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의 제작거부 결의 등 KBS 사원행동 중징계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학계, 노동계,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도 ‘부당징계 철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48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약칭 미디어행동)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관제사장 이병순은 양심적 언론인에 대한 보복징계를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부당한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해당 언론인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는 모든 언론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강력한 연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48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이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징계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곽상아
이들은 “이병순 체제 4개월만에 ‘국민의 방송’ KBS는 온데간데 없고, MB정권을 위해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노골적인 정권 홍보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 권력 비판프로그램 죽이기,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선 KBS 언론인에 대한 보복인사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난도질하는 만행이 거듭되어 왔고,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며 “이는 이명박 정권이 정연주 전 KBS사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앉힐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과정을 거쳐 임명된 관제사장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사장으로 앉혀준 권력에 충성을 다하고, 건전한 비판세력을 옥죄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중징계에 대해 “KBS 내부에서도 이병순 사장의 갑작스런 중징계가 개혁적인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연합집행부’의 출범을 저지하고, 2월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법을 강행처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불법개입을 중단하고, 관제사장을 앞세운 공영방송 장악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KBS 노동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은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공영방송 KBS와 동료 조합원을 지키기 위한 총궐기에 나서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KBS 노동조합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우리는 방송독립을 바라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KBS 안보기 운동을 비롯한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타격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탄발언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이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고 고맙다. 언론악법을 막아내려는 언론노조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징계 대상자들은 가장 선봉에서 한나라당 악법을 막아낼 것”이라며 “정부는 사회를 20년, 3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결코 되돌릴 순 없다. 한줌도 안 되는 무리들로부터 언론과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전과 14범(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깨끗하고 능력있고 입바르게 취재하는 기자, PD들”이라며 “기꺼이 파면된 기자, PD들과 함께 고생과 희생을 함께 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송인들 중에 가장 유능하고 정직한 직원 3명이 쫓겨난 것은 2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사전에 저항을 분쇄하고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공영방송법, 미디어악법 등 주요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KBS 사원행동의 주춧돌들을 파면·해임한 것”이라며 “이는 KBS가 설립되고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여당의 압력을 지켜내는 것이 공영방송 사장의 직무인데, 이병순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의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김서중 학술단체협의회 미디어정책위원장은(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1년간 언론계는 악몽이었다. 5공을 벗어나 방송의 공공성,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언론인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그런데 정권은 그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장을 쫓아내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사회를 온갖 혼란 속에 휘말리게 했다”며 “정부가 연말에 미디어악법 등을 통과시켜 신문에게 방송을 넘겨주고 공영방송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단순히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장악을 넘어서 사회 전체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병순 사장은 고맙게도 투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징계 당사자는 복직만이 아니라 미디어악법 저지에 온힘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정연주 사장 해임과 이병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첫 단추가 됐던 신태섭 이사의 동의대 교수직 해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KBS의 신태섭 이사 해임도 무효고, 신태섭 이사 대신 강성철씨가 참여했던 8월 8월 이사회도 무효이므로 이병순씨는 실정법상으로 불법 사장”이라며 “법적 권한이 없는 이병순씨가 기자와 PD를 무더기로 징계했다. 이병순씨가 사장으로 와서 한 것은 땡전뉴스에 버금가는 땡이뉴스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 죄없는 기자, PD를 파면하는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깔아뭉개면 시민들은 80년대의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불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방송장악 음모를 가진 정권이 YTN사장에 낙하산을 앉힌 다음 직원들까지 거리로 내쫓게 했다. KBS의 이병순 사장도 양심적 언론인들을 내쫓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민주세력과 연대해서 민주화의 보루인 방송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양승동 KBS사원행동 공동대표, 김현석 KBS사원행동 대변인, 성재호 KBS기자 ⓒ곽상아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면 또는 해임의 당사자인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김현석 KBS 사원행동 대변인, 성재호 KBS 기자가 나와 자신들의 소회를 밝혔다.

양승동 KBS사원행동 공동대표(파면)는 “현재 KBS 내에는 제2의 양승동 PD, 제2의 김현석 기자가 되겠다는 KBS 동지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전혀 두렵지 않다”며 “우리를 예상외로 중징계한 것은 2월 임시국회 대격돌을 앞두고 사전정지작업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징계는 KBS인들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극적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있다면 저희의 법적 투쟁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KBS 기자(해임)는 “그동안 KBS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는데도 이런 징계가 내려진 것은 저쪽에서 많이 급해서인 것 같다. 예전에 탐사보도팀에 있을 때 대통령 후보들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많이 했는데 이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KBS사원들에게 여전히 이런 것이 남아있기 때문에 징계를 내린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싸우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아직 KBS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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