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를 소유한 개인과 법인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하자 상당수 언론들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못’으로 꼽혔던 징벌적 양도세 제도가 사라지게 됐다”고 환영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조·중·동’에서 ‘조·중·동·연’으로?

조선·중앙·동아는 3월16일자 <다주택 양도세중과 폐지 -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세금 대못’ 뽑혀>(조선), <“부동산 동맥경화 뚫리게 됐다” 당분간 매물 늘 듯>(중앙), <거래 물꼬 터 ‘부동산’ 살리기…단기적으론 집값 하락 가능성>(동아) 제목의 기사에서 부자 감세가 길게 보면 부동산 거래를 되살려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환영하는 논조를 보였다.

▲ 조선일보 3월16일치 3면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부유층 감세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논조를 유지해온 연합뉴스가 태도를 180도로 바꿔 이명박 정부의 투기 촉진 정책을 적극 싸고 도는 친정부 보도에 앞장섰다는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중동’을 넘어 ‘조중동연’의 4각 편대가 선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양도세 중과 조치는 과연 마땅히 폐지해야 할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못이며 징벌적 세제인가?

집3채 이상 집부자가 투기 주도해왔다

부동산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란 말 그대로 땅이나 집을 팔 때(양도) 얻게 되는 소득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1967년 ‘부동산 투기억제세’에서 비롯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양도세는 투기로 얻은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를 억제하는 게 취지인데, 문제의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부과한 조치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은 2000년부터 2005년 6월까지 5년여 동안 매매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을 조사하고서 경악할 만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사고 판 아파트 2351채 가운데 60%인 1425채의 소유주가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아파트 가격은 2000년 1월 당시 2억5500만원이었는데, 2005년6월에는 8억500만원으로 3.2배 뛰었다. 또 필자가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를 확인해보니 작년 9월까지 거래된 28채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5600만원에 달한다. 5년 전 아파트를 산 사람이 이를 팔았을 경우 시기에 따라서 한 채 당 최고 9억원, 최소 3억5000만원을 벌었단 얘기다.

양도세는 투기에 대한 ‘징벌’이자 ‘대못’

결국 부동산 투기의 주범이 집을 세 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집부자들이 투기에 앞장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고는 투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고 이에 따라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불로소득 환수 비율을 높이는 양도세 중과 제도가 국회를 통과해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양도세 중과 조치는 집부자들이 투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을 환수해 투기도 규제하고 불로소득의 사유화도 제한하자는 것으로, 양도세가 ‘대못’이며 ‘징벌’이라면 그것은 투기에 대한 대못이자 징벌이라 할 수 있다. 투기를 징벌하지 말고 권장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투기에 대못을 박아 뿌리뽑는 데 반대할 생각이 아니라면 양도세를 폐지하자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정권이나 잘 한 게 있고 못한 게 있을 텐데,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중 실거래가제 도입, 다주택자 중과 등 양도세 강화 정책은 게중 잘한 정책으로 앞으로 살려나가야 할 대목인 것이다. 결국 ‘대못’이니 ‘징벌’이니 하는 규정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발심을 악용해 투기에 앞장서온 집부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악의 섞인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 중앙일보 3월16일치 4면
양도세 중과 폐지가 조세원리 실현일까?

조세원리에 맞지 않다는 얘기도 조세원리를 실현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지적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현행 양도소득세 제도는 수십억 짜리 한 채를 소유한 1주택자는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할 경우 양도세를 물리지 않는 반면, 합쳐서 수억원 수준의 집 3채를 소유한 다주택자는 중과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실수요자인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과세하는 문제와 연관돼 논란이 돼왔다.

이 점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몇 채를 소유했느냐와 함께 집값과 매매차익이 얼마인지를 따져서 예컨대 한 채를 소유했더라도 2 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거뒀다면 양도세를 내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주택이냐 다주택이냐와 상관없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리를 실현함과 동시에, 매매차익 2억원까지는 양도세를 내지 않게 함으로써 대다수 실수요 1주택자들을 배려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대안을 언급도 하지 않고 무조건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페지한다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리는 더 후퇴하게 된다. 결국 조세원리에 맞지 않다는 논리는 조세원리 실현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현행 양도세제의 부분적인 한계를 꼬투리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집 3채 이상 국민 1%…최고 집부자 1083채 소유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양도세 중과 폐지 조치는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개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합뉴스 보도와는 정반대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부터 반대하고 나서는 형국이 되고 있다.

그 핵심 이유는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강남 집부자’들이기 때문이다.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며 어디에 사는지에 대한 통계는 2005년 당시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세대별 거주자 주택보유 현황>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세대 기준으로 45%는 집이 없이 셋방을 떠돌고, 50%는 집을 한 채 갖고 있으며, 4%는 2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는 정확히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 중 최고 집부자는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고, 10명이 5508채를, 30명이 9923채를 소유하는 하는 등 어마어마한 주택을 독차지하고 있다. 혼자서 100채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은 모두 37명이다. 11채에서 99채를 소유한 사람은 1만4786명으로 1인당 평균 20채씩 갖고 있다. 6채에서 10채까지는 2만5685명으로 1인당 8채 꼴이다. 5채는 1만2701명, 4채는 2만5253명, 3채는 8만6664명이다.

이들 가운데 45%가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데 서울의 강남구와 송파구,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 서울 서초구 등 5곳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양도세 중과 폐지는 서울 강남·송파·서초구와 경기도 성남·용인시 등 이른바 ‘강남 부동산 부자’를 비롯해 정확히 1%를 위한 감세인 것이다.

과연 이들의 세금을 깎아줘야 할까? 대다수 국민은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니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이번 양도세 중과 폐지는 벌거벗은 강부자 감세 정책인 것이다.

▲ 동아일보 3월16일치 2면
부동산 망국병, 언론 책임 크다

투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조세 장치라 할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해체시키면서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경제 활성화다. 보수언론이나 친정부 언론들도 이 점을 빠짐없이 맞장구쳤다.

그러나 부동산 부자들의 투기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부자들의 재산을 늘려주는 일은 될지언정, 경제를 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500조의 유동자금이 있고 금리는 사상 최저인데, 부자들 세금 깎아줘서 경제가 어떻게 살아난단 말인가. 경제를 살리려면 그렇지 않아도 풍족한 부자들 곳간을 더 채워주는 식이 아니라, 텅텅 빈 서민들의 쌀 항아리부터 살펴야 가능하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대신 투기규제 장치를 모두 풀어버림으로써 부동산 가격 회복기에 극심한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투기꾼들의 세금을 깎아준 대가로 부족해진 세수와 재정 적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108%가 넘어서 전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내집을 갖더라도 집이 100만 채 이상 남아도는 현실에서 국민 열 중 넷 꼴도 집없이 셋방을 떠도는 이유도 이들 집부자들이 집을 독점하며 투기를 일삼기 때문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불로소득을 보장해줄 경우 장기적으로 투기를 부채질해 집값이 오르게 되고 주택소유의 편중 현상도 더 심해져서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은 더 어렵게 될 것이다.

진실이 이런데도 언론들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부자들을 옹호하기 위해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부동산과 주택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된 데는 건설재벌이나 부동산 부자, 부동산 관벌 못지않게 언론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건설재벌들에게서 광고를 받는 대가로 건설재벌과 투기꾼, 부동산 부자를 옹호하는 논리로 국민을 현혹해온 과거를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최소한 사실이 아닌 것에 바탕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보도를 일삼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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