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뚜루루…” 한 무리의 두루미 떼가 칼바람 휘날리는 강가에서 울며울며 소리치고 있다. 두루미떼의 외침을 알아차린 듯 강 건거 숲속에 숨겨진 하천부지 불법농경지에 새까맣게 앉아있는 무수한 쇠기러기떼가 “꽈-꽈-꽈-꽈-”하고 맞장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대구 달성습지에 보금자리를 틀었던 두리미떼들이 한뼘 두뼘 갉아먹고 쳐들어오는 개발의 협공을 견디다 못해, 낙동강 하구도 일본땅 이즈미도 아닌 곳을 방황하다가 근근이 새로운 땅을 찾아 내린 곳이 낙동강 중류의 구미지역 해평과 고아의 드넓은 강가였다. 낙동강 중류에 속하는 해평·고아지구는 안동에서 상주까지 서향으로 줄기차게 흐르다가 상주·선산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물길 방향을 틀면서 강의 품을 한없이 넓게 펼쳐놓았다.

이 곳은 세상의 어느 강에 내어 놓아도 첫손 꼽힐 은백 빛깔의 모래가 가득 널려있는 천혜의 자연자리다. 평균 1km에 가까운 넓은 강은 한복판에 물길을 만들고, 강가 양쪽 기슭엔 상류 강물이 보듬어 안아 실어온 각종 영양분을 받아들여 숲을 만들고, 그 곳에서 살아가야 할 먹이사슬 살림터를 만들어 놓았다. 바로 해평 습지, 고마강 숲이 그 자리다.

1997년경 몇 마리의 흑두루미가 이 곳에 내려앉더니만, 1999년 12월에는 1천 마리가 넘었고 2001년, 2002년에는 2천 마리, 2003년부터는 3천 마리의 두루미가 대구 달성습지를 대신하여 그들의 새로운 살림살이를 시작했다. 낙동강 중류에 새로 찾아온 귀한 손님을 위해 경북대 박희천 교수팀과 구미시에서 이 곳의 760만㏊를 ‘철새 보호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협약된 10년의 기간이 경과한 뒤 2008년 5월을 기해 재갱신되지 못한 채 유보되어 있는 실정이다.

10년을 거쳐 자리잡은 두루미떼와 쇠기러기떼가 마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안타까운 울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적인 보호종이며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겨울진객 두루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구미시에서 다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760㏊의 철새도래지(조수보호구역)를 얻기까지, 그리고 얻고나서 이 곳에 생겨난 생태적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생산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 곳의 가치가 실종되어 버린다면 그 값은 얼마일 것이며 또 그것이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가치라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

강이 불러들인 조류 생태개의 진객을 내쫓을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안심하고 찾아올 자리를 지켜주어야 할 것인가! 나를 비롯한 몇 사람들은 이 곳을 ‘기회의 땅’ 이라고 부른다. 오호 통제라! 그런데 이 곳에 이와는 정반대의 기류가 불면서 반생명적인 씨앗을 심고자 하는 음모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가 작금의 중요 화두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 사업지구로 예정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 곳의 64만평 정도의 땅(구미시 지산동과 고마읍 괴평리의 4.26㎞구간에 211만㎡(63만8천평))에 약 350억원을 투입해 축구강 10곳을 비롯해, 59개의 체육시설 설치와 제방 축조를 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곳은 철새도래지이기도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광역상수원 취수장과 구미국가공단 공업용수취수장이 있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계명대 김종원 교수 등이 말하는 그야말로 ‘에코 테러’의 현장인 것이다. 어렵사리 불러들인 생태계 진객을 쫓아내면서, 낙동강에서도 유일한 총의의 대자정구간을 난도질하는 토목오염에, 사업의 내용이나 그 결과에서 사회적 합의가 생략된 채 진행되는 이런 일들이 어찌 ‘4대강 살리기’의 일이란 말인가! 단지 단기부양의 일회성으로 거대하고 집요한 악순환의 레일을 까는 일임에도, 왜? 아무런 견제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인가.

64만평의 땅은 엄연히 국가와 국민의 공공재산이다. 들리는 소문에 이 곳에 널려있는 일부의 하천부지를 비롯한 수변구역의 땅주인이 한 때 건설회사를 운영했던 구미시 의회의 지도층 의원이라고 한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런 소치야 말로 강을 팔아 특정 개인의 부를 늘려주는 이해사업으로서 신종 ‘떡고물사건’이 되어버린다. 강을 통해서 국민의 환경권과 문화권을 확대시키는 복지가 최우선임에도 그 정반대의 결과로 가는 상황임을 구미의 주민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4대강 정비사업의 선도사업지구 계획을 살펴보면 교묘한 사업의 진행방법이 나열되어 있다. 현재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와 ‘사전환경성 검토-환경영향평가’의 제도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사업구간거리 10㎞ 이상과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 될 때는 필연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 김상화 (사)낙동강공동체 대표
그러나 4대강정비사업의 선도지구 사업에서는 이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방법으로 유독 480억짜리가 눈에 띄게 많고 구간도 4~6㎞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이같은 상황을 짚어볼 때 사업의 사전에 꼭 거쳐야 할 검증과정을 생략시키겠다는 발상이 너무나 뚜렷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상식적으로 추정해보아도 엄청난 환경파과와 환경압박이 있을 터인데도, 이들 사업들은 미꾸라지가 진흙 속을 빠져나가듯이 검증과정을 피해나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순간 편의적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나타나는 사업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강의 생태계를 괴롭힐 것이며, 유역주민에게 악순환 장치를 만들어 놓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일을 왜 이렇게 만드는 것인가. 사업을 쪼개고 또 쪼개어 사전의 환경성 검토과정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자주 보아왔던 ‘설계변경’이라는 명분으로 사업의 틀을 바꾸어 버릴 것이 명약관화 함에도 눈가림으로 하나의 목적만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아갈 사람들일까.

진정 이 땅 국토와 강과 하천의 주인인 국민과 유역주민들께서 고심해야 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