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사원행동쪽 관계자들에게 ‘반성’과 ‘선처 호소’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BS PD·기자협회는 이에 반발해 중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29일부터 무기한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장 업무를 담당했던 PD·기자들이 당장 29일 0시부터 제작현장에서 빠지는 등 이들의 투쟁 수준이 총파업 형태를 띰에 따라 KBS는 뉴스와 프로그램에서 차질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대휴투쟁에서 예외로 했던 야근 근무자들까지도 제작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실상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 28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KBS PD·기자협회의 무기한 제작거부 출정식이 열렸다. ⓒ곽상아
28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무기한 제작거부 출정식에는 300여명의 PD·기자들이 모여 “광호(부사장) 병순(사장) 몰아내고 이사회를 해체하자” “독재정권 닮아가는 언론탄압 포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노조와 사측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단 한가지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재심청구 문건에서) 반성과 선처를 구한다는 워딩을 요구했다”며 “전향하면 살려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기한 제작거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강고한 대오로 반드시 우리 동료들을 구해내고 쓰러져가는 KBS를 구해내자. 미래에 대한 염려도 있었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똘똘 뭉친다면 하나도 겁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덕재 KBS PD협회장(왼쪽)과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오른쪽)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은 “지난 일주일간 우리는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 노조가 함께 하자고 해서 대휴투쟁 날짜를 하루 늦췄고 야근 근무 할 사람도 넣어주고, 연휴근무자도 넣어줬다. 이렇게 양보한 이유는 최소한 뉴스에 타격을 주지 않고 우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측은 한 게 없다”며 “(사측은) 징계 당사자들의 유감 표명, 류광호 특별인사위원장 교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극적인 양보안을 제시했다가 하룻만에 곧장 다시 뒤집는 등 우릴 가지고 놀았다. 우리의 마음이 흐트러지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투쟁에서 지면 향후 5년, 10년간 신뢰도·영향력 1위의 KBS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KBS가 중심을 못 잡았던 이유는 우리가 회사를 견제하지 못하고 비판정신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KBS를 살리는 데 매진하자. 같이 뭉치면 해낼 수 있다. 문닫을 각오를 하고 한번 붙어보자”고 강조했다.

▲ 중징계를 당한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왼쪽부터)
중징계 당사자인 김현석 KBS 기자는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우리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재심청구를 오늘(28일) 저녁 내려고 한다. 어차피 협상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재심 청구를 빨리해서 그들이 반성할 기회를 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 문제는 우리를 회사에 다니게 해달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KBS를 위한, 보다 큰 싸움이다. 투쟁의 전선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에 KBS뉴스 시청률이 떨어지고 공정성이 도전을 받았는데, 이젠 우리가 침묵을 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임장원 앵커
주말앵커를 맡고 있는 임장원 KBS 기자는 뉴스 진행에서 빠지기로 했다. 그는 “싸워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그랬다면 노예해방, 여성 참정권 획득 등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가치를 추구하는 자들의 것”이라며 “그동안의 싸움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진정성, 용기, 연대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지면 나가서 미니 방송국을 하나 차리자”고 주장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29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민주광장에 모여 연합집회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노조는 사측과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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