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소녀들>, 줄여서 <잘먹소>라고 하는가 보다. 녹화 때부터 가학성 논란이 일었던 걸그룹 먹방이 기어코 방영이 됐다. 대관절 먹여준다는데 왜 가학이란 말이 등장하나 싶어 궁금했다. 첫 회 방송은 본 소감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고갈됐어도 ‘이런 건 제발 하지 마소’라고 하고 싶다.

요즘 가장 핫한 걸그룹 트와이스 쯔위, 다현, 레드벨벳 슬기, 에이핑크 남주, 시크릿 전효성, 나인뮤지스 경리, 오마이걸 지호, 구구단 강미나 등이 출연했다. 그리고는 세 명이나 되는 엠씨들과 형식적인 근황 토크도 별로 없이 곧바로 먹기에 돌입했다. 그러고는 현장 판정단의 투표와 문자투표를 합산해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잘 먹는 소녀들>

가학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은 바로 승패를 가린다는 것 때문이다. 세상에 먹는 것으로 내기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이 없다는데 바로 그걸 한 것이다. 심지어 평가기준조차 없다. 그런 상황에서 문자투표를 도입한 것은 딱 봐도 걸그룹 팬덤의 시선을 끌고, 경쟁을 유도하는 의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논란이 됐던 가학성을 논하기 전에 더 심각한 것은 도대체가 방송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단 점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단지 패널과 방청객 그리고 다수의 엠씨까지 동원해 대규모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방송사의 힘자랑, 돈자랑에 불과한 쇼였다. 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첫 회를 보는 동안 느꼈던 분노까지 더해 결론을 내자면 거의 전파낭비수준의 프로그램이었다.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잘 먹는 소녀들>

지난 설에 있었던 <아이돌 본분올림픽> 논란이 떠올랐다. 논란의 크기는 <본분올림픽>이 훨씬 더 컸지만 그래도 제작진이 뭐라도 하려고 했다는 흔적은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잘먹소>는 제작진 소개에 나열된 수많은 연출과 작가 명단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저 메뉴를 정해놓고 걸그룹 멤버들에게 먹는 경쟁을 시켰을 뿐이다.

이제 먹방의 시대는 다 지났다고들 말한다. 먹방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식신로드>가 종영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쿡가대표> 등 나름 쿡방과 먹방의 성곽을 쌓으려는 의도는 나쁠 것 없지만 그렇다면 좀 더 잘했어야 했다.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잘 먹는 소녀들>

JTBC 예능은 지금까지 소위 대박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지만 나름 창의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히든싱어>, <백인백곡> 등 흥미로운 실험정신을 발휘해 적잖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요즘 한창인 지상파의 예능이 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갈 정도였다. 게다가 요즘에는 <아는 형님>의 약진으로 JTBC 예능은 꾸준히 시청층을 넓히고 있다.

그래서 JTBC에서 예능을 새로 만든다면 다른 때보다 더욱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번 <잘먹소>는 그런 JTBC 예능의 행보에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웬만하면 상큼한 걸그룹 멤버들이 방송을 꽉 채우니 좋다는 빈말이라도 나올 만도 한데, 대중의 반응도 뜨악한 것을 보면 이 프로그램의 운명은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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