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언론악법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시도를 무산시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한나라당이 최근 대시민 홍보전을 강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언론관련 7대 악법이 ‘지역언론들을 살리는 법안’이라는 주장을 새롭게 선보였다. 홈페이지에 게시한 선전물에서 8번째로 ‘신방겸영이 이뤄지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언론에 투자가능 기업이 늘어나 살아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고매한 의도를 이해하기에는 지역사람들이 너무 무식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지역 순회설명회도 갖는단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그러는 거 아니다. 신문방송 겸영이 이뤄지면, 지역시장에 투자할 기업이 늘어날 거라고? ‘만들수록 손해’라는 지역방송의 현실과, ‘조중동’의 시장침탈로 인해 고사위기에 처한 지역신문산업의 현주소를 몰라서 이런 주장을 하는가? 도대체 어떤 기업이 이윤이 나지 않을 지역언론 시장에 뛰어든단 말인가!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박성제)가 26일 오전 10시 여의도 MBC본사에서 ‘7대 언론악법 저지 조중동 재벌방송 저지’를 위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김완
더군다나 지역사람들을 죄다 ‘단기기억상실증’ 환자로 생각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역언론 살리기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최소한의 경쟁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지역언론에 무조건 시장논리만을 들이대는 것이 이명박정부의 언론정책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취약매체에 대한 공적지원 강화는 고사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반토막내고, 지역방송의 광고판매를 지원하던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해체하고, 시장논리에 근간한 민영미디어랩 도입을 강행하고 있는 게 도대체 누구였는가.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언론관련 법안은 조중동방송 만들기이자 지역말살법이다. 그 이유를 하나 하나 살펴보자.

#1. 신문방송 겸영허용

우선, 겸영허용에 따른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의 시장진입은 한정된 방송광고시장을 잠식하여 지역방송 등 군소매체의 몰락을 가져온다. 지역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재원의 80~90%를 광고시장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문과 방송의 주요 수익원인 상업광고 총량은 미디어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내총생산 등 실물경제의 크기와 관련된다. 기업들이 광고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사실상 고정되어 있어, 매체환경이 변한다고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매체시장의 특정영역, 가령 인터넷영역의 광고비중이 늘어나면 나머지 영역의 광고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같은 이치다. 시장지배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큰 ‘조중동방송’이나 ‘재벌방송’이 매체시장에 등장할 경우, 이들에 대한 광고비 쏠림현상은 심화되고, 군소매체인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의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지역방송 등은 실물경제의 위축에 따라 거의 30% 가까운 광고수익 축소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더욱이 ‘조중동방송’과 ‘재벌방송’의 여론독과점은 필수적으로 지역의제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2001년~2002년 동안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전국지의 사설 중 지역의제와 관련된 것은 단 3%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역언론이 사라지고, 수도권 규제완화에 목숨거는 이들 ‘조중동’의 여론독과점이 심화된다면 지역균형발전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2. 신문법 개정안

다음으로 신문법 개정안이다. 복수소유 허용, 신문지원기관 통폐합, 신문고시 폐지 등이 해당 내용이다. 매체간 복수소유를 허용함으로써 자본력이 강한 매체 중심의 통폐합이 실현된다면, 열악한 지역매체의 고사는 불가피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신문고시 폐지’다. 신문법 상 독자권익보호조항 가운데 하나였던 무가지와 불법경품 금지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조중동’의 무차별적인 시장침투를 용인한다는 점은 지역신문의 숨통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조중동’은 한 해에만 수백억 원의 불법경품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지역신문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불법 경품과 무가지를 규제하던 신문고시가 폐지될 경우, 불법 경품과 무가지는 더욱 만연할 것이고, 그만큼 자본력이 뒤쳐지는 지역신문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3.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허용

연예오락, 드라마, 보도프로그램 등 종합편성을 하는 케이블채널의 등장은 또 하나의 지상파방송사를 허가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여기에 YTN이나 MB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이 추가로 도입될 경우 광고시장은 새롭게 등장하는 신규매체의 광고물량을 충당하기 위해 군소매체인 지역매체의 광고비를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4. 민영미디어랩 도입

이미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방송광고판매제도의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는 시장주의에 근간한 민영미디어랩 도입은 지역방송 등 군소매체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민영미디어랩 도입 첫 해, CBS 등 종교방송은 90%이상, 지역방송도 최대 20%까지 광고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5. 케이블방송에 대한 수직규제와 수평규제 완화

이는 전국독점사업자인 MSO에 의한 지역케이블방송시장 독점을 심화시킴으로써 시청자의 권리는 축소되고, 경쟁관계에 있는 지역방송의 경쟁력은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2007년에 있었던 케이블방송의 일방적인 시청료 인상과 채널변경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케이블 친화적 방송정책을 펼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태를 볼 때, 일반가정에서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직접수신하는 비율인 ‘도달율’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지상파방송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파장애 등으로 안테나를 통한 수신이 아닌 케이블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수신하는 가정이 늘어날수록, 이윤창출에 골몰해있는 케이블방송의 영향력이 강해져 지역지상파방송에게는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 공영방송법

공영방송법은 MBC 민영화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MBC의 존립 자체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현행 계열사체계에서도 종속구조가 심각한데, 만일 MBC민영화가 실현된다면 지역방송은 시장기능에 따라 인위적 통폐합과 지역보도 및 편성기능 축소 등이 불가피하다. 한마디로 방송국 건물만 남는 빈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다.

이는 재벌 등 자본의 소유로 전락한 상업방송의 속성이 공공성보다는 이윤창출에 더 큰 목표를 두는 것과 관련된다. 지금도 지역방송의 보도물과 편성프로그램은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실정이다. 그나마 공공성강화를 주요 목표로 하는 현행 방송철학과 시스템이 유지됐기 때문에 지역방송이 존재할 수 있었으나, 이는 체제가 무너진다면 돈이 되지 않은 지역방송프로그램은 아예 사라질 수밖에 없다. MBC민영화의 가장 직접적 피해자는 지역시청자들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명박정부의 언론정책은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을 철저히 고사시키는 정책이다. 지역언론이 사라지면 지역사회도 존립할 수 없다. 더 이상 지역의 목소리와 요구가 수렴될 공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여론시장에는 ‘조중동’이 생산하는 수도권 발전의제만이 자리할 것이며, 지역차별의 악순환고리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말 그대로 2등 국민의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서 MB악법은 ‘지역말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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