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중동의 MBC파업에 대한 비판은 논리로서도 ‘오류’ 그 자체였다.

“공영방송이면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 뉴스데스크는 공영방송인 MBC에서 하는 것이다. 고로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 이것이 오늘자 <조선일보>가 MBC 파업을 비판하고자 문제 삼은 방식이다. 조선일보는 오늘자 신문에서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KBS와 MBC·SBS 등 3개 방송사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주간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 ‘공영 외친 MBC’가 6주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 12월 31일 조선일보 6면 기사 캡처
그렇다면 과연 조선일보의 이 삼단논법은 참일까? 한마디로 오류다. 왜냐하면 “공영방송이면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되레 공영방송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맞다. 시간과 돈은 많이 들지만 의미있는 콘텐츠들을 만들고,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적은 ‘정치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그런 측면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가지고 MBC파업을 비판하려 든 조선일보의 꼼수는 가상하나, 대전제의 오류이다.

그렇다면 MBC는 공영방송으로써 자기 역할을 스스로 잘해왔는가. 그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지난 10월 ‘방송평가’에서 MBC는 방송의 공영성과 관련된 ‘어린이 편성’, ‘장애인 편성’, ‘재난 방송’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에 전부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MBC가 조선일보에서 제기한 공영성 관련 방송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면 이는 마땅히 비판받을 지점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니 ‘민영화’하라는 말은 얼토당토 않다. 공영방송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잘 하도록 요구하는 게 순리다. 그것을 ‘민영화’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 역시 “12월 한 달간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 ‘뉴스데스크’의 평일 시청률은 6.9~9.7%로, KBS ‘뉴스9’(18.7~22.8%)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시청자들이 MBC 대신 KBS뉴스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대가 달라 일률적 비교는 어렵지만 SBS ‘8뉴스’와의 경쟁에서도 밀렸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의 말을 통해 “공정함과 신속함이라는 뉴스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편파성을 보여온 ‘뉴스데스크’가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외면해서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다.

그동안 조중동은 “무조건 ‘파업’은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더라도 파업이 가지는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자 중앙일보의 MBC파업 비판은 이해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는 공장에서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생산량은 떨어졌는데 판매량이 늘어난다면 그것이야 말로 노동자들의 파업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MBC 노동자들이 파업한다. 제작거부까지 들어갔다. 때문에 뉴스의 양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예능프로그램이 재방송으로 대체 편성된다는 이야기들도 들린다. 이것이 MBC 파업이 가지는 영향이다.

▲ 12월 31일 중앙일보 5면기사 캡처
중앙일보는 ‘Q&A로 본 MBC노조 파업 진실’ 편도 준비했다. 자문자답으로 이뤄진 중앙일보의 절규가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중앙일보의 자문자답에 맞춰 새로운 답을 적어봤다.

Q(중앙일보) : 왜 논란 많은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하는가.
A(중앙일보) : 이번 법안은 미디어가 언론과 산업의 양축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공영 영역은 더 키우고, 나머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도약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 이번 법안은 미디어의 산업적 측면만을 강조한 데 그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 미디어 법안에 공공 영역을 지키고자 한다고 선전하지만 미디어 내용에는 공영성을 위한 어떠한 장치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Q(중앙일보) : 왜 ‘밥그릇 지키기 투쟁’ 얘기가 나오는가.
A(중앙일보) : 평균 임금이 1억1400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지상파엔 아무도 새로 들어올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니 ‘밥그릇 투쟁’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 평균임금이 1억1400만원이란 근거는 미약하다. 아이러니하게 30일자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MBC 노조 ‘연봉 1억원? 완벽한 궤변이고 허위사실’”이란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서 박성제 MBC노조위원장은 “제가 16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제 연봉이 1억이 안된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는 논리 역시 아니다.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기업 및 사유화 개념의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는데 제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Q(중앙일보) : 한나라당은 MBC 민영화를 추진하는가.
A(중앙일보) : MBC 민영화 방안은 이번 법안을 만들면서 전혀 거론되지 않은 문제다.
-> 동아일보 12월24일자 1면을 보면 “한나라당 미디어특위에서 공영방송법을 제정하기로 했다”며 “공영방송의 경우 광고수입이 전체 재원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나머지 80%로 운영하도록 했다”고 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한 “이 경우 MBC는 민영으로 갈 수밖에 없어 ‘1공영-다민영’체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민영화는 이번 법안에만 빠져있을 뿐 수순임이 분명하다.

Q(중앙일보) : 이번 법안은 메이저 신문 3사(조중동)에 특혜를 주는 것인가.
A(중앙일보) :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며 메이저 신문 역시 지상파 시장에 들어갈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다... MBC는 유독 ‘조중동 방송’이란 용어를 써가며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또한 조중동이 방송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에서 착목되고 있다. 이 지문에서도 중앙일보는 ‘방송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고만 했다.

▲ 12월 31일 동아일보 8면 기사 캡처
Q(중앙일보) : 정부는 왜 MBC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는가.
A(중앙일보) :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전형적인 정책 반대 파업이기 때문이다.
-> 정책 반대 파업이 불법이라면 이번 언론노조의 파업은 ‘불법파업’이 맞다. 그렇다면 되묻는다. 왜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을 해서는 안 되는가. 왜 그것은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낙인 찍혀야 하는가. 모든 국민에게는 저항할 권리가 있다.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의 30일자의 내용은 그대로 가져와 “1988년 첫 파업 때 ‘민영화’ 주장했던 MBC노조가 이번에는 ‘민영화 반대’ 머리띠를 찼다”며 비판했다. 당시와 현재의 언론환경이 다르다는 것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상황에 따라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다른데도, 이를 혼동해서 생기는 우연·원칙혼동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조중동은 지금까지 스스로는 메이저 신문으로 일컬었다. 또한 신문을 보면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도 지속적으로 선전해왔다. 그렇다면 적어도 스스로의 논리에는 맞는 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닐는지. 조중동의 오늘 신문은 대입 낙제점이다. 그러니 이것들을 도대체 어디에다 써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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