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 17일, ‘신동아 미네르바 오보 사과드립니다’를 보도했다.

‘동아일보사가 발간하는 월간지 신동아는 2008년12월호에 자체 취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2009년 2월호에는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이라는 내용으로 자칭 미네르바 K씨의 인터뷰 기사도 게재했습니다....그러나 K씨가 후속 취재에서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라며 당초의 발언을 번복했습니다. 신동아는 발언 내용과 번복배경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K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17일 호후 늦게 발매되는 3월호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대놓고 벌인 사기극, 이미 12월호에서 친 장난을, 사과하고 끝내야 할 일을, 2월호까지 끌고 가면서 ‘금융계 7인 그룹’ 운운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였던 신동아. 3월호 ‘사과기사’까지 장사질해 먹는, 그 독사 대가리같은 잔머리. 그들은 사과문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조사를 벌이겠다고 설레발을 친다.

▲ 동아일보 2월17일자 1면
일단 국민들, 황당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매우 황당해 한다. 신동아만 장난쳤나? 동아일보는, 신동아를 업고 미네르바 장사해 먹은 것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아도 되나? 사과만 하면 되나? 몇몇 기자에게 정직 몇 개월 감봉 몇 개월… 하면서 지들끼리 부산을 떨다가 슬그머니 흐지부지… 이런 시나리오가 없다고, 분명히 단언할 수 있나? 검찰의 양해 하에 K씨를 내세운 것이냐, 아니면 애초 K씨는 가공의 인물이었나… 미네르바 검거 및 구속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의미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미네르바 진위공방을 의도적으로 끌고 간 건 아닌가, 신동아와 검찰의 합작품…? 이런 것까지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신동아가 바득바득, 있다고 우겼던, 미네르바 K, 그런데 어느 날, 신동아 왈, “K씨~없~다~” 이미 12월호와 2월호를 평소보다 1만부 이상씩 더 팔아먹었을 뿐이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을 뿐이고.

신동아가 대국민사기사건으로, 돈도 벌고, 인지도도 높여 광고효과를 극대화한 것에 머문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원래 조중동 계열이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국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저들의 패악이기 때문.

하지만 신동아가 저질렀던 결정적인 패악은, 학력지상주의에 편승하면서, 학력지상주의를 고착, 심화하는 과정에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 애초 검찰이, 미네르바 박씨를 검거한 후, 30대 전문대 졸 비경제학 전공, 이라는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그 때 많은 국민들이, 미네르바 박씨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었다. 인터넷에서도, 미네르바 박씨의 진위 논쟁이 불붙었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 논쟁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오로지 진위논쟁으로 순식간에 의제가 변경된 것.

단순한 의구심이었다. ‘설마 전문대 출신이… 겨우 전문대 출신이 그런 훌륭한 글을…’. 한국사회의 오랜 병폐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학력지상주의를 자극하고 조장하는, 조중동류의 꼴통매체들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한국의 아이들이 학원으로 더 떠밀려가게 만드는, 사회의 악으로서 학력지상주의. 바로 그런 학력지상주의를 돈 벌이 수단으로 써 먹었다는 점. 그 범죄적 행위의 중심에, 신동아가 있는 것이다.

신동아 2월호가 발매되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의 첫 반응은, ‘그럼 그렇지…’가 주류였다. 금융전문가 7인 그룹이 ‘미네르바’였다는 보도는, 전문대 출신의 미네르바에 불편했던 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된 것.

그들은 왜 미네르바가 전문대 출신이어서 불편했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미네르바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터넷논객이, 서울의 명문대이거나 미국의 명문대 출신이 아닌, 단지 전문대 그것도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30대 백수라는 사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신동아의 창조물 K씨, K씨가 사라진 지금, 또 많은 이들이 불편해할 것이다. 징글징글한 학력지상주의, 이를 장사수단으로 이용해먹은 신동아, 그냥 두면 안 된다. 폐간운동을 벌여야지….

<월간 말> 동시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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