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 로드FC(ROAD FC)가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샤오미 로드FC 31(XIAOMI ROAD FC 031)’을 통해 또 한 차례의 대회를 마감했다.

국내 유일의 ‘글로벌 격투 단체’의 대회답게 이번에도 시끌벅적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대회의 전반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권아솔로 시작해서 권아솔로 끝난 대회였다. 권아솔 외에 수많은 파이터들이 케이지에 올랐지만 대회를 마감한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기억나는 단어는 ‘권두부’라는 다소 민망한 단어(‘권두부’가 무슨 뜻인지는 뒤에 자연스럽게 설명이 된다.)뿐이다.

이번 대회는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이 이둘희와 최홍만을 향해 차례로 도발하면서 일찌감치 격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권아솔이 물고 늘어진 부분은 결국 돈이었다.

이종격투기선수 권아솔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미들급 파이터 이둘희에 대해서 실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파이터로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르기 보다는 돈 버는 데 더 관심이 많고 TV에 얼굴을 내미는 데 집착하는 연예인병 환자라고 도발해왔다.

그리고 로드FC 측에 이둘희와 무제한급 경기를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자신보다 두 체급이나 차이가 나는 대결을 요구한 것은 자신이 체중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둘희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권아솔은 더 나아가 선배인 최홍만에게도 도발했다. 아오르꺼러를 상대로 헤비급 토너먼트 준결승을 앞두고 있던 최홍만에게 그는 모욕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냈다. 그리고 자신과 경기를 치를 것을 제안했다.

실력도 없으면서 억대 파이트머니 받아가며 경기를 치르는 것도 못마땅하고 어차피 아오르꺼러와의 경기는 ‘서커스 매치’인데 그것도 그나마 10초 만에 질 것이니 이쯤에서 은퇴를 하라는 것. 자신과의 경기를 통해 비참하게 지고 추하게 은퇴하라는 말도 포함시켰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통해 권아솔과 이둘희의 경기는 성사됐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둘희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을 맞았고 결국 로드FC의 내부 논의 끝에 권아솔의 상대는 일본인 파이터 쿠와바라 키요시로 교체됐다.

자신이 벼르던 상대와의 대결은 무산됐지만 권아솔은 어쨌든 특유의 독설을 앞세워 이번 대회에 이윤준과 조지 루프라는 메인이벤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제치고 대회의 실질적인 메인이벤터 자리를 꿰찼다.

언론에서 이윤준과 조지 루프의 대결을 대회의 메인이벤트로 소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권아솔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이쯤 되면 권아솔은 이번 대회의 실질적 메인이벤터로서, 그리고 그 이전에 로드FC의 공식 타이틀을 지닌 챔피언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실력을 경기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졌어야 했다.

이종격투기선수 권아솔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대회가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권아솔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원하는 말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뱉을 수 있는 자유는 누렸으되 앞서 언급한 자신의 위상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보여주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로드FC라는 ‘글로벌 격투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경기를 주선해 준 로드FC 정문홍 대표의 얼굴에도 먹칠을 했다.

쿠와바라와 경기를 갖기 전 권아솔은 경기장 입장에만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쿠와바라의 입장 시간에 비한다면 10배는 많은 시간을 썼다. 막말은 했지만 경기에 있어서만큼은 진지한 선수라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경기는 18초 만에 끝이 났다.

쿠와바라의 초반 러시에 맞대응하다 쿠와바라가 날린 오른손 주먹에 관자놀이를 맞고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이후 쿠와바라가 권아솔의 후두부를 가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쿠와바라의 피니시 플로우는 권아솔을 쓰러뜨린 강력한 오른손 주먹이었다.

그런데도 권아솔은 쿠와바라가 자신의 후두부를 가격하는 반칙을 범해서 자신이 패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런 행동으로 인해 권아솔이 얻은 것은 ‘권두부’(권아솔+후두부)라는 굴욕적인 별명과 정문홍 대표의 독설이었다.

정문홍 대표의 독설은 대회가 모두 끝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아솔이 "오히려 기분이 좋다. 후두부를 맞아 경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황당한 소감을 밝힌 뒤 “그래도 여전히 최홍만과 싸우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웃는 모습까지 보이자 정문홍 대표는 화난 표정으로 "너무 실망스럽다. 내 옆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입에 비해 실력이 너무 없었다. 더 준비해야 한다"고 권아솔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권아솔과 최홍만이 맞붙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로드FC가 의도적으로 권아솔이 혐오하는 ‘서커스 매치’를 일부러 만들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파이터들이 펼치는 명승부를 기대한다면 적어도 권아솔이나 최홍만 모두 적임자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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