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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북 바람몰이’에 장단 맞춘 KBS[뉴스비평] 청와대 개입설 무시, 뒷북 사례 전달 열심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4.12 13:18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KBS의 북한 보도는 꾸준히 ‘많이’ 나왔다. 4·13 총선을 앞둔 요즘은 정점을 찍었다. 언론·법조·학계·시민사회 등 26개 단체가 모인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고 지적되는 문제가 바로 KBS의 ‘북풍 보도’지만, KBS는 아랑곳하지 않고 관련 소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스피커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내내 KBS 메인뉴스 <뉴스9>를 달궜던 주제는 ‘이번에도’ 북한이었다. 타사보다 북한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KBS는, 북한 해외 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 이탈한 것을 매우 자세히, 충실히 보도했다. 4월 8일~10일 3일 간 보도량만 18건에 달해, 같은 기간 다른 지상파 2사 보도량(MBC 7건, SBS 6건)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는 같은 기간 <뉴스9>에서 나간 총선 보도량(16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4월 8일 KBS <뉴스9> 보도

KBS <뉴스9>는 8일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출과 국내 입국 소식 등 북한 뉴스를 7꼭지나 배치했다. “북한 해외식당 종사원이 한꺼번에 집단 탈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앵커 멘트,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라는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인터뷰와 “자유를 찾아서 귀순한 것”이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인터뷰, “이번 탈북사태는 대북 제재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기자 멘트까지… 기기승전결이 확실한 보도였다.

같은 날 <뉴스9>는 ‘12년 만에 최대 규모 입국’을 강조하며 집단 탈북 사례를 짚어보고 북한 해외 식당이 북한 노동당에 상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급격히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점 등 ‘북한 주민 이탈’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북한 해외 식당의 외화벌이 실태는 사실 두 달 전 KBS의 집중 보도를 통해 처음 의제화됐다”는 점도 기자 멘트를 통해 강조했다. 이밖에도 국적 세탁한 북한 선박 관련국들이 해당 배 등록을 모두 취소했다는 점, 북한 대남 기구에서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했다는 점,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계획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 등 다양한 내용이 보도됐다.

9일~10일도 마찬가지였다. 9일에는 <탈북자는 中 저장성 닝보 류경식당 종업원>이라는 단독보도를 시작으로 6꼭지를, 10일에는 <“中 닝보 류경식당, 北 종업원 18~20명 있었다”>는 단독보도를 포함해 5꼭지를 전했다. ‘이례적인 집단 이탈’을 다루는 동시에, 끊이지 않는 북한의 위협도 놓치지 않고 보도했다. 대륙 간 탄도 미사일 ICBM 발사에 필요한 고출력 새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받고, 왜 이 사실을 공개했는지 의도와 의미를 분석했다.

4월 9일 KBS <뉴스9> 보도

10일 <뉴스9>는 북한 주민들의 이탈을 한 편의 영화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앵커&리포트] 007영화처럼…北 종업원 ‘치밀한 탈출’> 리포트는 중국 저장성 닝보~동남아시아 제3국~국내 입국이라는 북한 이탈 주민들의 이동 경로와, 이탈에 성공하기 위해 했던 위장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던 우리 정부는 동남아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극비리에 관련국 정부를 설득했다. 그리고 이틀만인 지난 7일, 제3국에 머물고 있던 북한 식당종업원들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라는 배경 설명 이후에는 “13명의 목숨을 건 탈출과 신속하고 안전한 국내 입국 뒤에는 긴박한 극비 외교전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정부 칭찬이 뒤따랐다.

11일에는 지난해 탈북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북한 대남공작 부서 정찰총국 대령 사례를 보도했다. <뉴스9>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앞서, 북한의 대남공작 부서인 정찰총국의 '대좌' 한 명이 지난해 망명해 국내 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의 대령급으로 탈북자 가운데 군 출신으로선 최고위급”이라며 “국방부와 통일부 등 관계 부처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동시에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해에 들어와 있는 정찰총국 관계자의 사례를 왜 총선을 이틀 앞둔 시기에 정부 부처에서 확인해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탈북 사례 공개를 둘러싼 일부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신변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사항에 대해선 발표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덧붙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북한 소식을 3건, SBS <8뉴스>는 4건 보도했다.

