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두 편의 의학드라마가 동시에 시청자를 찾았다. 그것도 같은 월화 드라마로, 그리고 둘 다 의사라기엔 '부적절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SBS의 <닥터스>와 KBS2의 <뷰티풀 마인드>. 하지만 두 드라마의 첫 주 시청률 결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아니, 14.2%(닐슨 코리아 기준) <닥터스>에 비해 <뷰티풀 마인드> 4.3%(닐슨 코리아 기준) 시청률은 처참하다.

희비 엇갈린 두 편의 의학 드라마

같은 의학드라마이고 비슷한 캐릭터의 주인공이라지만, 두 드라마의 진행은 전혀 달랐다. 요즘 인기를 끄는 '걸크러쉬'한 의사 유혜정(박신혜 분)이 응급실에 들이닥친 깡패 일당을 물리치는 화끈한 소동극으로 시작된 <닥터스>. 어찌 보면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뻔한 에피소드이지만, 그런 익숙한 해프닝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불량소녀의 방황과 성장이라는 서사 또한 흥미롭다.

그에 반해, <뷰티풀 마인드>는 비행기 안에서 시작된다. 의학 드라마가 대체로 그렇듯 갑자기 응급 환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 도와줄만한 승객을 찾던 승무원은 VIP 석에 앉아있는 이영오(장혁 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여기까지는 예상되었던 바의 스토리. 하지만 여느 의학 드라마 같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자에게 달려갔을 의사 주인공은 반문한다. “내가 왜 그 환자를 돌보아야 하지요?”라고.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읽던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다. 바로 이 지점이 <뷰티풀 마인드>란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생기는 동시에 의학 드라마로서 이질감, 거부감의 발생지가 된다.

의학 드라마로서 <닥터스>가 아직은 의사가 아닌 불량소녀의 '성장담'과 '개과천선'에 방점을 둔 서사라면, <뷰티풀 마인드>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될 수 없는 인물에 대한 역설적 의문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유입이 쉽지 않은 드라마다. 서번트 증후군의 자폐 의사였던 <굿닥터>가 떠올려지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하던 순수 청년 박시온(주원 분)과 달리 냉정한 눈빛의 이영오에겐 동화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대중적으로 호응이 좋은 '의학 드라마'이지만 쉬이 호감을 느끼기 힘든,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의 이영오를 대중적 접근성이 좋은 걸크러쉬 유혜정의 상대로 편성한 건 시청률만 놓고 생각해보면 무모하다. 하지만 그런 시청률이란 지표를 차치하고 보면, 그래서 <뷰티풀 마인드>의 가치가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마음이 없는 의사

첫 회 비행기 안에서 응급환자를 보고도 냉담하게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던 이영오에 대한 의문은 1,2화의 에피소드를 통해 '테이블 데스(수술 도중 환자 사망)'의 주범이라는 의문으로 부풀려졌고, 결국 2회 말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을 통해 그의 아들 이영오가 '텅 빈 마음'을 가진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는 사실이 판명 났다. 애초 '마음'이 없기에 환자에게 어떤 감정 이입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가장 유능해진 의사. 마치 환자에 대한 의술을 '게임'처럼 접근할 수 있는 냉철함이란 무기를 가진 의사 이영오에 대한 설명이 뒤늦게야 그려진다.

그렇게 장황하게 에둘러 주인공 이영오에 대해 설명을 한 이유는 당연히 쉽사리 호감을 얻지 못할 주인공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도덕성'이 부재한 주인공을 설명하기 위해, '대비' 효과로 다른 등장인물을 그리는 데 공을 들인다.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람이 1화에 다짜고짜 병원으로 들이닥친 순경 계진성이다.

1회 말 이영오가 다짜고짜 그녀를 향해 메스를 들이대듯 그녀의 심장은 정상이 아니다. 애초 수술조차 무리였던 그녀를 그녀의 '선생님'인 현석주(윤현민 분)의 용기로 살려냈다. 그런 그녀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연애도 못한 채' 7년을 보내며 이제 겨우 '순경'이 되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자신이 목격한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에 맹목적으로 뛰어든다. '마음'이 없는 남자를 설명하기 위해, '아픈' 심장을 가진 그리고 '마음'이 뜨거운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마음이 뜨거운 그녀의 행보는 그 뜨거움만큼 드라마의 톤에서도 튄다.

<뷰티풀 마인드>의 현석주와 계진성의 '바른 행보'와, 그 '바른 행보'를 위해 절차를 무시한 해프닝들은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없는 이영오의 행보보다 쉬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정황상 의심 받을 수 있는 모호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영오를 살인범 취급하며 회의장까지 난입하는 '순경'의 수사 방식과 같은 형태로 계속 <뷰티풀 마인드>의 이영오를 설명해내는 식이라면, 이영오가 아니라 계진성이 <뷰티풀 마인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의심은 가지만, 그렇다고 계진성에게 범인 취급 받는 해프닝은 무리수다.

계진성이란 순경의 어설픈 수사로 이영오 캐릭터를 설명해내는, 어설픈 '선악 대비'로 드라마를 끌어가고 있는 <뷰티풀 마인드>는 불안하다. <닥터스>가 불량소녀 유혜정(박신혜 분)과 키다리 아저씨 같은 홍지홍(김래원 분)을 통해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로 편하게 드라마에 흡인시킨다면, 안타깝게도 계진성의 어설픈 정의로움은 이영오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킨다. 뿐만 아니라 병원 외부인인 계진성이 자꾸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병원 내부의 갈등만으로 흥미로운 서사가 흐트러진다. 이미 아버지와 이영오, 이영오와 현석주, 그리고 병원 내부의 쟁쟁한 인물들만으로 충분한 서사에 계진성은 옥상옥 같은 존재다.

'마음'이 없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인간'에 대한 훈련을 받은, 그래서 유능해진 의사 이영오에 대한 천착. 그 자체만으로도 <뷰티풀 마인드>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부디, 이 '괴물' 같은 주인공의 매력을 잘 살려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