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운동권과 자발적 시민의 만남

지난 연말·연초의 ‘언론장악 MB악법’ 저지 투쟁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승리였다. 물론 전투에서의 승리이고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은 2차 ‘언론장악 MB악법’ 저지 투쟁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 지난 12월 26일 언론노조 총파업 첫날 저녁, MBC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네티즌의 모습 ⓒ나난
1차 ‘언론장악 MB악법’ 저지투쟁은 ‘네티즌이 중심이 된 촛불’과는 또 다른 새로운 대중운동 방식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봄과 여름의 ‘네티즌이 중심이 된 촛불’은 광화문 네거리에 100만의 시민이 모여들게 했다. 지도부도 없었고 투쟁의 전략과 전술도 없었다.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네티즌으로부터 출발한 자발적인 저항이었다. 노조도 시민사회단체도 예측하지도, 준비하지도, 제대로 개입하지도 못한, 운동권에게는 충격적인 새로운 대중운동이었다.

‘네티즌이 중심이 된 촛불’은 무능력한 운동권의 희망과는 달리 한계를 노출했다. 미국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촛불 대중은 거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의 네티즌 구속과 ‘유모차부대’ 경찰 수사 등의 공안탄압에도 촛불은 재점화되지 못했다.

1차 저지투쟁을 주도했던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은 촛불의 재점화만이 ‘MB악법’을 저지시킬 것이라는 운동권 대부분의 생각과는 다른 판단을 했다. 노조, 시민사회단체, 정당, 파워블로거, 네티즌, 시민의 자발적 촛불 등 각 주체의 능력에 따른 역할의 차이를 이해했다. 따라서 조직적 운동권과 자발적 시민이 만나는 대중운동의 방식을 기획한 것이다.

미디어행동은 지난해 7월부터 ‘언론장악 MB악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법안을 만들어 야당과의 공조 속에서 토론회, 기자회견, 성명 및 논평을 이어갔다. 언론노조는 노동자의 최대 무기인 파업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언론장악 MB악법’ 저지 투쟁에 돌입하며 투쟁에 공감하는 모든 정파, 노동시민사회 단체, 네티즌과 간담회를 가지고 함께 인터넷 홍보, 강연회, 선전전 등을 전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전히 촛불을 밝히고 있던 시민이 투쟁의 대오에 동참했고, 거리에서 사라졌던 자발적 촛불 또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나아가 시민과 네티즌은 스스로 기획해 촛불대오를 넘어 대시민 선전전, 인터넷 홍보, 지역 촛불문화제 개최 등에 나서기까지 했다.

역시 지도부는 없었다. 투쟁하는 조직과 대중은 느슨하고 자발적인 연대의 틀 속에서 자유의사에 의해 움직였다. 지난해 여름의 촛불과 달리 언론노조의 파업 대오가 자발적 투쟁에 나선 시민을 보호했고 또 다시 시민과 촛불의 언론노조 파업 지지는 언론노조 파업 대오를 지켜주었다. 이렇게 물러서지 않는 투쟁 대오는 국민 63%이상이 ‘조중동방송’, ‘재벌방송’에 반대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곧 야당의 국회 상임위 및 본회의장 점거 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1차 저지투쟁은 지난해 여름 ‘네티즌이 중심이 된 촛불’을 계승해 조직적 운동권과 자발적 시민이 만나는 새로운 대중운동 방식을 열었다. ‘MB악법’ 저지투쟁이 끝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1차 저지투쟁에서 보여준 대중운동 방식이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이러한 대중운동 방식이 향후 대중투쟁에 있어서 훌륭한 전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행동은 2차 저지투쟁을 위해 1차 저지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시민·사회단체, 지역촛불, 파워블로거 및 야당과의 연대를 통해 1월 중순 이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 기자회견, 강연회, 선전전 등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장악 MB악법’ 저지를 위해 야당과 원내외 행동전략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약칭 미디어행동)은 2008년 1월 29일 출범했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운동 단체, 미디어 수용자운동 단체, 대안미디어운동 단체, 정보인권 운동 단체 등 48개 단체가 연대했다.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직 인수위의 언론사찰 규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반대’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장악 MB악법 저지’까지 쉬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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