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였다. 보신각 타종 현장에 대한 KBS의 영상조작까지 ‘좌우 이념대립’과 ‘진보-보수 대리전’으로 몰고 가는 조중동의 저열한 수법에 놀아나기 싫어서였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가상광고’(virtual advertisement)를 반대해온 주요한 이유가, 있지도 않은데 마치 있는 것처럼 시청자를 오도할 수 있는 가상광고의 ‘실재 왜곡 효과’ 때문이었음을 안다면, KBS가 얼마나 무서운 짓을 저질렀는지는 상식적인 판단의 문제에 속한다.

상식이 진보-보수 대리전으로 둔갑하는 이 ‘더러운’ 현실에서, ‘뉴라이트’와 기꺼이 싸움을 벌이고자 한다. 뉴라이트가 ‘조중동 뉴스-재벌방송’ 실현을 위해, 여론 다양성 압살을 위해 ‘돈 자랑’에 나섰기 때문이다.

비판에 앞서 나는 뉴라이트라는 용어를 편의상 사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그들의 실체는 극우 수구세력에 변절해 투항한 1980년대 운동권 일부와, 동전만 넣으면 척척 상품을 토해내는 ‘자동판매기’ 정도로 시장을 생각하는 ‘얼치기 시장 만능주의자’들, 식민사관에 경도된 일부 사학자들의 ‘잡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 조선시대와 견줘보면, 일본 제국주의 지배의 말단 하부기구와 같은 ‘반민주 끄나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잡종의 배양에 비옥한 자양분을 제공한 장본인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다.

▲ 2일자 조중동 1면에 실린 뉴라이트의 한나라당 법안 지지 광고
지난 1월2일 수구족벌신문 ‘조중동’ 1면 하단을 장식한 이들의 ‘돈 자랑’ 내용을 요약하면, ‘한나라당 7대 언론악법 통과시켜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조중동 뉴스-재벌방송’ 출현을 가로막고 있는 MBC와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조중동이, 삼성이, 현대가, 엘지가, 에스케이가, 케이티 등이 방송뉴스를 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건 황당하다 못해 거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 논리)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실업자 양산이다

자기들 나름의 고민이 녹아있는 그럴 듯한 논리라도 내세우면 봐줄 만도 하다. 그런데 정부 쪽 흘러간 옛 노래, 그것도 업그레이드 되지도 않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7대 언론악법이 신규 일자리 21만1000개를 창출해 낸다는 게 그것이다.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뉴라이트는 알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 9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 국정감사에 대비해 통신사업자들 ‘손목’을 마구 비틀었다. ‘일자리 늘리기’ 대책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이었다. 그래서 통신 분야에서 20만개, 방송 분야에서 9천여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급조된 내용이 국회에 보고됐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게 21만개란 일자리 수치다. 책상 위에서 마련됐으니 언제까지 창출한다는 얘기가 단 한 마디도 없다.

상식과 현실에 비춰볼 때, 방송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9천여개 늘어난다는 것도 난센스다.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다.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아마도 수천명이 거리에 나앉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미 지역 지상파방송들에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중동 뉴스-재벌 방송’이 출현하면, 조중동 편집국을 활용해야 하니 방송사 보도국 인력을 축소할 것이다. 이건 ‘원소스-멀티유스’라는 당신들의 논리에서 나오는 상식이다. 500여명 되는 전체 지상파방송 송출 업무 노동자들의 상당수도 잘릴 것이다. 이건 송출공사 어쩌구 저쩌구 하는 정권 쪽 논리에서 나오는 상식이다. 정권과 족벌수구세력이 마녀사냥의 표적으로 삼아온 ‘피디 저널리즘’에 헌신해온 프로듀서의 상당수도 길거리로 내몰릴 위험성이 높다. 그뿐인가. 조중동의 ‘결합판매’와 불공정거래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조중동이 아닌 나머지 신문업계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해고의 운명에 놓인다.

