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명박 장로가 지난 18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관으로 서울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경제난 극복과 국민화합’을 주제로 열린 대법회에 참석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불교행사에 참여한, 하나의 사건이다.

이명박 장로는 이 자리에서, 경향신문에 따르면, “우리 불교는 1600년 전 이 땅에 전래된 이후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호국불교’로서 국난극복에 앞장서 왔다…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국민화합을 이루는 데 불교계가 앞장 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이명박 장로의 불교행사 참석이며 발언이다.

5월2일은 ‘부처님 오신 날,’ 4월29일은 국회의원 재보선.

▲ 지난해 8월 27일 개최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 ⓒ대한불교조계종

지난 한 해 내내, 불교계와 대립해 온 이명박 정권. 기독교 중심주의를 외치며 불교를 이단시해 왔던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은 불교계가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여 이명박 정권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의 기반인 대구 경북 부산 경남의 불자들까지 대규모 상경, 이명박 정권을 규탄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다.

뭐든지, 오로지,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극히 ‘수구적이면서도 편협한 신앙심을 과시’해 온 이명박 장로와 그의 측근들. 선거가 없던 지난해는 개신교적 신념만 과시했을 뿐, 타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를 하나의 종교로 인정하기보다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프레임을 들이대며, ‘우상숭배나 하는 집단’쯤으로 괄시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해 오면서, 더 이상 ‘우상숭배집단으로서 불교신자’로 괄시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판세분석은 이명박 정권 전체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완산의 호남지역은 이미 포기했다. 경주 울산 부평 중 어디 하나 만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전패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나마 한 석이라도 건질 수 있는 기대 지역인 경주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자가 떨어지고, 친박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전패다. 이는 이명박 정권에게는 재앙이다. 사실상 중간평가일 수밖에 없는 보궐선거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지우려 하겠지만, 지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급격한 권력누수 현상’은 불가피하다. 정부부처의 관료들은 관료들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권력누수의 흔적들이 줄을 잇고 나타날 것이다.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책임공방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면서, 정국주도권을 상실, 야당에게 내 줄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이 돌쇠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MB청부입법’의 동력을 상실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또한 그렇잖아도 ‘낮에는 친이李, 밤에는 친박朴 현상’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李계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친이계의 몰락은 ‘낮에만 친李하는 의원들’의 노골적인 친朴계로의 투항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단 책임공방이 시작되면, 친이계가 뒤집어쓸 수밖에 없고, 이는 친박계의 당권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일단 불교를 인정하고, 불자들의 반감을 희석시키는 정치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장로의 ‘신앙심’으로 미뤄봤을 때, 불교 행사 참여는 아주 의외다. 어지간히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대난망의 이벤트다. 한데 대통령 이명박 장로는 불교 행사에 참여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갖고 있는 초조함이 이명박 장로의, 취임 후 첫 불교 행사 참여로 일각이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지간에, 성철 스님의 딸인 불필 스님이 말한대로, 모든 종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고, 장로가 아닌 대통령의 입장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신교의 장로는 천지사방에 널려 있다. 지금 한국은, 한국의 종교계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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