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두 신문 경영진의 심정은? 누구보다 열심히 ‘조중동 뉴스-재벌방송’의 위험성과 폐해를 보도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과 같은 보도태도에서 좀 더 나아가면 ‘장갑 끼고 링 위에 올라가 싸우는 건 한겨레나 경향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일부 언론학자들의 비판을 받게 된다고 우려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의 떡’처럼 방송 미디어를 소유할 수 없는 자신의 자본력 한계를 통탄하고 있을 수도 있다.

▲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 ⓒ한겨레
단언할 수 있다. ‘조중동 뉴스-재벌방송’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한 사망선고다. 왜? 오프라인에 대한 조중동의 지배력은 지금보다 몇 배나 더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로 ‘결합 판매’를 통해서다.

조중동과 재벌이 손잡고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했다고 치자. 케이블의 가장 비싼 채널 구성 상품이 월 1만5천원 수준이다. 신문의 월 구독료는 1만5천원이다. 조중동이 둘을 합쳐 ‘결합판매’ 한다. 종합편성채널이 포함된 채널 구성 상품에 가입하면 조중동 구독권을 싸게 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월 2만원에 케이블 시청과 조중동 구독을 해결하세요!’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여기에다 불법 경품과 무가지까지 결합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오프라인에 대한 완벽한 지배와 통제가 가능하다. 감소하던 조중동의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는 빠른 속도로 다시 회복될 것이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그에 비례해 쪼그라들 것이다. 아니 지역신문들까지 철저히 쪼그라들 것이다. 왜? 종합편성채널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이 가장 분노하고 싸워야 할 지점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삭감한 정권의 더러운 사기와 약속의 배반이 아니라, 조중동의 방송 미디어 소유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조중동을 제외한 모든 신문의 생존권 문제이고, 신문시장의 여론 다양성 붕괴 문제이다.

통신산업에서 벌어지는 ‘결합상품’ 전쟁을 생각해 보면, 그 가공할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채널이 많아지면 여론 다양성이 늘어난다고 세치 혀를 놀리는 조중동에 제대로 맞서려면, ‘조중동 뉴스-재벌방송'은 신문시장의 여론 다양성을 완벽하게 축소시킬 것임을 적극 알려야 한다. 당신들의 생존권, 당신들의 밥그릇 문제임을 처절하게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이 사태의 엄중함을 당신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더 간절히 호소하는 길이다.

▲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미디어스
이 정권은 재벌과 조중동을 ‘짝짓기’ 하는 작업을 이미 착실히 진행해 왔다. MBC, KBS2, SBS를 누구에게 줄지 중매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재벌들조차 매우 부담스러워한다고 한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종합편성채널에 먼저 진출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과 중앙일보는 필생의 숙원인 KBS2를 다시 소유할 것이다. 삼성은 MBC에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있는 한 그건 매우 어렵다. ‘저쪽 동네’의 문법에 따르면, ‘박근혜와 홍석현은 잠재적 라이벌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SBS 탄생의 보이지 않는 산파 구실을 했던 조선일보는 SBS와 ‘짝짓기’를 선택할 것이다.

진심으로 당부한다. MBC를 포함한 방송처럼 싸우라! 7대 언론악법과 사회불안법들에 대한 집중조명으로 지면을 제작하고, 나머지는 제작을 중단해야 한다. MBC를 비롯해 싸우는 방송들의 관련 보도를 실시간으로 당신의 웹사이트에서 동시에 중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존권이 걸린 디지털 파업에 이런 정도의 자세가 아니면 당신들은 죽는다. 아니 지금도 불법 경품과 무가지가 난무하는 신문시장에서 죽은 당신들은 ‘부관참시’ 당한다.

끝으로 평소 생각을 수정해야 될 것 같다. 여론 다양성과 밥그릇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 ‘조중동 뉴스-재벌방송’은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의 밥그릇 문제이고, 여론 다양성 문제이며, 민주주의 문제다. 언론노동자, 아니 당신들 사원들의 밥그릇과 당신들의 독자인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제 신문 경영진들이 떨쳐 일어설 때가 됐다. 지금 못일어서면 당신들은 ‘부관참시’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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