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붙어 세계경제를 녹아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는 모양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4%로 예측한 것이 그것을 말한다. 위기의 끝이 아닌 시작이건만 많은 국민들이 실업행렬로 내몰리고 있다.

▲ 3월 5일자 서울신문 3면.
성장률 -4%는 생산, 소비, 투자, 수출의 감소를 의미한다. 기업들이 경기급냉에 대비해 인력감축에 나섬으로써 해고바람이 더 세차게 몰아 칠 판이다. 지난해 실질실업자가 376만7,000명에 달한다는 것이 노동연구원의 분석이다. IMF 예측대로 라면 올해 실질실업자가 400만명을 훌쩍 넘어설 듯하다.

제조업 종사자가 작년 12월 402만8,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9만9,000명이나 줄었다. 세계경제의 동반불황에 따라 수출이 작년 12월 17.9%에 이어 올 들어 1월에는 33.8%나 격감했다.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소리다. 특히 중소조선업은 공급과잉, 건설업은 주택경기침체 탓에 집단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고의 칼바람은 먼저 비정규직을 겨냥한다. 노동조합이란 방패도 없으니 툭하면 거리로 내몰린다. 정규직과 달리 퇴직금도 위로금도 없다. 이 판에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른 2년간의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이 넉 달 뒤에는 돌아온다. 비정규직 실업사태가 올 판이다.

이런 상황인데 올해 대학졸업자 55만6,000명이 취업시장에 쏟아진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자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룬다. 졸업예정자가 취직에 유리할까 싶어서이다. 이른바 ‘대학5년생’이다. 또 등록금이 없는 탓에 휴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휴학률이 15.13%에 이른다. 군입대 휴학생을 빼고 말이다.

실업행렬은 40대를 넘어 30대로까지 이어진다. 퇴직자가 새 직장 찾기란 흔한 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퇴직금에다 빚내서 장사 길로 나선다. 그 자영업도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지난 1월 현재 558만7,000명으로 두 달 새 무려 41만6,000명이나 줄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익을 내는 곳이 22.9%에 불과하단다.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지면 붕괴의 소리가 요란할 듯하다.

어딜 가나 문 닫은 가게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손님이 붐비던 밥집, 맥주집, 복덕방, 노래방 등등이 텅텅 비었다. 달리는 택시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더 많다. 미장원, 옷가게, 구멍가게도 나을 리가 없다. 재래시장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연료비, 재료비는 올랐는데 손님은 끊기고 생돈이 무섭게 나가니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자영업은 사회적-경제적 약자가 영위할 분야이다. 자본-정보-기술-지식-연령의 열위자가 종사할 영역인 것이다. 주로 직장생활 그만 둔 사람들이 퇴직금에다 빚내서 나선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구멍가게였다. 그런데 거대재벌들이 마트라는 대형매장과 편의점으로 유통시장을 독식해 버렸다. 구멍가게가 설 자리마저 재벌이 뺐어간 것이다.

그 곳에는 꽃집, 정유점, 생선가게, 미장원, 철물점, 수선점, 피자집, 튀김닭 등등 자영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다 모여있다. 그러니 너도 나도 식당으로 뛰어 들어 가는 곳마다 넘쳐난다. 그런데 외식산업마저 거대재벌의 사냥터가 되어 버려 웬만한 큰돈이 아니면 식당을 차려서는 먹고살기 어렵다. 이러니 작은 밑천으로 차린 자영업은 공급과잉으로 줄도산이 난다. 영세업종마저 재벌들이 침탈해 퇴직자의 퇴로마저 막는 꼴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들의 신음을 못 듣는지 국민과 싸우는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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