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방송을 끝으로 KBS <미디어 인사이드>가 폐지됐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미디어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KBS <미디어 인사이드>는 지상파방송, 종합유선방송, 보도전문채널을 통틀어 유일한 미디어 상호비평 프로그램이었다. 때문에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는 미디어 전반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비판 기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흔히 미디어는 사회적 공기라고 불린다. 특히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다루는 미디어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용자는 언론이 주목한 이슈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또한 언론이 이슈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는 여론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커다란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는 여론의 형성과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때문에 혹자는 언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디어는 자신의 힘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사회적 공론장 확대를 통해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

나아가 미디어가 그러한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미디어가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미디어 조직 내 관행이나 위계질서, 정치인, 기업, 이익단체, 수용자, 외국 등 다양한 요인이 개입된다. 그러나 수용자는 자신이 접한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 어떤 요인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기 어렵다. 또한 수용자는 미디어가 쏟아내는 수많은 뉴스나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미디어가 어떤 이슈에 주목했는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전문가나 수용자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발견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디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미디어 스스로 비평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디어가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같은 업계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잘 알 수밖에 없다. 동료의식이 형성되어 문제를 알면서도 지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오히려 자사가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비평의 가장 바람직한 주체는 수용자이다. 그러나 수용자는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어 미디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수용자는 미디어의 생리를 잘 알기 어렵기 때문에 깊이 있는 비평이 쉽지 않다. 이에 인터넷 매체나 시민단체가 수용자를 대신하여 미디어를 감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가 자기 자신을 감시하는 인터넷 매체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크게 부각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 비평을 미디어 스스로가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경우 자사 뉴스를 비평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 외에도 미디어 업계 전반에 대한 건전한 비평 문화 확산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상호비평은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이를 수용자에게 확인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미디어는 정치권력의 억압으로 사회적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지 못했다. 1980년대 후반 언론 자유화와 더불어 정치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디어 스스로도 정치권력에 굴종했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미디어가 양적으로 증가하고, 한정된 광고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론의 상업화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유무선 인터넷과 스마트 단말기의 확산은 수용자가 더욱 손쉽고 편리하게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결과 수용자의 시선과 관심을 잡기 위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은 미디어로 하여금 공적 가치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인식에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를 둘러싼 냉엄한 현실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디어 상호비평 활성화라는 공적 가치가 부정되어서는 곤란하다.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OTT, SNS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은 소수의 미디어가 여론을 좌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는 여전히 의제설정 기능을 바탕으로 여론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디어 상호비평은 미디어가 그러한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담당한다. 미디어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상호비평 문화는 미디어의 권력화를 견제하고 정치권력이나 자본의 개입에 따른 상업화를 차단함으로써 건전한 여론형성과 공론장 기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미디어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상호비평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가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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