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하기 위해 특별귀화를 신청했던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의 첼시 리가 특별귀화 신청 서류를 위·변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6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이날 첼시 리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문서가 위·변조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첼시 리의 특별귀화를 심사하던 중 그가 제출한 출생증명서와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할머니의 사망증명서 등이 조작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주한 미국대사관에 문의한 결과 ‘첼시 리 아버지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농구 KEB하나은행 첼시 리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열린 공정위원회에서 특별 귀화와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지난 6일 대한체육회는 “리 선수를 체육 분야 우수인재로 선정해 한국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 법무부에 특별귀화를 추천했다.

첼시 리가 특별귀화를 신청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부분이 큰 역할을 했다.

WKBL은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인인 외국인선수를 혼혈선수로 인정하고, 국내선수 쿼터로 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할머니가 한국인이었던 첼시 리는 이 규정 덕분에 KEB하나은행에서 국내 선수 자격으로 뛸 수 있었고,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를 포함해 외국인선수 3명을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는 유리한 상황 속에 2015-2016 시즌을 치러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 최종 준우승을 차지했다.

KEB하나은행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첼시 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고, 데뷔 시즌 경기당 평균 15.2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한 결과 신인상, 베스트5, 득점상, 야투상, 리바운드상, 윤덕주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첼시 리가 당초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활약을 펼치자 농구계에서는 첼시 리를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방안이 거론됐고, 실제 특별귀화 신청으로 이어진 것.

첼시 리(KEB하나은행)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윤덕주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첼시 리이 특별 귀화 신청 서류에 위.변조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별귀화와 대표팀 합류는 사실상 무산됐고, 그를 혼혈 선수로 뛰게 한 소속팀 KEB하나은행과 WKBL도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이번에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첼시 리 사태’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것.

첼시 리가 KEB하나은행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2015~2016시즌이 개막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WKBL의 혼혈선수 등록 과정에서 필요한 구비 서류가 미비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KEB하나은행에 앞서 첼시 리와 접촉했던 일부 구단들이 계약을 섣불리 추진할 수 없었던 이유도 그가 혼혈 선수임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 내지 가족관계 증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거론됐던 가장 큰 문제점은 첼시 리의 한국인 할머니와 미국인인 첼시 리의 아버지와의 모자 관계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 첼시 리의 한국인 할머니와 아버지의 가족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첼시 리에게 혼혈 선수 자격을 부여할 수 없는 것.

여자농구 KEB하나은행 첼시 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당시 첼시 리의 가족관계를 둘러싼 의구심이 컸던 또 다른 이유는 첼시 리에게 요구했던 가족관계 증명 서류가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성격의 서류들이었음에도 첼시 리가 서류 제출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2015-2016시즌 성적 향상이 절실했던 KEB하나은행이 첼시 리와 계약을 체결했고, WKBL은 ‘첼시 리의 혼혈선수 등록 서류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그의 혼혈선수 자격을 인정, 비로소 첼시 리는WKBL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한 이후에도 꾸준히 첼시 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언론도 쉽사리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농구계 안팎에서 첼시 리의 신분과 혈통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WKBL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첼시 리의 특별귀화 서류가 위조 내지 변조였던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한국여자농구는 그야말로 메가톤급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소속팀인 KEB하나은행은 부정선수를 한 시즌 내내 출전시킨 셈이 되므로 지난 2015-2016시즌 하나은행이 기록한 모든 성적은 백지화 될 가능성이 높고, 더 나아가 앞으로 맞이할2016-2017시즌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징계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성적에 눈이 어두워 선수의 자격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WKBL 전체의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첼시 리의 서류에 대해 ‘진짜 서류’임을 전제로 혼혈선수 자격을 인정하고, 국가대표 선발까지 추진했던 WKBL와 농구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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