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이버가 TV 마다 광고를 엄청나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내가 원하는 정보만을 첫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슬림한 화면 개편. 뭐가 그리 변했기에 이 난리일까-하고 들여다보니... 예전부터 얘기나왔던, 오픈캐스트와 뉴스캐스트 중심의 화면변화더군요.

조금 살펴보다, 이거 뭐가 대단한 거야? 하는 생각이 들다가, 조금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이버는 원하는 것을 다 얻었고, 일반 사용자들은 어쩌면 다양한 정보를 뺏길지도 모를 상황이 되었으며, 언론사들의 포탈 종속은 심해질 것 같습니다. 뭐, 앞으로 포털 종속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긴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네이버가 얻은 것

이번 개편에서 네이버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간단히 말해 "포털 미디어 논란"에서 탈피 + "광고 영역 확장" + "사용자 노동"입니다. 우선 예전 화면을 한번 볼까요?

▲ 출처_김중태 문화연구원

그리고 바뀐 화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떻게 변했는지 보이시죠? 전체적으로 정보가 줄었고, 광고가 커졌습니다. -_-; 게다가 왼쪽 상단, 주목도가 높은 쪽에서부터, 예전보다 크고 길어진 광고가 보이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콘텐츠가 줄어든 덕분에 깔끔한 느낌이 나고, 그래서 광고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오른쪽 광고도 로그인창 바로 아래라서 더 잘보이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전 아직 네이버 1면 광고에서 이런 모습 못봤는데, 개편이후 마우스 클릭하면 이런 광고도 보게됩니다.

이 전면 광고 보고 나름 놀랐습니다. :) 네이버급의 대형 포털에서, 이렇게 전면광고(비록 클릭해야 열리지만) 하는 경우는 최근엔 보지못했거든요. 뭐랄까... 상단도 그렇고 우측단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광고비가 꽤나 올라갔을 것 같은데요. -_-;


뉴스 캐스트와 미디어 논란 탈피

이번 다음 개편의 또 하나의 강조점은 네이버 자체 편집의 제거-입니다. 일단 상단 광고 바로 밑에 속보가 한줄 실리고, 바로 밑 핵심창에 자신이 원하는 언론사의 기사, 또는 랜덤하게 언론사의 기사가 실리게 되어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는 전문지 포함 42개 언론사. 그리고 대부분의 기사는, 기사를 전송한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바로 링크되게 되어 있습니다. (지디넷을 비롯한 몇몇 언론사 제외)

사실 그 동안 포털의 의제 설정이 바로 이 "1면 기사의 선정과 배치"와 "인기기사 목록"을 통해 이뤄졌던 것을 감안해 보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는 최대 7개, 선택하지 않은 경우 42개 언론사 가운데 '매거진/지역'과 '전문지/영자지' 카테고리의 9개 언론사를 제외한 33개 언론사 페이지가 랜덤으로 뜨며, 약간의 시간을 두고 한번에 7개 언론사의 페이지가 교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재미삼아 103번 정도 리로드 하면서 첫번째 나오는 언론사를 조사해 봤는데... 가장 많이 나온 것은 일간 스포츠(7번), 그 다음은 전자신문(6번)과 노컷뉴스(5번), 머니투데이(5번), 오마이뉴스(5번) 그 다음은 해럴드경제(4번), 파이낸셜뉴스(4번)이고 나머지는 모두 3번 이하였습니다. 한겨레, KBS, 경향신문, 아시아경제, 코리안타임즈, MBN 등은 1번씩 밖에 안나왔네요.

사실 100번중 한번이어도 무시무시한 것이, 네이버 하루 이용자 숫자가 1700만명 정도 되니, 백중 하나여도 170만번 정도는 노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네이버 뉴스-에 직접 들어가서 보지 않는, 그러니까 검색이랑 1면만 보는 몇몇 이용자들에게는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연성 뉴스가 많았다지만, 그래도 예전 네이버 1면이 형식상 종합보도-의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네이버는 선택한 언론사에 따라 연성 뉴스만 볼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여러가지 사건을 종합해서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국회 앞 점거를 풀기로 한 속보는 다음에서는 바로 올라온 반면, 네이버에선 몇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예로, 제가 관심있는 "국책 연구소, 사이버 모욕죄 위헌소지"라는 글은 네이버 뉴스 메인에 들어가지 않으면 볼 수가 없습니다. (뭐, 다음 뉴스 메인에서도 볼 수가 없긴 합니다...)

결국 네이버는 포탈의 미디어 논란에서 빠져나오면서, 그리고 기사 댓글의 처치곤란함에서 벗어나면서, 다수 이용자들에겐 오히려 불편을 끼치고... 댓글을 통한 의사확인의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가지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절반정도는 뉴스 서비스를 포기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뭐, 그래도 광고비로 먹고 사는데 문제 없을 것 같지만...

