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으로 법적 출근이 보장됐던 구본홍 YTN 사장이 한 달 여 만에 아침 출근을 포기하고 2분만에 돌아갔다.
19일 오전 7시23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에 도착한 구 사장은, 오전 6시30분부터 모인 노조원 100여명이 외치는 “구본홍은 물러가라”는 소리와 수십 명의 취재진에 다소 놀란 기색을 보인 뒤 7시25분 급히 자리를 떴다. 그러나 노조는 물리적으로 출근을 저지하지는 않았다.
구 사장이 YTN 후문에 도착했을 당시, 간부 10여명과 안전요원들이 구 사장을 지켰으며, 노종면 지부장과 일부 노조원들만 구 사장 주변에 손팻말을 들고 있었을 뿐, 대다수 노조원들은 건물 안에서 “구본홍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출근을 저지하지 않았다.
YTN노조는 당초 구 사장이 후문에 도착하면 길을 터준 뒤 지난 16일 구 사장과 사장실에서 진행했던 ‘보도국장 임명에 관한 토론’을 이어갈 방침이었으나, 2분여 만에 구 사장이 돌아가는 바람에 무산됐다. 대다수의 노조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YTN노조 “출근 영접하려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돌아가”
구 사장이 출근을 포기하고 돌아간 뒤, YTN노조는 17층 사장실 앞에서 ‘어세오세요’ 라는 문구를 바닥에 붙인 채 아침 집회를 이어갔다.
노 지부장은 “회사 쪽에 사장실 점거 농성을 풀었다고 이야기했고, 출근을 막지 않았는데도 구본홍씨가 돌아갔다”며 “우리들은 출근을 저지한 것이 아니라 출근을 영접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동안 서서 움직이지 않기에 ‘기자들을 상대로 포토타임을 갖는구나’ 생각했는데, 바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YTN노조는 이날 오전 중으로 보도국장으로 임명된 정영근 취재부국장과 만나 대화를 통해 선거로 인한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 지부장은 “구본홍씨가 이 사태를 풀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게 오늘 아침 상황으로 확인된만큼 논의 대상에서 배제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이 사태를 책임질 사람은 정 부국장이므로 대화를 제의해 최대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YTN 사옥 주변에는 전경 버스 6대가 배치되고 경찰차가 주변을 도는 등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노조가 사장실 점거 농성을 풀고 구 사장이 출근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상황은 충돌없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