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가 ‘미네르바’를 ‘보도’했었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당연히, 아니다. ‘팔았다.’ 처음부터 최근까지도 동아일보사는 미네르바를 철저하게 팔기만 했다.

만약에, 그것이 보도였다면 어떻게 편집국 외부 사람의 말만 일방적으로 믿고, 기초적인 신원 확인 절차도 없이, 마치 만났던 것처럼 꾸밀 수 있었겠나. 속았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동아일보사에 사람이 몇 명이고 그 사람들이 다 어떤 사람들인데. 미네르바 보도라는 표현으로 더이상 국내 굴지의 미디어 기업인 동아일보사를 욕보이지 말자. 그리고 저널리즘의 원칙적인 보도 기법이 아닌 동아일보사만의 특출난 상품 기법을 지금이라도 배우고 이해하자.

바야흐로, 신문/잡지 가릴 것 없이 모든 종이 매체들이 가혹한 불황에 신음할 때였다. 저널리즘의 최소한에 메여있는 언론들은 팔 거리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미네르바를 덤핑 상품으로 팔거나 ‘관련 보도’라고 하는 나약한 형식밖에 취할 수 없을 때였다. 바로 이때, 동아일보사는 홀로 대목 장사를 했다. 각고의 노력(혹은 가공) 끝에 미네르바는 동아일보사가 발굴한 ‘독점’ 품목이 되었다.

▲ 동아일보 3월18일자 29면
동아일보사 어제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것 역시 ‘미네르바’ 관련 고별정리 바겐세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판촉 아이디어 역시 썩 훌륭했다. 전문은 신동아에, 요약문은 동아일보에 싣는단다. 이번 고별정리 바겐세일전의 제목은 ‘‘신동아 미네르바 오보’ 거듭 사과드립니다’였다. 얼핏 읽으면, 길에서 흔히 보게 되는 고별정리 바겐세일 포스터와 문구로 착각할 수 있는 작문이었다. ‘‘신동아 미네르바 부도’ 거듭 싸게 드립니다.’

어찌되었건, 간만에 동아일보 오래 읽었다. 여러 번 읽느라 고생스러웠다. 소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거, 왜 이러실까? 아마추어처럼”이다. 고스톱은 혼자 쳐도 돈이 안 맞는다더니, 개같이 신나게 벌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뭣 땜시 새삼 팔자에도 없는 정승 흉내를 내시나. 이봐요, 지금은 mb정권입니다. 누가 와도 동아일보사가 거둔 그 유무형의 이익 못 뺏어가니 걱정마세요.

동아일보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 시장 친화적 기업이라면 오히려 ‘미네르바’ 장사에 대한 최종 ‘손익계산서’를 공개하는 편이 옳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남는 장사였는지 아니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었단 말이다.

히트 상품이라고 소문난 물건이 알고 보니 천하에 둘도 없는 짝퉁이었다. 희대의 사기극이었단다. 물론, 그렇게 비싼 물건은 아니었다. 뭐, 어쩌겠나, 그게 그 회사의 영업 스타일이라는데. 조금 허탈하지만, 피해자가 나만은 아님을 자위하며 참을 수밖에. 다만, 그건 궁금하다. 그래서 그 회사는 이 사기극으로 대체 얼마나 이익을 남긴 걸까? 왜 ‘오보’가 났는지 중요하지 않느냐고? 무슨 그런 섭섭할 말씀을, ‘보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장사’라니까. 여기가 장사에 옳고 그름이 있는 나라인가? 경제만 살리면 되는데.

그렇다. 미네르바 장사와 관련하여 동아일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산’이다. 회계학의 용어를 빌자면 ‘손익계산’ 즉, ‘특정기간 동안 기업의 경영성과를 평가하여 사업의 손익을 계산하여 확정’하여 알려주는 일 말이다. 그건,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또 상품 구매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의 측면에서 동아일보사와 같은 거대 기업이라면 특히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행위이다. 시장에 손익계산을 보고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 동아일보 사옥ⓒ미디어스
물론, 동아일보사는 ‘보도’라고 하는 특수한 상품을 파는 회사이다 보니 수익이 반드시 ‘돈’으로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고로, 일반 회사와 같이 간명한 손익계산서를 제출하기가 어렵고, 조금 다른 형태일 수밖에 없음도 이해한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 동아일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 전체를 다 사기극으로 팔 수도 있는데, 미네르바 장사는 그에 비하자면 수익에 영향이 미비한 전형적인 한철 장사일 뿐이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한 여름 해수욕장 장사에도 상도덕이란 것이 있다. 슬쩍, 넘어가면 곤란하다.

