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박계동 정국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의 오만과 박력을 보건대, 그가 조만간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맥주를 뿌리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06년, 자리 배정에 불만 있다며 민주화 운동의 오랜 선배였던 이재정 평통 부의장에게 맥주를 끼얹는 사회 부적응 행동을 보여줬던 그이다. 조만간 역시, 민주화 운동의 선배인 원혜영 의원을 향해서 국회 로텐더홀에 자리잡은 것에 불만 있다면 맥주를 투척할 그를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여의도통신
어제(4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야당 의원들을 향해 노발대성(怒發大聲)을 터뜨렸다.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의 행동이 특수침입죄에 해당 된단다. 특수침입죄는 아마도 특수주거침입죄를 줄여서 말한 것일 테다. 야당 의원들의 행동이 무리를 지어 위협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남의 주택, 선박, 건물 따위에 침입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는 말이다.

85개의 법안에 대한 직권 상정이 김형오 국회의장의 몫이라면, 이에 앞서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법안에 대한 직권 해석은 자신의 몫임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더 이상 민의의 전당,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 존중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곳이 국회 사무총장의 주택이기 때문에 무리를 짓거나, 침입하면 안 되는 것이다. 참고로, 주거침입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여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여도 소송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말이다.

백번 양보하여, 박계동 사무총장의 노발대성이 국회의 관리인으로서의 표현이었다고 해도 그의 오만방자한 죄질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위치를 관리인으로 생각한다면, 그 건물의 주인은 누구인가? 바로, 그가 끌어낸 국회의원들이다. 세상천지 어느 관리인이 주인이 제 집에 앉아 있는데 특수침입죄를 떠들어대고, 경위와 방호원을 동원하여 끌어내는가? 그것은 그의 사회적 신분을 고려할 때, ‘역성행동(易姓行動)’일 뿐이다.

몇 달 전 18대 국회 첫 국감 기간에 박계동 사무총장은 ‘세계의회사무총장회의’ 참석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고 미국과 스위스 등으로 외유를 다녀왔다. ‘세계의회사무총장회의’를 갔다고 하니 나들이라고까지 하면 섭섭하겠지만, 상식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해외여행이었다.

그가 국회의 주인이건 관리인이건, 국감은 국회의 1년 일정 중에도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국감 기간에 국회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것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견찰’처럼 움직이고 있는 국회 공보실의 당시 해명이 아주 걸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통상 국감 기간 동안에는 국회 본청이 아닌 외부 일정이 많아 평상시 의정 활동 지원에 바빴던 부서별로 돌아가며 하루나 이틀 정도 연찬회를 열었다”고 했다. 참담했었다. 뭐랄까. 싹수가 노란 윗물 두고 아랫물 싹수만 나무랄 수는 없지 싶었다.

각설하고, 주인이건 관리인이건 간에 그만큼 국회에 머물기에 부적절한 사람도 드물다. 앞서 말한 맥주 투척 사건 외에도 술집 여종업원을 성추행하는 동영상 등 유독 기괴한 구설수들로 한나라당 공천에서조차 탈락했던 그였다. 음주 국회, 추행 국회라는 수치스런 칭호를 여러 개 갖고 있던 지난 17대 국회에서 그는 악덕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악의 축’이었다. 요새 유행하는 속된 말로 나무라자면, 국회의원이란 ‘똥덩어리’였다.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릴 틈도 없어 무지막지하게 떨어졌던 낙하산 무더기에 가려, 어찌해 볼 방법도 찾지 못했던 숱한 자리 가운데 하나였다. 경이로운 것은 그 숱한 ‘똥덩어리’들이 어쩜 모두 하나같이 충성심 강한 문제적 ‘돌쇠’들이냐 하는 것이다. 시대의 역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계동의 꼴을 보며, 시대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들의 마음에도 복은 찾아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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