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매경 14일 2면, 중앙 14일 12면, 맥도날드 광고

오른쪽 사진의 맥도날드 광고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커피 빈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제 별도 콩도 잊어라”는 맥도날드의 공격적 광고는 몇 년 전 의류업체 해지스가 ‘빈폴’을 겨냥해 만들었던 물어뜯기 광고 “굿바이 폴”을 떠올리게 한다.

맥도날드는 원두커피 가격을 2천원으로 맞춰 3천~5천원대의 스타벅스보다 반값이지만 맛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고 머리에 ‘별을 잊어라’는 자극적인 헤드 카피를 달아 선전포고했다. 전 세계로 확산된 경제위기를 실감케 하는 거친 광고다. 패스트푸드 전문업체인 맥도날드가 음식과 함께 커피 전문시장에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공급과잉의 세계시장이 이같은 광고전쟁을 낳았다.

반격에 나선 커피전문업체 스타벅스는 최근 4달러 미만의 아침식사 메뉴를 미국인들 앞에 내놓으면서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계에 뛰어들었다. 스타벅스는 한술 더 떠 네슬레와 크래프트 등 인스턴트 커피시장까지 공략에 나섰다. <매일경제>는 14일자 2면에 이 사실을 1단기사로 보도하면서 “1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란 제목을 달았다. 스타벅스의 신상품 인스턴트 커피 ‘스타벅스 바이어’가 1팩에 3봉지를 넣어 2.95달러라서 결국 1봉지에 1달러 정도인 점을 제목에 반영했다. 가운데 <중앙일보> 기사는 스타벅스가 인스턴트 커피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을 담았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20여 년의 연구 끝에 고급 원두커피의 향을 재현했다”며 신상품 인스턴트 커피가 ‘고급 원두커피’에 비해 맛과 향에서 손색 없음을 강조하는 스타벅스 측의 주장을 옮겨 실었다.

결국 종합하면 맥도날드의 2천원짜리 원두커피와 스타벅스의 1천원짜리 인스턴트커피의 대결이다. 매경은 가격경쟁력에, 중앙일보는 제품의 품질에 주력하면서 스타벅스 측의 주장에 충실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인스턴트커피는 다음달에야 미국에서 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인다. 한국 국민 누구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스타벅스가 그렇게 주장했으니 내겐 책임없다면 그만인가. 기업 홍보실 직원과 기자는 달라야 한다.

또 있다. 맥도날드가 2천원짜리 원두커피를 내놓았을 때도 광고 카피의 특징과 가격경쟁력을 알리는 보도는 많았다. 2천원짜리 원두커피가 가능한데 왜 여지껏 3천~5천원짜리 커피를 팔아왔는지 의심하는 보도는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위원회’ 증설

▲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이명박 후보의 재산헌납 발표, 오른쪽은 매경 14일 5면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승리가 눈앞에 있는데도 ‘전 재산 사회 헌납’이란 초강수를 던졌다. 그것도 전국민들 앞에 공개리에 진행한 선거홍보방송에서. 이를 두고 <한겨레>는 ‘이명박의 ‘확인 사살’ 헌납’이란 기사 제목을 달았다.

그 기사에서 한겨레는 승리가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 재산 모두를 내놓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속내를 두고 “재산을 내던져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지 모를 도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냥 거짓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더 정확히는 ‘언어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퇴임 후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녀야 하는 사람이 ‘전 재산’을 다 내놓으면 뭘로 먹고 사남. 거리의 노숙인들처럼 추운 겨울 청와대를 걸어나와 곧바로 염천교 밑으로 가 무료급식 줄이라도 서겠다는 말인가.

투표 직전 그 발언은 결국 부메랑이 돼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 당선 1년 넘게 주물럭거리는 대통령은 ‘재산기부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단다. 입만 열었다하면 작은 정부를 외치며 각종 위원회를 없애야 한다는 대통령이 자기 재산을 헌납하지 못해 위원회까지 만들어 그 절차와 방법을 고민하느라 세금을 축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위원회 위원장으로 송정호 전 법무장관을 내정했다고 한다. 송씨는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대선 때 후원회장을 맡았다. 우리는 낙하산 위원회까지 만들어야 하는 대통령을 보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재산 기부방식으론 ‘장학재단’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단다. 이 방식은 이미 삼성 이건희 회장이 X파일과 편법증여 등으로 법적 제재를 받을 위기 때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발표하고, 그 후속처리 방식으로 내놓은 것과 흡사하다. 삼성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만들어 재산 8천억원을 사회에 내놨다.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 참여하는 등 한때 진보적 학자로 알려졌던 신인령 이화여대 전 총장에게 재단 이사장을 맡겼다. 그러나 우리는 재단이 옛 이건희 장학재단에서 이름만 바꾼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