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아니 25일 국회 문방위 회의 현장에서까지 고흥길 의원은 세상을 속였다. 야당을 속였고, 국민을 속였다. 앞으로 문방위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어떤 것도 논의할 수 없는, 아니 아예 회의조차 불가능할 수 있는, 사고를 친 사람은 다름 아닌, 고흥길 위원장이었다.

1997년의 6·10항쟁으로부터 시작,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이어오면서, 군사독재정권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독재로 가득한 한반도의 토양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워, 지금까지 오는 데, 무려 수십년이 걸렸다.

그 중 민주주의의 핵심인 여론의 다양성을 구성을 하기 위해서, 피 흘리며 쟁취해야 했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이를 위해서 수십년 동안 일군 법적 제도적 장치들. 그것이 지금의 신문법이요 방송법이다. 그것이 재벌과 신문사가 방송뉴스를 못하게 하는 것이었고, 방송의 공영방송체제였다.

그런데 이를, 중앙일보 전 편집국장 출신인 한나라당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이, 오로지 중앙일보를 위해, 아니 홍석현 일가를 위해, 불법적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소위 MBC 이상호 기자의 ‘안기부 X파일’의 주인공,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명령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에게 불법정치자금이나 갖다 바치는, 소위 ‘돈 심부름 대리’나 하던 고흥길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자, 한나라당 3선 국회의원이요 국회 문방위 위원장이, 이제는 ‘법 심부름 대리’까지 하고 있다.

우황청심환을 먹지 않고도, 뻔뻔스럽고 몰염치하게, 상임위 국회의원들을 속이고, 오로지 나라의 민주주의보다는 홍씨 집안의 집사처럼, 하수인처럼, 그렇게 인생의 막바지를 막장인생으로 끌고 있다. 영원한 하수인, 고흥길 의원의 오늘 처지가 처연하고 안쓰럽다.

하수인 고흥길 의원이 25일 이전까지 보여줬던, 그 기막힌 연기력과 철저한 사기극. “우황청심환을 안 가져왔다… 내일 다시 회의하자”며, 야당의원들을 속여 따돌리고, 기습적으로 노트북 화면에 법안 내용을 띄우고, 성명을 배포하는 강심장. 어찌 우황청심환이 필요하랴.

▲ 25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국회법 제77조에 의해 방송법 등 22개 법안을 일괄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의사봉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여의도통신

25일 오후 3시49분.

그 날 그 시간을 위해, 지난 19일 문방위 회의에서 언론 관련법 22개의 목록을 열거한 뒤, “이 법안들을 미디어법 22개라고 하겠다”고 발언하며, 직권상정하기 전에 의안을 발표해야 하는 국회법 제77조를 회피하는 나름 치밀한 계획, 그래서 일일이 22개 법안을 읽지 않고, “방송법 등 22개 미디어 관련법을 일괄상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법 22개 법안을 상정합니다”로, 직권상정을 변칙 편법으로 치렀으나, 그래도 불법은 불법이니 이를 어쩌나. 야당이 국회법에 따라, 무효라는데….

하수인들의 일반적인 심리적 경향성은, ‘주인 주군이 알아서 뒤처리해 주시겠지, 나는 오로지 몸과 마음을 다해서 시키는대로, 그것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하면 되지,’ 뭐 이런 것이라는데, 고흥길 의원이 25일 했던 행각을 복기해보면, 하수인들의 일반적인 심리적 경향성과 어찌 그리 닮아있을까.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든 말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엉망진창이 되든 말든,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고~,’ 그것이 한 나라의 국회를 망치든 말든, 국민들의 분노를 초래하든 말든, 주인이 시켜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의 고흥길.

고흥길 의원, 앞으로 그 이름 앞에 따라다닐, 하수인, 이라는 수식어는, 지금부터 다음 총선까지, 그리고 한국언론史에도 오랫동안 기록될 터인데, 어찌 할까나. 이를 어찌 할까나. 이왕 ‘조진 몸’, 가는 데까지 가보자의 심정으로, 자포자기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흥길 의원, 인생을 포기하지 마세요. 그냥 ‘홍석현의 하수인’ 직을 포기하고, 독립선언하세요. 그리고 국회와 국민 앞에 사과해 버리세요. 고흥길 의원께서 이렇게 해 버리면, 어쩌면 국민들이 역사가들이 ‘용기있는 고흥길’ 쯤으로 봐 줄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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