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1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내 비록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했으나 운이 가난해서 혹 사퇴를 하는데, 집회는 불법이고 망루는 약했으니, 인화 물질은 가득하여 비록 컨테이너 쓸 일이 있어도 감히 물대포질을 가했던 것뿐인데, 조심조심하여도 곧 넘어뜨릴 것 같이 신속히 여겼는데, 불기둥을 만나 곧 내려 걸어갈 일을 깨닫지 못했으니 진정한 법질서의 확립은 분명 경찰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손 후회하여 무엇 하랴.

중앙일보가 높고 날카로운 찌라시로서 잘 날리는 신문지여서 거기에 이름을 올리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용산이 높다 하되 철거민과 전철연이 폭도처럼 보였으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서울 도심이 마비되고 경찰이 부상당하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는 것이 이와 같을까? ‘원인 규명과 사후대책 없이 경질 없다’고 하셨거늘. 검새 높이 날아 책임이 없다는데 하루아침 여론 소용에 대비하는 것이 또 이와 같을까? 하물며 청장은 참으로 자기 마음으로 가지는 것은 아니어라.

그러나 사람이 자리를 갖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할 것은 없다. 나는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어도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빌려 썼고, 중앙일보는 나로부터 이성(理性)을 빌려 원칙과 정도를 누렸으니, 운전면허학원은 경위 월급과 퇴직금, 얼마간의 유산 등으로부터, 나는 15만 경찰 동지의 뜨거운 사랑을 가슴 깊이 영원히 간직하는 것으로, 비복(婢僕)은 무전기 꺼 놓음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었다.

그 구린 바가 깊고 많아서 대개는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도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것들이라 아니 하겠는가? 그러니 이제부터 혹 잠깐이라도 준도심테러와 같이 법 밖의 힘을 빌린 것들의 세상으로 도로 돌아가게 되면, 청기와집 주인도 외톨이가 되고, 중앙을 가졌던 언론사도 쓰레기장이 될 것이니, 이토록 미혹한 자를 거름삼아 법치해야 않을 것인가?

청기와집 주인이 일컫기를 “아까운 사람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자기 복이 거기까지인 걸…”이라고 하였으니, 내가 여기에 느낀 바가 있어서 김석기전을 지어 그 뜻을 넓히노라.

▶ 핵심 정리
지은이 : 완군(1298~1351) 명박국 말의 탱자. 호는 간사. 일명, 김간사.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여 벼슬을 지내지 못하다가 명박국에 와서도 과거에 뜻이 없어 거리의 탱자들과 교류하였다. 지만원 급분노유발 패러디 콩트인 “천사살인(날 법한) 미수 ‘모욕’ 사건”과 "(이)보게, (동)쪽으로 (관)메고 (대변) 보려는가” 등, 네티즌이 외면해 흥행에 참패했던 다수의 작품들을 남겼다.
갈래 : 썰(說x0.8794%). 고대 한문 수필(패관문학)을 베낀 습작. 중학 수준 수필
성격 : 라이타(right-打)적. 우화적. 교훈적
문체 : 만연체. 강건체
구성 : 뜻밖의 기승전결
주제 : 올바른 퇴임의 자세

표현 :
① 보고 들은 체험의 분통터짐을 바탕으로 우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②실존인물의 퇴임사를 적절히 사용하여 사실감에 충실했다.
③추상적·기만적 묘사와 이해 관계적 제시를 적절히 혼용하는 중앙일보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④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어휘 풀이
공권력 : 밑도 끝도 없이 동원할 수 있는 경찰력의 준말. 새벽 시간 어쩌다 지나갈지도 모를 차량의 피해를 우려하여 6명의 생명을 앗아가도 정당화되는 절대 권력
의기양양 : 중앙일보가 바라던 대로 되어 아주 자랑스럽게 행동하는 모양
준도심테러 : 세입자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라 채 이틀이 지나기 전까지의 행위
용돈 : 경위로 퇴역하여 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청장에 이른 아들이 근면성실하라고 주는 돈으로 대통령을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뜨렸다는 전설의 황금보화
아까운 사람 : 정권의 총알받이가 되어 자리에서 물러나 노른자 자리로 옮기기 직전의 사람

▶ 이해와 감상
이런 글을 썰(說x0.8794%)이라 하는데, 저잣거리 혹은 술자리에서 씹을거리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뜻으로 알려진다. 이치에 따라 사물을 해석하고[解(해)], 시비(是非)를 밝히면서, 자기 의견을 설명하는[術(술)] 문체로 다그칠 가치가 없는 일에 주로 사용한다. 온갖 말을 써서 자세하게 논술해 가는 것이 특징이며, 비유나 우의적 표현 방법을 많이 쓴다.

한편 이 글을 문학의 한 장르로 본다면 악플이라 할 수 있다. 악플의 제재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체험과 사색이다. 이 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미안 않지만 어쨌거나 미안하다’를 소재로, 그에 대한 중앙일보의 심리 변화를 치밀하고 분석적으로 제시하고, 더 나아가 한 인간의 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 아버지와 아들의 용돈 소유 문제와 이에 따른 깨달음을 내용으로 한 중앙일보 기사에 대한 악플적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글에 영감을 제공한 중앙일보는 김석기의 사퇴가 운이 가난해서 원칙과 법치를 벗어난 일이라고 봤는데, 사람이 들고 나가는 상황이나 사람의 종류에 따라 마음이 수시로 변하게 되어 항상심(恒常心)을 갖지 못하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한탄하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아울러 법치를 빌어, 이 세상 모든 것을 자기 소유로 하고 싶은 열망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중앙일보는 김석기의 자리를 만들어 주려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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