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마을에 동청 또는 모정이라 부르는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동청, 모정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마을 정자입니다.

학교 다녀오면 누가 모이자 한 적 없지만 모정에 한 명 두 명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일단 모정에 모여 놀이를 계획하는 마을 아이들의 모임터였습니다. 이 모정은 아이들 모임터와 놀이터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 쉼터이기도 했습니다.

한 여름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 어른들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엔 이 모정이 낮잠을 자거나 쉬는 곳입니다. 어른들은 옹기종기 모여 바둑 장기 두고 아이들은 고무신 뒤축을 뒤집어 모래놀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른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노는 곳이 거의 없어져 아쉽기만 합니다.

▲ 팽나무
이 모정 곁에 큰 팽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쉴 수있게 하는 팽나무는 어린 우리들에겐 좋은 놀이거리였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나무에 올라타고 여럿이 나무에 올라가 누가 높이까지 오르나 은근히 자랑하느라 가지 끝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까맣게 익는 콩알보다 훨씬 작은 열매를 많이도 따 먹었습니다. 팽나무가 있어 모정이 든든하고 운치있었습니다.

산에서 만나는 나무 중에 육중한 나무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꼽습니다. 부정과 잡스러움은 절대 통과할 수 없다는 듯 육중하게 서 있는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수호신 같습니다. 그래선지 우리 조상들은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마을정자 나무나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여겼습니다.

산에는 팽나무가 드물고 느티나무가 많습니다. 팽나무는 바닷가에서 갯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이런 이유로 바닷가 마을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는 팽나무가 많습니다.

느티나무는 산에선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밝은 회색빛이 도는 껍질을 가지고 있어 눈에도 잘 띕니다.

육중한 모습만큼이나 단단한 느티나무는 엄청나게 무겁고 마르지 않은 나무는 도끼로도 쪼갤 수 없습니다. 단단해선지 플래스틱이나 유리그릇이 없던 시절엔 나무그릇 만드는 나무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바위만큼이나 단단한 나무여선지 느티나무는 바위를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바위 위에 서있는 나무는 대부분 느티나무입니다. 바위틈에 뿌리를 뻗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느티나무를 보면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절로 숙연해집니다.

▲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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