일자리가 늘어날 곳은 유일하게 IPTV 분야뿐이다. 하지만 IPTV의 성장은 케이블의 축소다. IPTV의 일자리 창출은 케이블의 일자리 상실이다. 왜? IPTV와 케이블은 서로 ‘윈윈’ 할 수 없는 경쟁관계,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PTV와 케이블에서 일자리 창출은 ‘제로섬’(영합)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9천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여지는 없다. 그런데 난데없이 2만6천개란 수치가 또 튀어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문하는 내용을 충실히 납품받아 생산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7대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방송 분야에서 2만6천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중앙일보>가 지난 1월1일 보도했다. 9천여개에서 껑충 뛰어 2만6천개란다. 일자리로만 보면 7대 언론악법은 우리나라 방송산업 규모를 졸지에 3배 가까이 키우는 ‘요술지팡이’다. 7대 언론악법이 손오공의 여의봉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중앙일보 하는 말이 “구체적 산업분석 효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단다. 참 어처구니없다. 언론이 “주목”하는 곳인가. 주목할 시간 있거든 ‘검증’해라. 우리한테는 자료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으니 너희들이 자료 받아서 검증해 보란 말이다.

여론집중방지 장치 없애려는 나라는 한국뿐

뉴라이트는 20% 소유제한이 있으니 지상파 방송 장악 아니라고 주장한다. 야당의 ‘흑색선전’이란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간악한 건지 현명한 네티즌들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내 생각엔 간악함의 산물이다. 삼성이나 현대, 엘지, SK 등이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총수일가의 지분이 얼마인지 안다면 이런 소리를 못한다. 채 5%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SBS에서 5% 정도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20%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컨소시엄 구성하면 20%가 40% 되고 60% 되고 80% 된다. 하물며 49%까지 소유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말할 것도 없다. 뉴라이트에도 언론학자들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흑색선전’이란 개념, 이럴 때 사용하는 게 아니다. 출처와 전달 내용 모두가 허위일 때가 바로 흑색선전이다. 따라서 ‘흑색선전’하는 장본인은 야당과 MBC가 아니라 바로 뉴라이트 자신이다.

기축년에도 ‘신문-방송 교차소유 금지는 OECD 30개국 중 대한민국뿐’이라고 주장하면 ‘지나가던 소도 웃는다’. OECD 홈페이지에서 ‘media & cross-ownership'이란 단어 치고 국가별 보고서를 찾아봐라. 숱하게 많은 나라들이 제 나라 현실에 맞게 여론집중방지 장치 규정을 두고 있다. 오히려 여론집중방지 장치를 한나라당처럼 무제한으로 풀려고 하는 나라가 오히려 한 곳도 없다. 경제 회복 염원하는 것과, 무뇌아처럼 왜곡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수준이 다른 문제다. 전자가 ‘애국’의 수준이라면, 후자는 국경의 범위를 떠나 전 세계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반인류적 행위다.

뉴라이트는 ‘MBC 평균연봉 1억원, 밥그릇 싸움’이라고 맹비난한다. MBC 구성원들이 이렇게 받는다고 치자. 그래도, 남의 밥그릇을 약탈해서 1억원 가까이 버는 ‘조중동’보다 열배 백배는 낫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 조중동은 ‘범죄집단’이다. 발행부수 뻥튀기 해서 전단지 가격 몇 배로 튀겨서 유통업자들에게 사기 쳐서 약탈하고, 불법 경품과 무가지 뿌려서 동료 신문업자들 약탈하고, 그렇게 해서 조중동 구성원들이 1억원 가까이 받는 게 현실이다. 같은 1억원이라도 구성하는 족보가 다르는 걸 뉴라이트는 모를 것이다. 아니 알아도 외면하겠지. 지금까지 당신들을 한껏 키워준 ‘조중동’을 대놓고 비난할 용기라도 있겠어.

뉴라이트는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국민은 바보가 아닌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간악한 건지 네티즌들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겠지만, 이 역시 간악함의 산물로 보인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맞다.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경제 회복의 염원을 모두가 안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60% 이상의 국민이 ‘조중동 뉴스-재벌방송’은 안 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국민을 정권과 한나라당은 바보 취급을 하고 있다. 왜? 당신들 뉴라이트 원로들한테 그 이유를 물어봐! 여전히 지금이 1940년대와 50년대인 듯이 초현실을 살고 있는 그 원로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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