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가 베일에 싸여 있던 기량을 팬들 앞에 공개했다.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데뷔전에 나선 카스티요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7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4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화의 8-1 승리를 견인했다.

총 투구수 105개 중 77개가 직구였고 여기에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는데, 뜬공과 땅볼을 적절히 유도하면서 마운드에 있는 동안 그다지 큰 위기를 겪지 않아 모처럼 한화 팬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우선 투구 스타일부터가 시원시원했다.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승부구를 던지는 데 있어 한 치의 주저함을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한 투구였다.

이날 카스티요가 던진 공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9km. 국내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도 정상급의 구속이다. 변화구로는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는데 최고 구속이 시속 146km에 달했다. ‘고속 슬라이더’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가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 등판해 이닝 교대 시간에 포수 차일목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스티요는 이날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러 7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한화 이글스 제공=연합뉴스]

특히 선발투수의 한계 투구수라고 할 수 있는 100구를 넘어 투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고 구위 역시 잘 유지된 점은 그가 완투능력을 지닌 선발 자원이란 점을 알 수 있게 해준 대목이다.

여기에다 상황에 따라 투구폼에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한화에서 방출된 외국인투수 마에스트리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지만 사실상 마에스트리와는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

한화가 카스티요 영입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그의 프로필은 이렇다.

2006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카스티요는 미국 마이너리그와 멕시칸리그 등에서 423경기에 등판해 34승54패27세이브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은 없다.

올해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뛰었는데 올 시즌 더블A 성적은 3승4패 평균자책점 4.38, 트리플A 성적은 3패 평균자책점 4.66이다.

지난해까지 주로 불펜에서 활약하던 카스티요는 올해 등판한 14경기에서 13차례 선발 등판했다.

국내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투수들이 상당수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투수들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미국 무대에서 10년간 뛰면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경험해 보지 못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특별하게 눈길이 가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으며, 선발등판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카스티요의 경력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25만 달러라는 몸값 역시 그에 대한 기대를 높고 크게 갖기 어렵게 만든 지표였다.

하지만 이날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카스티요의 면모는 기존에 알려진 정보와 그 정보를 기반으로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내용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다만, 당초 알려진 대로 카스티요의 제구력은 KBO리그 무대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카스티요의 유일한 실투는 황재균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할 때 던진 가운데 높은 코스의 직구.

이에 대해 카스티요는 KBO리그 공인구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공에 비해 다소 미끄럽게 느껴졌는데, 황재균에게 홈런을 허용한 공도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이 빠지면서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날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카스티요는 평소때보다 로진백을 더 많이 만지라는 로사리오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하면서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이 외국인 투수들의 강속구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컨택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스티요의 직구는 빠른 시간 안에 공략당할 수 있다. 때문에 카스티요는 앞으로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변화구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직구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요령이 필요해 보였다.

볼넷 문제도 해결과제다. 당초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카스티요의 9이닝 당 볼넷은 4.2개 정도. 이날 롯데를 상대로 7이닝을 던지면서 카스티요가 허용한 볼넷은 3개로 당초 알려진 정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단 KBO리그 데뷔전에서 보여준 카스티요의 능력은 분명 우려보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마에스트리가 퇴출된 이후 로저스마저 발꿈치 인대 손상으로 웨이버 공시되면서 우울했던 한화 마운드 상황이 카스티요의 등장으로 인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분위기다.

한화 타선의 최근 페이스를 감안하면 한화는 앞으로 로저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만 잘 보강되면 중위권 도약과 ‘가을야구’라는 목표달성에 대한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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