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주시(銳意注視).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조정실이 민주당 보좌진을 상대로 업무보고하는 과정에서, 요금 승인제를 요금 신고제로 규제 완화하는 것과 더불어 ‘IPTV사업자에게 직접사용채널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IPTV법 개정을 언급했다는 언론보도와 증언들이 흘러나오면서, 말 그대로, 예의주시해 왔다.

▲ 2월 20일자 동아일보 B4면 기사.
미디어운동 진영 내 몇몇 곳에서, 방통위에 대한 비판 성명서 및 방통위 앞 집회성 기자회견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한편, IPTV 전송사업자인 KT 등 통신회사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왔던 것.

하지만 방통위는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고, 통신회사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을 빼는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23일 방통위 국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이와 관련, “지난 17일 방통위 기획조정실이 민주당 보좌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업무보고에서 IPTV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직접사용채널 허용은 현행법에 금지돼 있는데 방통위의 공식입장은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이에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은 “정해진 바 없다…(국회가)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IPTV 개정추진 의혹에 일단 선을 그었다. 이어 방통위 기획조정실 이명구 실장은 “직접사용채널에 대해 검토되거나 확정된 게 없다”며, 민주당 보좌관들에게 공개한 문건 자체를 부인했다.

최시중 위원장과 이명구 실장의 발언에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문방위 소속 민주당 보좌관들에게 보여준, 방통위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문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검토된 바 없다는 기획조정실 이명구 실장의 답변은 ‘거짓증언’에 가깝다. 오히려 최시중 위원장의 ‘정해진 바 없다’는 답변이 보다 솔직하다.

‘정해진 바 없다’는 발언의 의미는, 검토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나, 결정단계까지는 들어서지 않았다는 뜻인데, 결정단계 직전에 방통위가 지켜야 할 절차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한나라당이 지난 12월3일 일방적으로 발표, 불과 보름 만에 물리적인 국회 통과를 시도한 반민주적 작태와 비교할 때, 그간 방통위는 최소한의 절차를 밟으려고 노력해 온 점에 있어서, 한나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

하지만 형식적이고 절차적으로만 ‘민주주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여론수렴의 결과물에서는 ‘민주주의 흔적 찾기가 아주 어려웠던’ 방통위의 전력을 볼 때, 전체 언론계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직접사용채널 허용 문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여론수렴 과정과 그 결과물의 집약으로서 개정방향 결정을 기대한다.

하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왜 갑자기 개정안이 필요한가이다. 적어도 IPTV법 제정 당시, 직사채널을 배제한 이유부터 재평가해야 한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IPTV사업자는 직접사용채널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교통, 교육, 생활정보 등의 콘텐츠를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제공할 수 있으며 논평과 해설이 제외된다면 뉴스도 가능하게 된다. 즉 현재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한 대기업과 조중동 등의 종합편성채널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굴지의 대기업인 KT, SKT, LGT 등이 사실상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함으로써, 전송사업자가 방송사업자까지 겸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07년 말 IPTV법을 제정할 당시, KT는 통신사의 여론형성 사업이라는 비난으로 인해 IPTV법 제정이 미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 직접사용채널 허용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IPTV법에서 쟁점이 되었던, 케이블과 같은 규제 수준, 즉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피해가는 근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와 이유가 IPTV 방송서비스 시작 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평가가 먼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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