형식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내부에서 못하겠다면 외부에 아웃소싱을 줘서라도 미네르바 장사의 손익계산서가 나와야 한다. 혹시, ‘거듭’ 사과한다는 제목이 ‘배째라’의 중의적 표현이 아니라면.

하기사, 동아일보사의 소액 주주도 아닌 내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수십 년째 엉망인 동아일보사가 갑자기 윤리 경영을 실천할 것도 아니고, 돈 벌었다고 소문나면 금방 다른 회사가 따라할까 정색하고 장사가 아니었다고 부인하는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동아일보의 천성이 교정될 리도 만무하니, 어쩌랴. 그 담대한 사기를 담 넘어가듯 해치우는 동아일보에 탄복할 밖에. 이 글은 그저, 전적으로 동아일보사 장사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알 길이 없는 손익계산서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번 진상조사 보고서의 핵심적인 결여 두 가지만 얘기하고 이번에도 불가피하게 넘어가겠다.

우선, 손익계산서에는 ‘표’와 ‘숫자’로 상징되는 기본 형식이 있다. 그런데 이번 진상조사 보고서는 오로지 ‘글’뿐 이다. 표와 숫자는 정확성과 객관성을 표현하기 위한 압축적 형식이다. 비록 내가 몹시 글을 신뢰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더라도, 길게 늘어지기만 하는 글은 부정확하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 글자들을 나열한다고 내용이 풍부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때때로 길기만 한 글은 오히려 읽는 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읽히기를 거부하는 태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확성과 객관성의 초점을 흐리고, 오해를 유도하는 장치일 수도 있다.

편집장이 아는 사람 소개로 k씨를 만났겠지, 그럼 길 가는 어느 청년에게 “혹시, 미네르바 아니십니까?” 했겠나. 그 따위 당연한 얘기를 그렇게 길게 쓸 필요가 없었다. 은근 슬쩍 조선일보도 낚일 뻔했다는 사실을 장황하게 흘리면서, IP/ID 문제들을 명쾌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걸 알리바이로 삼을 게 아니었단 말이다. 간명하다. 왜 묵살됐는가? 그걸 설명했어야 했는데, 긴 글에서 그건 또 쏙 빼버렸더라.

그리고 널리 이해하면, 손익계산서의 기본 형식 중에 ‘계산’까지는 어떻게 있다고 보겠는데, ‘확정’은 확실히 빠져있다. 결정적으로 이 진상조사 보고서가 부실한 이유이다. ‘오보’는 진즉에 확인된, 그러니까 이번 진상조사에서 확인할 일도, 확정할 뭣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수익, 비용, 이익의 관계였다. 이번 보고서에는 수익(상품 판매, 제품 판매 등의 금액)은 안 밝힌 상태에서 최용원 출판편집인이 회사를 떠났다는 비용(수익을 얻기 위해 들인 기회비용)만 강조하고 있다. 전형적인 회계부정, 비자금 조성의 수법이다.

▲ 영화 '타짜'의 평경장(백윤식 분)
수익에서 비용을 빼야 이익이 나온다. 동아일보도 인정한 것처럼 저널리즘의 기본을 포기했으니,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었다는 건 누구나 안다. 왜 저널리즘의 기본을 포기했을까? 그래서 수익을 알아야 한다. 누구도 수익을 알기 전까지 이번 장사가 손해인지를 확정할 수 없다. 읽기만 해도 아름다운 문장이 전하는 바람직한 감동에 몸서리쳐지는 ‘개선 대책’이 동아일보가 생각하는 비용 절감 방안인가 본데 하수상하다. 혹시 뒤에서 이익금을 계산하며 웃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음에 비용을 더욱 절감하여, 이익을 극대화해 보자면서.’

동아일보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글쎄,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유사 사건의 경우, 손해가 막심했어야 저지를 생각을 안 할 텐데, 그걸 알 수가 없으니 믿어야 할지 고민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신뢰 회복이라. 동아일보보다 시장 점유율이 훨씬 높은 중앙일보는 말했다. 신뢰는 ‘뜰 앞의 매화’라고. 근데, 매화로 장사가 되려나? 차라리 영화 <타짜>에 나오는 평경장(백윤식)의 말을 빌려오는게 낫겠다. ‘혼이 담긴 구라,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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