청와대 ‘기획’에 충실히 발맞춘 KBS

한겨레는 11일 오전, <‘집단 탈북 긴급발표’ 청와대가 지시했다>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가 4·13 총선을 닷새 앞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탈북민과 북쪽에 남은 가족 등의 신변안전을 위해 탈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온 관례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으나 묵살됐다”고 단독보도했다.

한겨레는 “실제 이번 통일부 대변인의 집단 탈북 관련 기자회견은 예정에도 없었고 30분 전 기자단에 공지됐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이 7일 이뤄진 데 이어 바로 다음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라며 “통상 탈북자가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면 해외공관 등에 임시 수용한 뒤 입국시키고, 입국 뒤에는 국가정보원 등의 합동신문을 거쳐 탈북민으로 보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엔 이런 과정이 대부분 생략된 채 집단 탈북 사실만 먼저 공개됐다”면서 “집단 탈북 사건 공개를 신호탄으로, 정부 부처들은 휴일에도 일제히 ‘강력한 대북제재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보수 표심을 자극하는 홍보에 적극 나섰다”고 지적했다.

KBS는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3일 간 북한 보도에 열과 성을 다했다. 양으로 타사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취재력도 빛났다. 해당 식당이 어디인지, 탈북하지 않고 남아 있는 식당 종업원이 몇 명인지까지 ‘단독’이란 이름을 걸고 나왔다. 적극적인 ‘북한 보도’는 KBS 역시 보도국의 의지와 판단만 있다면 한 가지 이슈를 이렇게 자세히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타사가 ‘북한 이탈 사례 공개’가 청와대 기획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도, 이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이미 지난해 들어와 있는 정찰총국 관계자의 사례를 전했다.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지휘한 ‘북풍몰이’는 <뉴스9> 속에서 그저 ‘논란’이라는 단어로 간편히 대체됐고, “당사자들의 신변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자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사항”이라는 앞뒤 안 맞는 정부 해명이 그대로 나갔다.

4월 11일 KBS <뉴스9> 보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의 정수영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총선을 앞두고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물량이 많은 건 물론일뿐더러 방송 배치 순서도 다른 지상파, 종편이 중후반대에 둘 아이템을 유독 톱 보도로 내는 사례가 상당히 여러 차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9>가 백화점식 배열 방식에서 한 테마 아래 블록을 만들어 3~4꼭지씩 보도하는 쪽으로 포맷을 바꾸었는데, 유독 북한 블록을 많이 넣고 있다”며 “소재가 뭐든 뉴스가치가 높으면 비중을 많이 두고 (시간을) 할애하는 데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타사에 비해 KBS가 유독 북한 위협을 강조하는 보도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역시 가장 나쁜 총선보도를 하고 있는 곳으로 KBS를 꼽으며 “선거보도 자체는 조금 덜 나쁠 수도 있지만 북풍몰이에 몰두하는 행태가 굉장히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보도량, 보도 순서도 문제지만 왜 이게 KBS 메인뉴스에서 보도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발언까지 KBS가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남북 경색을 강조하고 (우리가) 북의 위협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시켜 오히려 국민을 안보 불감증에 빠지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한 <지상파 3사 노조 공추위 간사 합동 토론>에서 이 같은 ‘지적’과 ‘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KBS는 다시금 가열찬 ‘북풍 보도’를 선보였다. 11일 한겨레의 ‘청와대 기획’ 보도 이후, 새 노조는 성명을 내어 “이러한 문제제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KBS뉴스는 청와대 혹은 정부, 여당의 선거개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집단 탈출, 입국’ 사건의 발표와 관련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KBS가 적극적으로 취재, 조사하여 메인뉴스 등 보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KBS가 청와대 혹은 여당의 선거 전술에 맞춰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11일 <뉴스9>는 청와대 ‘기획’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는커녕, 정부의 ‘탈북 사례 공개 및 선전’을 정당화시키는 기조의 보도를 통해 KBS의 보도 역시 합리화시키는 길을 택했다.

4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간 KBS, MBC, SBS 메인뉴스에 나온 북한/총선 보도량 비교표 (표=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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