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예정지에서 5명의 철거민이 사망한 지 열흘도 더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망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 추운 겨울에 그들이 왜 망루에 올라가야 했는지, 왜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철거민들의 처절한 현실에 대한 고민은 없다.

철거민들의 가슴 아픈 죽음을 듣고 달려온 국회의원이 경찰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나는 국회의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진상규명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는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다. 지난 22일 공문을 통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는데도 대답이 없다.

▲ 김석수 창조한국당 부대변인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유원일 의원에 대한 경찰폭행사건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해 당내 유원일 의원 폭행진상규명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밝히고 있다. ⓒ여의도통신
정부는 흐지부지 뭉개고 싶겠지만 이번 사건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재개발 이익을 노리는 무리들에 의해 우리 국민의 생존과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30일 관련 당사자들을 고소·고발했다. 사법대응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뻔뻔함이 어디까지인지, 우리 민주주의와 법질서의 현실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고소·고발의 이유는 충분하다. 첫째, 법질서를 세우겠다는 정부가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에 대한 범죄행위를 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의 아픔을 대변하고 어루만지려는 국회의원의 (조사)활동이 공권력의 폭력으로 저지됐기 때문이다. 셋째, 경찰, 즉 공권력의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철거민에 대한 잔인한 진압은 이명박 정부에게 서민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회의원 폭행은 이명박 정부가 헌법기관도 짓밟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재벌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권력으로 서민들을 죽여서라도 내쫓고, 국회의원에 대한 폭행도 불사하는 것이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명박 정부의 철학이자 본질이다.

▲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여의도통신
그러나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경제위기라는 재앙을 남기고 신자유주의는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영국의 대처 정부와 미국의 부시 정부도 유례없는 양극화를 만들고, 저항하는 국민에게 막가파식 대응으로 일관하다 쓸쓸히 퇴장했다. 이들에게 남겨진 훈장은 ‘역대 최악의 정부’라는 냉소뿐이다. 이명박 정부도 이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 국민은 불과 20년 전에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이런 국민들에게 5공과 유신독재로의 후퇴가 용납될 것인가? 더구나 지난 10년동안 양극화와 빈곤이 심화됐다. 여기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서민과 중산층, 젊은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분노를 억누르고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려는 정부가 제정신인가? 나와 국민들 눈에는 훤히 보이는 현실이 이명박 정부에게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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