위해 나서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준영을 좋아했다.

노을이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녀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실제 속마음은 준영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지만 현실에서는 친구에게 그런 마음까지 양보할 정도로 착하기만 했다.

노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것은 교통사고였다. 일을 끝낸 아버지는 술 한 번 사주라는 노을의 말에 소주를 사서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빨간색 스포츠카를 몰던 여성은 노을의 아버지를 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그 과정을 모두 목격한 노을은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분명히 여성이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지만 경찰에 자수를 한 이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 사건을 담당한 최현준은 이 사건을 모두 통제한 인물이었다. KJ그룹의 딸인 윤정은이 바로 뺑소니 사건의 주범이었고 회장은 최현준에게 부탁해 사건을 무마시킨 것이다.

방송에서 가장 정직하고 강직한 스타 검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현준 역시 한심한 권력 지향적인 인물일 뿐이었다. 노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의와 타협을 한 최현준을 찾아가 진실을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협박보다 무서운 최현준의 압박이었다.

지독한 이들의 운명은 친구에서 시작해 준영의 아버지인 최현준으로 인해 다시 모이고 부딪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준영은 현준을 기다렸고 우연히 쏟아지는 빗속에서 현준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아버지를 보고 싶었던 준영은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자신의 아들인지도 모른 채 호의를 보여준 준영에게 책을 전하려는 현준과 준영의 사이에는 노을이 존재했다. 아버지 앞에서 당당하고 싶었던 준영은 노을의 독설로 인해 자신의 실체가 모두 드러났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치기 어린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구축하게 만들었다.

"니가 날 못 꼬시면 내가 널 꼬신다"

버스에서 준영이 던진 노을을 향한 이 발언은 그녀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복수에 가까웠다. 노을의 학교를 찾은 준영은 거대한 곰인형을 들고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여학생들이 환호를 지르는 상황에서 준영은 보란 듯이 노을에게 다가가 백일 축하를 이야기하며 모든 것을 뒤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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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의 이 행동으로 인해 노을은 친한 친구였던 나리와 끝나고 말았고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했다. 준영은 통쾌한 복수를 한 셈이지만 노을은 개구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듯한 준영의 행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틀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교통사고 그리고 사망으로 인해 벌어진 지독한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노을은 어린 동생과 함께 야반도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년 전 사라졌던 노을이 준영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자신이 이제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난 후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렇게 헤어져야만 했던 노을을 찾는 것이었다.

노을이 자신의 아버지 장례식장을 찾은 준영에게 고맙다는 전화가 걸었던 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만난 둘은 지독할 정도의 운명 속에 내던져졌다. 그 황량한 길 위에서 준영을 외면하고 돌아서는 노을은 힘없이 쓰러지고 만다. 그 지독한 운명에서 준영은 뛰기 시작했다.

"저 아이 을일 수 없다. 을이어서는 안 된다. 저 아이 절대로 내 을이 아니다"

준영의 이 마지막 말은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지독한 사랑을 예고했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준영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었던 노을. 그녀가 풀어내야만 했던 그 지독한 진실이 바로 준영의 아버지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준영이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준영이 사시 1차에 합격하고도 배우가 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갑작스럽게 그 꿈을 포기할 이유는 없어 보이니 말이다. 준영이 10년 전 노을에게 했던 "그 여자 때문에 죽을 정도가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는 말은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단 한 번도 죽을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가 없었던 준영은 말 그대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죽어도 좋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했다. 그 지독한 사랑은 마지막이 정해져 있고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그 사랑이 건너야만 할 산들이 너무 많지만 모든 것을 초월한 이들의 사랑은 이제 시작된다.

이경희 특유의 염세적인 모습과 함께 '죽음'과 '사랑'을 하나로 묶어 풀어내고 있다. 준영이 노을에게 툭 던지듯 했던 '죽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대사에 이경희 작가의 사랑에 대한 의미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이 죽을 정도로 치열한 사랑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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