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합의해 지난 5일 입법 예고한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가 연합뉴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행 뉴스통신진흥법의 시한은 오는 8월까지이다. 정부가 연합뉴스사를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해 지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6년 한시법인 뉴스통신진흥법의 시한을 삭제해 영구히 했고,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최규철)의 연합뉴스사의 예산 승인권을 진흥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 정부의 연합뉴스 구독계약과 관련해, 현행 부처별 계약에서 문화부 장관이 일괄 구독계약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동시에, 연합뉴스사의 경영 실적을 평가해 매년 국회와 문화부에 보고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은 영구히…진흥회와 정권 감독은 강화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뉴스통신진흥회의 연합뉴스에 대한 예산 승인권 △진흥회가 매년 연합뉴스의 경영 실적을 평가해 국회와 문화부에 보고하는 내용 등이다.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지원 부분을 담당하는 예산 승인권을 뉴스통신진흥회로 명확히 하면서 연합뉴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통령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개정안에 따라 뉴스통신진흥회가 매년 연합뉴스의 경영 실적을 평가하고 국회와 문화부에 보고하게 되면, 언론사가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정부 기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3월6일치 6면(종합).

문화부, 시민사회의 ‘정치적 독립 우려’ 여론은 무시?

당초 뉴스통신진흥법은 2003년 연합뉴스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보주권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한시적인 지원법으로 제정됐지만, 제정 이후 연합뉴스의 정치적 독립성 우려와 함께 개정요구가 계속되어 왔다.

현행 뉴스통신진흥법에는 진흥회 이사 구성에서 대통령 2명 추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3명 추천, 한국신문협회·방송협회 각 1명 추천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의 사장추천권과 예결산 승인권 등을 가진 대주주이기 때문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화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개정안에 따라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회와 문화부 및 국회의 감독까지 받게 되어, 정부와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인 최규철씨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김기서 연합뉴스 사장이 지난 2월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기관통신사로서의 역할 하는 데 필요한 법”

▲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스

개정안에 따라 한시적 지원이 아닌 영구지원을 받게 되는 연합뉴스 쪽은 정부의 안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법”이라는 입장이다. 한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번 법안에 대해 “연합뉴스는 뉴스 통신 시장에서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그 공적 역할에 대해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 옥철 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연합뉴스의 구성원 다수는 이번 개정안이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법이라는 점을 공감하고 있고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직접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경영 감독 강화 등 언론을 통제하는 부분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옥철 지부장은 ‘개정안이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재외국민 뉴스 등 수익성 없는 부분까지도 국가기관통신사로서의 영역을 연합뉴스가 담당하고 있기에 정부의 지원이 있는 셈”이라며 “일부 언론 통제 우려가 있는 부분들, 독소 조항들을 입법 과정을 통해서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연합뉴스 관계자도 일부에서 ‘문화부의 일괄 계약 체결’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사실 매년 정부 부처 별로 기사 구독료를 가지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기에 문화부로 일괄하는 것이 오히려 각 부처의 입김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며 “일각에서의 연합뉴스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고, 이에 대해 일정부분 연합뉴스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것과 연합뉴스에 대한 지원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정권 입김 강화 우려…평가도 공감대도 없이 개정?

문화부는 오는 24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단체 또는 개인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경쟁사인 뉴시스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의 입김 강화’라며 강하게 우려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연합뉴스의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개정안이 이뤄져 개정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국가기관통신법에 의한 연합뉴스 지원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개정안이 담고 있는 조항들이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의 통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및 외국 상황을 전달하는 통신사에 대한 지원은 타당하다”면서도 “국가가 연합뉴스를 지원할 때 정부의 영향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교수는 개정안에 포함된 뉴스통신진흥회의 연합뉴스사의 예산 승인권과 관련해서도 “실제 예산이 승인되는 과정에서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원 방향을 설정하되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독립적인 보완 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개정안과 관련해 “다매체 시대에 정부가 뉴스 통신에 지원해 사실상 국유화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을 것이고, 사실상 정권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노조 뉴시스지부(지부장 우은식)와 한국기자협회 뉴시스지회는 6일 공동 성명을 내어 “언론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 역할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개정안에 담겨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며 “정부가 만약 이 같은 개악시도를 멈추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이를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뉴스통신진흥법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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