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시즌제의 길은 험난하다. 애청자들의 시즌3에 대한 열망을 접어둔 채 <뱀파이어 검사>는 시즌2를 끝으로 <뱀파이어 탐정>에 그 바통을 넘겨준다. <뱀파이어 검사>를 이끌었던 이승훈 피디는 2년여의 준비 끝에 3월 27일 또 하나의 뱀파이어물 <뱀파이어 탐정>으로 돌아왔다.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했던 지상파 드라마 <블러드(2015)>나 <오렌지 마말레이드(2015)>는 주인공들의 어설픈 연기와 그보다 더 공감하기 힘들었던 '뱀파이어'라는 이국적 소재를 융화치 못한 채 졸작으로 마무리되었고,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밤을 걷는 선비(2015)> 역시 사극과 흡혈귀라는 이질적 융합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저조한 시청률로 마무리되었다. 마치 2015년이 '뱀파이어'의 해라도 되었던 듯 지상파 각 방송사들이 '뱀파이어물'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지상파에서는 무리였는지 아니면 의도에 걸맞은 내용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그저 '붐'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장르물로서 뱀파이어물의 전통

OCN 새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2012년 방영된 OCN <뱀파이어 검사 시즌2>

장르물을 꾸준히 제작해온 OCN의 경우, 이미 2011년 <뱀파이어 검사>를 통해 매력적인 뱀파이어물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뱀파이어'라는 이국적 캐릭터를 설득해내지 못한 지상파 드라마들과 달리, <뱀파이어 검사>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뱀파이어'가 된 검사 민태연(연정훈 분)을 통해 그 개연성의 늪을 피해간다. 거기에 어설픈 사랑 이야기나 뱀파이어 종족에 발목 잡히지 않고, 타인의 피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범죄 수사물'로서 그 장르물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미드' 등을 통해 뱀파이어 장르물에 익숙해진 애청자 층을 확보해 나갔다.

하지만 시즌2의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 민태연 본인의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에 천착하면서, 범죄 수사물로서의 통쾌함 대신 얽히고설킨 악연의 고리에 드라마 자체가 빠져들고 말았다. 시즌이 거듭되며 이야기의 밀도가 더해져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이 자충수가 되어 <뱀파이어 검사>가 가졌던 수사물로서의 장점을 잠식해 들어가고 만 것이다.

그런 시즌2의 지지부진했던 비극성을 탈피하기 위해서였을까. <뱀파이어 검사> 제작진은 시즌3 대신 <뱀파이어 탐정>이라는 새로운 뱀파이어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30대의 민태연 검사보다 젊은, 20대 윤산(이준 분)을 내세워 드라마에 젊은 피를 수혈한다. 또한 '검사'라는 공적 신분에서 보다 자유로운 타칭 흥신소, 자칭 탐정 사무소를 배경으로 '공권력과 법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변이다.

다르고도 같은 <뱀파이어 탐정>과 <뱀파이어 검사>

OCN 새 일요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하지만 검사에서 탐정으로 돌아온 <뱀파이어 탐정>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1회 대번에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자 윤산. 하지만 그는 역시나 민태연처럼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뱀파이어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뱀파이어 검사>의 형사 황순범(이원종 분)처럼 약방의 감초 같은 용구형(오정세 분)이 파트너로서 함께한다. 여성 파트너도 빠뜨릴 수 없다. 미모가 뛰어나지만 그 어떤 남자 저리가라 할 배포를 가진 검사 유정인(이영아 분)처럼, 검사는 아니지만 검사 못지않은 야생의 능력을 가진 한겨울(이세영 분)이 합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애인의 총에 맞아 과도한 운동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된 윤산. 눈앞에서 애인의 죽음을 목격했던 그의 트라우마는, 이제 1회 그녀의 목걸이를 한 의문의 여성으로 인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건에 뛰어드는 계기가 되고, 그의 파트너가 되는 한겨울 역시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오빠의 죽음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동생의 실종과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무리를 쫓던 민태연의 개인사 못지않은 구구절절한 개인사가 '탐정물' <뱀파이어 탐정>의 또 다른 복선이 된다.

법과 공권력에서 자유로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물이면서 동시에 <뱀파이어 검사>처럼 뱀파이어의 검은 조직을 상대로 한 끈질긴 싸움이 역시나 이번에도 <뱀파이어 탐정>의 굵직한 줄기가 될 듯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뱀파이어 탐정>은 <뱀파이어 검사>의 다른 버전이라 할만하다. 시즌을 예견하기엔 섣부르지만, 장르물의 원조로서 OCN의 뱀파이어물이 순항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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