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신문법과 방송법을 뜯어 고쳐 신문의 방송소유와 거대재벌의 방송진출을 허용한다고 나섰다. 거대신문-재벌이 손잡은 공룡방송을 만든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 속셈을 감추고 경제 살리기란 허울을 씌워 묘약처럼 떠든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언론노조, 시민단체들은 방송장악을 노린 음모라며 저지활동이 치열하다. 지난 연말연초에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도 또 한판의 충돌이 예상된다.

역대정권은 케이블TV, 위성방송, DMB가 등장할 때마다 장밋빛 정권홍보에 도취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니 ‘차세대 성장동력’이니 하며 국민을 현혹시켰던 것이다. 1995년 케이블TV가 도입되자 삼성, 현대, 대우 등 거대재벌이 황금알을 잡는다고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두 손 들고 물러났다. 케이블TV는 아직도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을 해결하는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1월 31일자 중앙일보 3면.
2002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출범했다. 당시 정권은 무려 22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3만명의 고용창출을 떠벌렸다. 그런데 남은 것이라곤 2007년 현재 누적적자 4674억원뿐이다. 증자에 매달려 목숨을 부지하는 신세다. ‘손안의 TV’라는 DMB도 무한한 성장을 약속했지만 이 또한 잿빛으로 변했다. 3조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던 위성DMB는 2007년 현재 2998억원의 누적적자에 눌려 신음한다. 지상파 DMB도 누적적자 1014억원에 시달린다.

인터넷미디어방송인 IPTV 또한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을 듯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IPTV가 활성화되면 생산유발 효과만도 8조9000억원이나 된다고 요란을 떨었다. 일자리도 2009년 8300명, 2010년 1만5200명, 2011년 2만2600명, 2012년 2만9700명이나 생긴다고 떠벌렸다. 그런데 지난해 3개 사업자가 고용한 인력은 222명에 불과하다. IPTV는 케이블TV와 경쟁관계에 있다. IPTV의 성장은 곧 케이블TV 시장의 잠식이다. 어디서 그 많은 일자리가 쏟아지는지 말하라.

이명박 정부는 거대신문-재벌의 방송소유를 추진하면서 또 허황한 경제효과로 국민을 호도한다. 2007년 현재 방송종사자는 모두 2만8913명이다. 그런데 고용창출 효과가 최대 2만1465명이나 되고 생산유발 효과가 최대 2조9419억원이나 된다고 큰소리친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시청시간이 늘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방송이용시간은 지난 10년 동안 정체상태다. 1998년 지상파 TV 시청시간이 하루 193.6분이었는데 2008년 지상파 116.7분, 케이블-위성방송 73.1분으로 분산되었을 뿐이다.

MBC와 KBS2의 민영화란 소유구조의 변경을 뜻한다. 신문사가 방송사를 소유하면 중복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같은 분야의 취재기자를 방송 따로, 신문 따로 둘 필요가 없다. 광고·관리인력도 마찬가지다. 고용창출이 아니라 고용파괴가 일어난다. 주인을 거대신문·재벌로 바꾸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니 무슨 헛소리인가?

지상파 방송과 비슷한 규모의 종합편성채널을 만들려면 SBS 규모의 인력이 필요하다. SBS의 종사자는 1520명이다. 보도전문채널은 YTN 규모의 인력이면 충분하다. YTN의 종사자는 627명이다. 방송은 이미 공급과잉, 광고부족으로 지상파까지 심각한 경영난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신규방송에 뛰어들지도 의문이다. 무슨 근거로 2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떠드는가?

2007년 전체방송매체 매출액은 10조5255억원이다. KT의 2008년 매출액은 11조7849억원이다. 방송계를 통틀어도 KT란 단일 기업의 매출액보다도 작다. 방송광고 시장규모는 2007년 3조3657억원이다. 세계적 경제위기로 작년 4/4분기부터 광고시장이 급격히 수축되고 있다. 방송은 영향력에 비해 시장이 협소한 편이다. 국민을 하루 종일 TV 앞에 묶어 놓는다면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니까 이런 엉터리 예측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려고 든다.

거대신문-재벌이 손잡고 태어나는 언론매체는 거대한 언론권력이다. 광고주들이 그 언론공룡이 두려워 광고를 몰아줄 것이다. 다른 신문, 방송들은 나머지 광고시장을 놓고 과당·출혈경쟁을 벌이다 공멸의 길로 간다. 결국 여론다양성은 파괴되고 민주주의는 실종된다. 바로 이것을 경제 살리기 탈을 쓴 ‘방송장악법’의 숨은 칼이 겨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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