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사건을 활용해 용산참사를 덮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모 행정관의 행태는 파격을 넘어 ‘엽기’다.

권모술수가 횡행한 정치판이라지만,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억울한 죽음을 또 다른 죽음으로 덮으려는 발상은 치졸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정부의 몰양심과 부도덕성에 또 한 번 치를 떨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다. 뭘 하던 사람일까. 거물급 정치인 아버지 덕에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돈다. 그리고 또 한 때 케이블방송이라는 언론매체에서 일했단다. ‘언론을 아는 사람이려니’ 했던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새삼 행정 조직에 들어가 있는 전직 언론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제까지 견제와 비판을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은 이미 용도폐기된 지 오래다. 그래도 “세상이 다 그래”라고 인정하기엔 마뜩찮다. 언론이라는 ‘칼’의 위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 광주광역시청사ⓒ광주광역시

# 칼자루 들었다놨다 맘대로

광주시에도 언론인 관련 인사는 늘 있어 왔다.

최근엔 민간전문가 몫으로 마련된 개방형직위 여성청소년정책관(서기관급)에 이 지역 한 신문사의 부장급 기자 조모(42)씨가 발탁됐다. 이 지역 언론인들이 이미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지하철공사 비엔날레재단 등 안간 곳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 포진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일도 아니다.

다만 이번 인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건, 그 전임자가 뿌리고간 ‘파격’의 흔적들 때문이다. 전임자 역시 이 지역 또 다른 신문사의 간부급 인사 남모(47)씨였다.

2년 임기 동안 많은 일을 했겠지만, 언론인 출신으로서 그가 언론의 눈길을 끈 건 시의회와의 거듭된 마찰 때문이었다. 의회와 집행부는 구조적으로 불편한 관계인데, 그는 그간 집행부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 행동으로 의회에 대한 집행부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부임 첫 해 연말엔 시의회 특정 의원의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하고, 이를 지방 신문에 광고로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회에서 직무관련 질책을 받은 뒤, 가족의 질환을 사유로 한 달 여간 병가에 들어갔다. 이로써 그는 임기 2년 내내 예산심의를 받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떠날 때까지, 무사(?)했다. 중간에 물의를 일으킨 일과 관련해 한 차례 사표를 제출했다지만, 광주시장은 그를 신임했다.

그의 행보는 시청을 떠난 뒤에도 눈길을 끌었다. 임기 한 달가량 앞두고 작년 연말 사표를 낸 뒤, 그가 간 곳은 2년 전 시청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몸담았던 신문사의 논설실이었다. 그의 손에 다시 감시자의 ‘칼’이 쥐어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칼자루를 들었다놨다 하는 개인도 황당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한 조직도 희한하다. 하지만 “세상이 다 그러지 뭐”라는 한숨에 묻히는 것 같다.

ps. 한숨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요즘 이 지역 언론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광주일보와 전남매일의 향후 운명이다.

두 신문의 모기업은 각각 대주건설과 삼릉건설로,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건설업체다. 이 건설사들은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대주건설은 퇴출대상으로, 삼릉건설은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목돼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일보의 경우, 이 지역 출향인사가 이끄는 또 다른 건설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건설업과 신문사’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조합이 다시 대를 이을 것 같다.

광주지역 일간신문 광주드림 행정팀 기자입니다. 기자생활 초기엔 지역 언론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주로 했는데, 당시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을 많이 절감했구요. 몇 년 전부턴 김광석의 노래가사 중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진다"는 말을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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