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지’를 자처하는 중앙일보의 조작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중앙일보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단순자료를 ‘보고서’로 둔갑시켜 “방송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2만6천개 창출된다”며 자신들의 방송진출 욕망을 뻔뻔스럽게 드러내고, 재벌방송/조중동 방송의 폐해를 지적한 김주하 앵커의 인터뷰까지 왜곡하고 나섰다. 중앙일보의 ‘조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 ‘미 쇠고기’ 연출에서부터 김주하 인터뷰 조작까지 = 중앙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인스닷컴은 4일 MBC노조의 김주하 앵커 인터뷰를 내보냈다. MBC와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앙일보가 어쩐 일로 재벌방송/조중동 방송의 폐해를 지적한 김주하 앵커의 인터뷰를 보도한 것일까.

▲ 4일 밤 9시경, 조인스닷컴은 김주하 앵커 인터뷰의 제목을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 인정하지만…”>으로 내보냈다

▲ 하지만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제목이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라면…”>으로 뜬다
의문은 쉽게 풀린다. 조인스닷컴은 해당 인터뷰를 인용보도하는 대신, 제휴사로 추정되는 뉴스엔의 기사를 걸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하다. 제목이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 인정하지만…”>이다. 이 제목만 보면 마치 MBC 간판 앵커인 김주하 아나운서가 조중동의 ‘밥그릇 싸움’ 논리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앵커가 지난 4일 언론노조 MBC본부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론 현재 언론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많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지금 MBC가 주축이 되어서 투쟁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해서도 MBC가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만약 저희가 우리 밥그릇 하나 챙기려고 한다면 이렇게 당당히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거에요. 그리고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앞에 걸고 나설 수도 없을 거에요.

물론 현재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기 때문에 MBC가 일부 소수 재벌, 신문사에 넘어가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쉽게 공감하시지 못하실 거에요. 만약에 이 법이 통과되어서 MBC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일부 재벌과 언론사에 소유가 되어 있다면 당연히 지금과 같은 보도는 나올 수가 없어요.

우리는 일부 언론사나 다른 재벌의 입이 되서 그들의 이해관계에 맞춰서 보도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진실된 보도는 당연히 가려질 것이고...엊그저께 있었던 모 방송사의 있어서는 안될 행위들...기억하실텐데 정말로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과 현재 상황이 다른 모습을 우리가 보도할 수 밖에 없다면 우리는 언론이 아니죠. 우리는 그냥 일부 언론사나 재벌의 하수인일 뿐이죠. 우리는 그냥 직장인으로서의 기자일 뿐이에요.”

요약하자면, 김 앵커는 MBC가 민영화될 경우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자, ‘밥그릇 싸움’이라는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의 시선을 ‘반박’한 것이다. 친정부 방송을 하고 있다는 눈초리를 받고 있는 KBS를 거론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의 폐해를 지적한 김주하 앵커의 말의 본령은 쏙 뺀 채, 그동안 조중동 논리인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를 문맥을 비튼 제목으로 의도적으로 왜곡한 셈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생각해도 왜곡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정작 제목은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라면…”>이다.

▲ 5일 오후 3시, 조인스닷컴 김주하 앵커 인터뷰 제목이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 인정하지만…”>에서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 라면…”>으로 바뀌었다
‘인정하지만’과 ‘라면’의 차이는 엄연히 다르다. ‘인정하지만’은 ‘밥그릇 싸움’에 대한 수긍이 되지만, ‘라면’은 ‘밥그릇 챙기기’를 부정하고 뒤에 생략된 ‘우리 밥그릇 하나 챙기려고 한다면 이렇게 당당히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에 대한 긍정이 되니 말이다. 김주하 인터뷰 내용이 한 단어 차이로 엄청난 간극을 건너 중앙일보식 논리로 재단된 셈이다.

이 기사는 조인스닷컴의 첫 페이지에 오랫동안 걸려 있었고, 사이트 내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포털에도 이 제목으로 송고돼 시민들의 인식 속에서 공공성을 위한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MBC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로 폄하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비판의 목소리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인지, 5일 오후 3시 현재, 첫 페이지 제목마저 <김주하 “MBC노조, 밥그릇챙기기라면…” >으로 슬며시 바꿔놓았다.

중앙일보의 비슷한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만 해도 중앙일보는 2건이나 ‘대형 사고’를 쳤다.

중앙일보는 중국 ‘baidu.com’이라는, 포털사이트에 떠도는 스위스 제네바 사진을 2008년 2월 14일 1면에서 ‘중국 사진’이라며 내보낸 바 있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진은 후난 지역에 내린 폭설이 얼어붙은 모습”이라며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은 얼음조각이 됐고 나뭇가지에는 호수에서 날린 물기가 얼어붙어 칼날 같은 얼음 잎을 달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는 ‘중국 baidu.com’ 이다. 이는 주류언론을 자처하는 중앙일보가 한낱 포털사이트에 떠도는 사진을 출처 확인도 없이 1면에 내걸면서 망신을 산 사건이었다.

▲ 2008년 2월 14일 1면에서 실린 ‘꽁꽁 언 중국’ 사진

▲ 기자가 일반시민으로 둔갑한 것으로 드러난 중앙일보 7월5일자 사진.
촛불정국 당시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중앙일보는 미 쇠고기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을 그토록 잠재우고 싶었던지 2008년 7월, 자사 기자를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는 손님으로 연출하는 ‘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7월 5일 9면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고 사진설명을 했으나 ‘음식점을 찾은 손님’은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와 대학생 인턴 기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체불명 보고서 근거로 “방송법 통과되면 일자리 2만6000개” = 중앙일보는 2008년 12월 31일자 1면 <“개정된 방송법 통과.시행되면 일자리 2만6000개 새로 생겨”>에서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미디어 개혁법안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방송의 소유·겸영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 시행될 경우 2만6000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됐다”며 “방송산업 자체로는 1조5600억원의 시장 창출 효과를, 기타 분야엔 2조9400억여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BC의 취재결과 해당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보고서는커녕 엄밀한 조사나 분석 과정도 거치지 않은 단순 자료 수준”이라며 “다른 요건들을 좀더 추가적으로 고려하거나, 만약 또다른 작업을 한다 그러면 당연히 그런 예측은 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중앙일보는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 보다 ‘의견’ ‘입장’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데 탁월한 셈이다. 이것이 주류언론을 자처하는 중앙일보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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