반면 어뷰징의 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현재, 메인에 언론사별로 하나씩 등장하는 사진기사의 경우, 33개 사진 가운데 김태희가 5개, 기타 연예 관련 기사가 6개, 자동차 관련 기사가 5개..로, 총 16개(50%)가 연예와 자동차로 채워져 있네요. 예전 언론사 아웃링크할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점점 독자를 낚는 기사가 늘어나겠지요...

* ...이건 일종의 공익성을 포기한 거라, 편파편집이란 소리를 들을때와 마찬가지의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1년정도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입장에선.. 많이 회의적입니다.


오픈 캐스트, 성공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오픈 캐스트인데... 이것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현재 베타서비스로 운영되는 중인데도, 945개의 오픈 캐스트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캐스트는 네이버에서 발행하는 요즘뜨는 이야기, 감성지수, 생활의 발견..으로, 8천~9천명의 가입자를 자랑합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4천명 정도의 구독자 숫자로 뚝-떨어지고, 61명만 지나도 구독자수 1000명 미만으로 더 많이 떨어집니다.

네이버 말로는 지정하지 않을 경우 랜덤으로 노출된다는데.. 첫번째로 뜨는 것은 무조건 생활의 발견, 요즘뜨는 이야기, 감성지수 세가지중 하나입니다. 100번 정도 리로드하며 조사해 봤는데, 생활의 발견(31번), 요즘쓰는 이야기(36번), 감성지수(33번)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 자체 편집 캐스트가 주로 뜨고, 나머지는...(묵념)

물론 1000명이상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상위 50명 정도만 해도, 그 영향력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자그마한 메타블로그에서 보내주는 트래픽 정도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 제가 보기엔 이 시스템, 의도는 좋지만 이용자들의 노동력 착취-_-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 무엇보다, 운영자는 뼈빠지게 일을 하는데 그에 합당한 댓가가 전혀 없어요.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영향력을 얻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도 전혀 없고. 그냥 일만 한다고 할까요...

...사실 블로그도 그리 다르진 않지만, 여기에는 최소한 '소통'이 있고, 글쓴이의 '정체성'이 있어요. 파란의 뉴스인사이트를 운영할때도, 최소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이건 오픈 캐스트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데.. 대체 어떤 장점이 있나요? ... 아직 장/단점을 평가내리기엔 많이 이른 느낌도 있긴 하지만요-

광고 수익만을 남기고 모든 것을 버리다

까놓고 말해서, 왜 이랬는 지는 이해가지만... 네이버 1면은, 광고 수익만을 남기고 나머지 것들을 버렸다-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보기엔요. :) 네이버의 이번 개편은, 결국 1면을 아이구글 같은 개인화 페이지로 만들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대신 다른 개인화 페이지처럼 자유로움을 주지 않고, 신문은 42개중에서 7개만, RSS는 오픈캐스터란 중간 필터링을 거쳐서 보여주는 셈입니다.

중간 필터링을 거치는 바람에 나름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무엇을 보여줄지는 중간 필터링 하는 사람들이 결정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나오게될 문제가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질 컨텐츠고, 의제 설정 문제에 대한 책임 전환이며, 버리게된 문제가 일종의 공익성입니다.

... 어떤 면에선,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모델이기도 하겠네요. 이런 포탈 첫화면 생전 처음 봤습니다. 개인화 페이지야 예전부터 제공해주는 거지만... 이렇게 자유도가 없는 개인화 페이지는 정말 처음이네요. 이런 것이 한국식일 수는 있지만.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겠지만... 몇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불행히도, 오픈 캐스트는 성공하지 못할겁니다. 지금 같은 시스템이라면, 오픈캐스트는 네이버가 내세울 알리바이 역할에 불과해요.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네이버에서 제공해주는 정보에만 의존할 것이며, 굳이 오픈 캐스트를 선택해서 정보를 받아볼 사람들은 많이 봐줘서 100만명 안쪽일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근거없이 10만명 안쪽일거라 감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뉴스캐스트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몇몇 언론사들은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좋아할 일이 아녜요. 네이버 1면을 33개 신문사에서 나눠갖으니 처음에는 잘된 것처럼 보이죠? 결과적으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숫자 자체가 줄어버릴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야 트래픽 늘어나니 희망을 가지겠지만, 어딘가에서 "요즘 네이버 메인 재미없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끝장인 겁니다. 트래픽 사라지는 거 잠깐이라구요.

... 네이버야 앞으로 있을 대부분의 논란에서 도망갈 구석이 생겼으니 행복하겠지만. 언론사닷컴들은 스스로 어뷰징에 대한 욕구를 참고, 원활한 토론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전보다도 양질의 기사를 뱉어내지 않는 이상... 몇년안에, 스포츠 신문들 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구요.

그나저나... 정말 앞으로, 네이버 메인 재미없어지게 생겼군요. 그렇다고 네이버만 이용해오던 사람들의 습관이 변화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