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들은 벌써 40대의 3, 4선 의원들이다. 한때 한나라당이 수구꼴통 집합소로서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던 시절, 그나마 한나라당에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소위 ‘남원정’이 있어 최소한의 개혁색깔을 아주 살짝 덧칠할 수 있던 시절. 그런 시절이, 진짜, 있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그래도 미식가들의 입맛에는 차이, 차별의 감별이 가능했던 남원정의 활약. ‘약간 개혁 정치’를 당내에서 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원희룡 의원, 정병국 의원. ⓒ여의도통신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 선 후, 지난 1년 동안, 그들은, ‘숨죽이며 사는 식물 정치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경찰정부, 공안정국, 날치기정치가 횡행하던 지난해까지, 그 누구도, 남원정이 생존에 급급할 뿐, 올곧은 소리, 최소한 당내 수구꼴통을 향해, ‘약간’의 바른소리마저 기대하지 못하게 했던, 그들의 정치행보. 한데 올 들어 남경필 원희룡 의원이 힘찬, 상대적으로 미약하나,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원희룡 의원은 1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큰 잘못을 해가지고… 국민들의 마음에 위로와 따뜻함을 주는 그런 차원에서, 그러니까 고도의 정치행위로서,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저는 대국민사과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는 뒤늦었지만 불가피하고 또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그러한 조치… 이번 사퇴에 대해서는 정말 유족과 철거민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끌어안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 대통령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나름대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남경필 의원도 1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경제와 관련된 법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처리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사이버모욕죄, 마스크 관련 법안, 미디어법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여야가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론’을 피력함으로써, MB의 속도전에, 약간 답답하지만, 나름대로 반기를 들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발언이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의 속도전과 독주에 대해서, 비록 작은 저항이지만,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추억의 ‘남원정’이, 경제가 어려울 때 등장하는, 복고풍에 몸을 실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남원정의 나머지 한 명, 정병국 의원이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여전히 박희태 홍준표 대표들의 ‘조교 역할’을 하면서, 미디어관련법과 공영방송법 전도사로서, MB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정병국 의원은 아니라고 해도, 이모저모 다 따져봐도, 언론장악기도 외 설명할 길이 없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장기집권을 향한 교두보 쌓기 외는 이해하기 힘든 법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처럼, 경제살리기 법안도 아니고, 정병국 의원의 주장처럼,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법안도 아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것이다. 정병국 의원이 '남원정'시절에 보여줬던 그런 '약간 개혁 정치'의 '완전실종'이.

한나라당의 젊은 수구꼴통의 상징인, 신지호 진성호 의원 따위의 ‘정치 불장난’과 정병국 의원이, 아직은, 구별되지 않는다. 감별사들이 'MB해-바라기'들과 정 의원의 맛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추억의 남원정. 이제 정 의원만 귀환하면, 비록, 한나라당 내에서지만, 그나마 젊은 피로서, 합리과 상식의 마인드를 가진 남원정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킬 수 있을 텐데…. 다시 한 번 한나라당 수도권 출신의원, 남원정 시대를 보고자 한다.

남원정의 원상복구는, 정병국 의원의 귀환으로 완성될 터. 정병국 의원의 귀환을 진심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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