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다. 명절이 되면 각 방송사에서는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쏟아낸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정규편성 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실험적으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파일럿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간보기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 <개그콘서트>, <스타골든벨>과 MBC의 <황금어장>, <스친소>, <우리결혼했어요> 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됐고 SBS의 <연애시대>, <절친노트> 역시 파일럿 프로그램 출신이다.
파일럿 프로그램과 명절과의 관계는?
왜 명절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될까. 그것은 명절이 특별한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있다. 일상이 아닌 기간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방송에서도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심리를 방송사에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 좋고 방송사에서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의 편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간인 셈이다.
KBS2TV <스타골든벨>은 KBS1TV의 <도전! 골든벨>을 변형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2004년 추석에 선보인 <스타골든벨>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들이 마지막 25번 문제까지를 풀어 골든벨을 울리는 것으로 <도전! 골든벨>과 같은 형식이었다. 이 추석특집 <스타골든벨>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정규편성 될 때에는 '지식'의 측면보다 '재미'의 측면을 더 살려 수정되어 지금의 형식으로 재탄생됐다. 그리고 <스타골든벨>은 아직까지 KBS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건재한 상황이다.
이렇듯 방송사들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명절에 편성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도 한다.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이 없는 프로그램은 사장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설 연휴, 즐거운 파일럿 프로그램 전쟁
이번 설연휴 역시 방송사들의 파일럿 프로그램 전쟁이 시작된다. MBC는 <스타 황당극장 어머나>, <요리의 기쁨>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SBS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대결! 스타쉐프>, <스타 달인쇼>, <상식 스캔들>을 설연휴 기간 동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시청자들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MBC <스타 황당극장 어머나>는 시청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모아 재연하는 프로그램으로 김구라, 박미선, 조혜련, 조갑경, 유채영, 이계인, 최은경 등이 출연해 재연 연기를 선보인다. 이들이 망가지는 모습이 보고 싶다면 24일 밤 9시 40분 MBC를 주목할 것. <요리의 기쁨>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을 찾아가 제철 식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설에는 강원도 평창군에 사는 결혼 63주년을 맞은 부부에게 요리를 선보인다고 한다. 요리가 주는 다양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면 26일 오전11시 10분 MBC에 채널고정.
'예능인'이라면 파일럿 프로그램
그런데 KBS에는 이번 설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KBS의 경우 현재 편성돼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딱히 교체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KBS 역시 설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을 무시할 수는 없다. 타 방송사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으로 정규 편성되면 그것이 곧바로 KBS의 경쟁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도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이번 연휴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닥본사'하시라. 명절에 방영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곧 예능 프로그램 편성의 잣대이며 미래이다. 한번 지켜보자. 제2의 <우리결혼했어요>가 이번 설에도 탄생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