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천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 개정 시도를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거세고 차가운 여의도의 칼바람도 시민들의 촛불을 꺼트리지는 못했다.
30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언론장악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언론노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에 “조중동 방송은 국가재앙방송” “재벌방송은 한나라당 방송”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언론 관련법 개정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29일 MBC노조 사무실에서 처음 결성된 MBC노래패 ‘노래 사랑’은 결성된 지 20시간 만에 처음 오른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흥을 돋우는 등 촛불문화제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처음처럼’ 등의 노래와 함께 율동을 했으며, 시민들은 이에 크게 호응했다. 이들은 “재벌과 족벌신문에 MBC를 넘기려 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함께 하자”고 시민들을 향해 호소했다.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을 160여일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YTN노조원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YTN 정애숙 앵커를 비롯한 노조원들로 구성된 YTN 노래패도 ‘광야에서’ ‘처음처럼’ ‘아침이슬’ 등을 불러 시민들은 노래에 맞춰 촛불을 함께 흔들었다. 정애숙 앵커는 “급조된 노래패”라고 소개한 뒤 “추운 날씨에 손도 얼고 발도 얼었지만 마음만은 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TN 장아영 기자를 포함한 3명의 노조원으로 구성돼 YTN 촛불문화제 때마다 큰 호응을 얻은 ‘장아영과 아이들’도 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을 보도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MBC <PD수첩> 이춘근 PD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몰상식”한 정부를 비난했다.
이 PD는 <PD수첩> 수사를 맡은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검사의 사표 소식을 전하며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로,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기소하거나 재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검찰 수뇌부와 청와대가 <PD수첩> 제작진들을 잡아야 촛불을 잡을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이명박 정부는 가장 강력한 기재인 교육과 언론을 통제해 우리들의 생각을 지배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자발적인 동력을 막고, 나아가 폭력을 통해서라도 지배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홍 위원은 “지금 언론 민주화를 위한 싸움은 방송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70년대 운동가요 ‘바람가’를 시민들과 함께 불렀다.
촛불문화제 중간 중간 사회를 보는 김정근 전종환 MBC 아나운서들은 국회에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긴급하게 시민들을 향해 알렸다. 국회 안에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었다는 등 새로운 소식이 알려질 때 시민들은 “언론장악 획책하는 한나라당 해체하라”라고 외치며 한나라당의 무리한 법안 상정 움직임을 규탄했다.
한나라당이 언론 관련법 개정안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늘 새벽 혹은 내일 안에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개정을 강행할 때, 오늘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의 밝은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