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경총의 노사협력 대상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올해 한국 노사협력 ‘공기업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이 사실을 지난달 27일 37면에 1단 기사로 소개했다. 한국일보는 경총의 말을 빌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상 이유를 “노사 상호신뢰에 기초해 교섭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등 2001년 개항 이래 현재까지 8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고 꼽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공사의 관계는 경총의 주장대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정규직 숫자에 육박하는 직·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이번 수상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긴 설명을 하지 않고 아래에 경인일보 2월20일자 5면 톱기사 <비정규직 빚잔치…정규직은 돈잔치>란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2월27일자 한국일보 37면 기사(왼쪽)와 2월20일자 경인일보 5면 기사(오른쪽).


BBC는 이 사실을 알았을까

영국 BBC가 지난달 17일 대표적 과학 프로그램인 ‘호라이즌’에서 한국의 ‘인공태양(KSTAR)’을 소개했다.

▲ 2월27일 중앙일보 20면 기사(왼쪽)와 BBC 호라이즌에 나온 KSTAR(오른쪽).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 12년동안 3천억원을 넘게 투입하여 한국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완공하고, 성공적으로 시운전을 마쳤다. 한국의 핵융합연구는 세계 최정상이다. 향후 100년간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쥐고 인류 에너지원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앞서 나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이런 첨단 과학기술의 쾌거를 축하하고 격려를 해야 될 판에 연구책임자인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을 해임해 국내 연구진들의 비난을 샀다. 당시 언론은 “향후 100년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 ‘핵융합로(인공태양) 프로젝트’가 이명박 정권의 무모한 코드인사로 큰 위기에 처했다”며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정부는 지난해 6월초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들의 줄사표를 받았다. 26개 출연연구원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 연구기관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당시 신재인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3년 임기 가운데 단 3개월을 남겨둔 상태였고, 6월 5일 사표를 제출하고, 6월 9일 이임식까지 마쳤다. 6월 당시 신 전 소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정확한 이유는 아무것도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석 달 공백 끝에 새 소장을 임명했다.

임기를 단 3개월 남겨둔 신 전 소장은 지난 12년간 전세계의 관심을 끌며 진행된 과학 프로젝트의 1단계 성공을 발표하기 직전 상태에서 쫓기듯 사직하고 몇 달째 소장 자리는 공식이었다가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코드인사가 집중되던 지난해 9월 이경수 소장으로 채워졌다. 당시 연구원들은 “국가백년대계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만들어놓고 무책임하게 내버려 두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완공한 KSTAR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Cadarache)에서 총 10조원을 들여 만들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기본모델이다. 현재 ITER은 프랑스가 국력을 기울여 유치한 연구단지이며, 이곳 연구원들은 모두 외교관 대우를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인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도 하기 전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해 과학자들의 연구를 대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과학계는 과학기술부의 통폐합, 출연연구원들의 통폐합 및 민영화 움직임, 출연연구원 소장들의 일괄사표 제출과 사표수리 등으로 표류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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