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과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밝힌 KBS 직원 8명을 징계한 것에 대해 KBS 구성원들이 제작거부를 결의하는 등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강동구)는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천명하고 나섰으며, KBS PD협회는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19일 저녁 총회를 앞둔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찬반투표도 가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측 징계에 대한 반대 투쟁이 힘을 받고 있다.

19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노조의 부당징계 규탄 결의대회’에는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5천 조합원 똘똘 뭉쳐 부당징계 박살내자” “이 다음엔 네 차례다. 이병순은 각오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19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KBS노조의 부당징계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곽상아
이날 결의대회에서 강동구 KBS노조위원장은 “2008년은 KBS 역사에 있어서 8·8사태(8월8일 유재천 KBS 이사장의 요청으로 경찰이 KBS에 투입된 일)로 민주 성지가 공권력에 의해 유린당했던 해다. 부당징계를 해야 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라고 되물으며 “노조가 투쟁의 선봉에 나서서 부당징계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슬프고 참담한 일로 조합원들을 만나게 되어 유감스럽다. 취임 전에는 한나라당이 미디어악법으로 엄동설한에 장외로 몰아내더니 이제는 이병순 사장이 큰 선물을 주었다”며 “미디어 악법과 공영방송법을 앞두고 사측이 무엇을 위해 이런 부당징계를 하는 것인지 조합원 여러분께서 똑바로 인식하시라”고 당부했다.

▲ 조합원들이 부당징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곽상아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오전 11시 총회에서 제작거부에 들어갈 것을 결의했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언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은 유신독재 때 박정희나 하던 행동이다. 항간에는 2주의 기간이 남았으니 (징계 수준을) 낮춰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이는 전향서 한장을 쓰면 살려준다는, 독재정권의 행동과 무엇이 다르냐”며 “이번 싸움은 그동안 분열됐던 조합원들이 KBS노조의 깃발아래 모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KBS노조가 몸으로 하는 가열찬 투쟁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부당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질기도록 강력하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사장·경영진이 만들라는 대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시청자들의 요구, 나의 생각 등을 골고루 받아들여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고작 그 정도가 파면 사유가 된다면 우리 모두가 파면감”이라고 덧붙였다.

▲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현석 KBS 사원행동 대변인, 성재호 KBS 기자,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곽상아
민필규 KBS기자협회장은 “반민주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찰 난입, 절차를 무시한 이사회를 막았다고 해서 징계를 하나. 이번 징계를 막지 못하면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KBS는 죽게 된다”며 “오늘 저녁 9시 30분, 전면제작 거부에 돌입하기 위한 찬반투표는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병순 사장과 동료로서 같이 근무 했었는데 당시 그는 후배들을 혹독하게 다뤘음에도 후배들이 선배로서 인정했던 사람이다. 기사를 엿바꿔 먹거나 정치권에 줄을 서지 않았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바뀐 것 같다. 정권과 이사회의 눈치를 보는 등 중심을 못잡고 있다”며 “동료를 내치고 연임할 수 있을 것 같은가”라고 주장했다.

징계의 당사자인 김현석 KBS사원행동 대변인(전 KBS기자협회장)은 “정권에 굴종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싸움이, 넉 달 지난 지금 불러내서 총을 쏠 만큼 미웠나. 이번 징계가 그들의 한풀이라면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저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모르겠지만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굴종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어떤 위치에 있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부당징계 철회’를 외치고 있다 ⓒ곽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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