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사원행동쪽 관계자들에게 ‘반성’과 ‘선처 호소’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BS PD·기자협회는 이에 반발해 중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29일부터 무기한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장 업무를 담당했던 PD·기자들이 당장 29일 0시부터 제작현장에서 빠지는 등 이들의 투쟁 수준이 총파업 형태를 띰에 따라 KBS는 뉴스와 프로그램에서 차질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대휴투쟁에서 예외로 했던 야근 근무자들까지도 제작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실상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노조와 사측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단 한가지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재심청구 문건에서) 반성과 선처를 구한다는 워딩을 요구했다”며 “전향하면 살려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기한 제작거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강고한 대오로 반드시 우리 동료들을 구해내고 쓰러져가는 KBS를 구해내자. 미래에 대한 염려도 있었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똘똘 뭉친다면 하나도 겁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투쟁에서 지면 향후 5년, 10년간 신뢰도·영향력 1위의 KBS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KBS가 중심을 못 잡았던 이유는 우리가 회사를 견제하지 못하고 비판정신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KBS를 살리는 데 매진하자. 같이 뭉치면 해낼 수 있다. 문닫을 각오를 하고 한번 붙어보자”고 강조했다.
주말앵커를 맡고 있는 임장원 KBS 기자는 뉴스 진행에서 빠지기로 했다. 그는 “싸워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그랬다면 노예해방, 여성 참정권 획득 등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가치를 추구하는 자들의 것”이라며 “그동안의 싸움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진정성, 용기, 연대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지면 나가서 미니 방송국을 하나 차리자”고 주장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29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민주광장에 모여 연합집회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노조는 사측과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