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봉화읍 적덕리와 영주시 이산면 신암리는 시·군의 경계지점이다. 정부에서 끊임없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송리원댐’ 예정지의 상류 부분에 속한다. 이곳은 낙동강의 대지류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내성천’의 물길자리다. 1996년 초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쯤 둘러보는 나의 낙동강 발품장소이기에 그곳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잘 알고 있지만, 요즘 그곳에 가면 저절로 시름이 생긴다. 왜 그럴까? 뽀얀 안개빛보다 맑으면서도 은빛을 품은 듯한 모래밭의 강바닥이 자꾸만 가라앉는다. 강바닥이 내려앉는 ‘침하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내성천은 전형적인 골재하천이다. 100.4km의 하천연장을 가지고 있는 내성천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풍부한 모래층으로 이루어져 수질의 자정능력이 좋고, 산간이 주변을 뒤덮고 있어 개발로 인한 상처가 적은 자연하천으로서 수변 식생대도 충분하게 배치되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왜 하천바닥이 내려앉을까?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알아채기가 쉽지 않지만 야금야금 내려앉은 것이 2m를 넘고 나서야 나의 감각이 눈을 뜬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에 주민들에게 왜 저렇게 되었나고 물어본다. “요 아래 예천에서 골재채취를 함부로 하니까 그렇지 다른 이유가 뭐 있겠어요” 한다. 적덕리와 신암리가 분기되는 지점을 지나 15km정도 하류로 내려가면 영주시 문수면과 평은면을 가로질러 흘러오는 서천이 내성천을 만나고, 이곳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하천의 폭은 특유의 개활성으로 갑자기 넓어지고 강바닥의 모래층이 깊고 풍부해진다. 이곳으로부터 내성천은 고스란히 예천군의 몫이 된다. 모래는 지방재정자립도의 소중한 자원이 되어 준설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적덕리와 신암리의 주민의 말대로 내성천 강바닥 하류 예천의 골재채취 때문에 내려 앉았다면 강을 젖줄로 살아가는 유역 주민에겐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골재채취가 일으키는 하상침하현상을 생각하면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물길지표’, 즉 대수층이 발달한 하상층이 머리를 스치고(투수성이 좋은 강바닥의 지층에서는 지하수가 발달한 지층이 있고, 강의 주변에 우물이나 샘들이 있어 강바닥의 지하수를 일정량 양수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특히 가뭄철에는 지하수저장량의 감소분만큼 지하수면이 낮아짐), 강바닥 준설이나 골재채취는 결코 아무 곳이나 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같은 현장의 사실을 짚다보면, 골재채취의 방식은 현재의 국지적이고 일방적인 관행에서 완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상하류간에 일어날 수 있는 영향을 감안해야 하고, 더 나아가 채취장 현장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하천망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골재채취로 낮아진 하상은 상류의 안정된 강바닥을 내려앉게 하고 그것들의 곳곳마다 잠재되어 있는 대수층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강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을 불안하게 함은 물론(농업관청의 안전수위 붕괴 및 고갈 현상), 본류 및 주요지류의 유지수량을 소비시키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만 볼 때 구미지역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고 왜관지역의 금산리, 금남리의 농엽지역 우물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으며, 그곳의 주민과 농부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참조로 살펴보면, 강의 준설이나 골재채취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준설을 할 경우에라도 상류에서 하류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하고, 하천망의 안전을 위해 지천에서 대지류, 대지류에서 본류로 옮겨가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계획·추진중인 ‘4대강정비사업’, ‘4대강살리기사업’에서 이같은 대원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18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는 강을 융단폭격 하듯이 죽이는 짓이 되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몇몇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데 이 땅의 많은 국민은 반대만 부르짖는 국민이 아니고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특히 유역주민은 현장에서의 생존과 억겁세월 그들을 품어안고 지켜준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
아시다시피 우리의 큰 강들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수질도 일정부분 안정된 지표를 확보하였으며 하천생태상황도 재생의 새 길을 열고 있다. 많은 국민들께서도 강의 생태적 재생을 반기고 있으며 제각각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교란된 생태계가 곳곳에서 살아나고 오염에 시달렸던 간장빛 강물이 때를 벗겨 푸른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배치된 환경기초시설들도 이제사 제값을 하며 국민의 뜻과 염원을 도와주고 있다. 강을 융단폭격 하듯이 오염시켰던 부끄러운 40년 역사가 있었다면, 강을 되살리고자 엄청난 노력을 했던 20년 가까운 역사가 또 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는 국민의 노력과 자연의 화답에 연결되고 지원되는 사업이어야 한다. 강도 살고 국민도 살고 우리의 미래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길을 파고 제방을 높이고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일보다는 우선순위에서 지난 20여년의 국민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국민의 지혜를 덕목으로 삼는 ‘사회적 대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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