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지금껏 “MBC가 민영화되어야 한다”라며 그 이유도 여러가지로 가져다 붙여왔다. 30일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지금까지의 모든 논리들을 다 담아내며 그야말로 MBC 민영화에 올인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호들갑스러운 두 신문에 비하면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 조중동 사이에는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걸까. 조선일보의 ‘MBC민영화’ 포기선언?

중앙·동아, MBC 민영화에 애달고 조선은 ‘관전모드’

◇ 중앙일보에게 MBC 파업은 ‘임금 1억’, ‘불법파업’, ‘밥그릇 지키기’이며 ‘신방겸영, 뉴스 질 높아져’

중앙일보는 MBC노조 파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연평균 임금 1억 넘는 MBC, 기득권 지키려 소유구조 완화 반대”라고 맹공을 펼쳤다. 한나라당 미디어 전문가라고 소개된 진성호 의원은 “MBC 사원들은 지난해 후생복지비용을 포함해 1인당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며 “MBC가 주도하는 이번 파업은 시청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불법 행동”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또한 검찰과 경찰, 노동부는 29일 언론법 개정에 반대하는 전국언론노조 파업에 대해 “전형적인 불법 파업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하며 “방송시설 점거, 비조합원에 대한 폭행과 출입 저지 등 방송 제작, 편성, 송출을 방해하는 행위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역시 “신문·방송 겸영 땐 뉴스 질이 높아진다”는 의견을 가졌다며 설교까지 하고 있다. 이어 중앙일보는 “MBC 파업, 귀족 방송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라며 시민단체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가 말하는 ‘잇단 시민단체’는 미디어발전국민연합과 공정언론시민연대. 중앙일보도 머쓱했는지 이들에게 ‘보수단체’라는 토를 달았다.

▲ 12월 30일자 중앙일보 4면 캡처
◇동아일보에게 MBC 주장은 ‘허구’ VS 동아일보 주장은 ‘진실’(?)

동아일보는 ‘미디어법 관련 MBC 주장의 허구와 진실’ 편을 준비했다. 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MBC는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여론 다양성이 훼손된다고 말하지만 새 채널이 생기면 다양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MBC는 스스로 공영방송임을 강조하지만 광우병과 탄핵방송 때에는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방송법(개정안)에 지분 20%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음을 MBC가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MBC는 방송 공익성을 지키려 파업한다고 하지만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성 불법파업”일 뿐이라며,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의 말을 빌렸다.

동아일보는 이어 “MBC 민영화가 방송장악 음모”라고 이야기하지만 “1988년 파업 때는 MBC가 ‘민영화’를 주장했었다”고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MBC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선정적 방송이 많아진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재 MBC 방송제재는 민영방송보다 많다”고도 말했다. (전날 중앙일보 기사를 그대로 베낀 동아일보는 역시 ‘따라쟁이’!)

또한 공정언론시민연대는 “MBC가 미디어 관계법안을 다룬 뉴스, 시사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뉴스데스크’, ‘뉴스후’, ‘시사매거진 2580’이 민주당 측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며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고도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말을 빌려 MBC 수당-퇴직금 합산 평균연봉 1억1400만원이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 12월 30일자 동아일보 10면 캡처
◇조선일보는 언론노조 파업 ‘관리 모드’

조선일보는 만평을 통해 MBC 파업에 대해 ‘그들만을 위한 방송’이라며 “감정 살리고~ 컷!!”, “빨리 뉴스 내보내!!”라고 말풍선을 달아 비꼬고 있다.

또한 사설 ‘MBC 파업 길어지면 MBC 채널도 잊혀지게 될 것’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국민 입장에선 MBC가 파업했다 해서 불편한 건 하나도 없다. 신문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MBC 기득권 지키기의 정당성을 선전해대고 있긴 하지만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이다”라고 채널을 돌리라고 독촉하고 있다. 또한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질 것이다”라며 “이런 사태가 한 달 두 달 더 가면 국민 상당수는 MBC라는 공중파 채널이 있는지도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그런 뜻에서 MBC 파업은 자신들의 존재를 갉아먹는 자해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지금 MBC는 언론기관이 아니라 투쟁 이념을 버리지 못한 노조가 이끌어가는 해방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조선일보 지면에는 언론노조 파업이나 MBC 민영화와 관련한 별도의 기사가 전무했다. 야당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있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과 질서유지권 발동을 공언한 상태에서,신문법·방송법 개정안이 갈등의 꼭짓점에 놓인 것을 생각하면 조선일보의 지면은 완벽한 ‘딴전 부리기’다. 중앙·동아가 머쓱할 노릇 아닌가.

▲ 12월 30일자 조선일보 2면 조선만평 캡처

▲ 12월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캡처
중앙-동아일보의 MBC공격 모드 기가 차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오늘도 여전히 MBC민영화에 모든 것을 던졌다. 지금까지 신문방송겸영이 필요하다던 논리와 MBC가 민영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을 모두 한 면에 털어 넣었다. 이제 더 이상 반박할 여지도 없는 논리들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중앙일보는 “신문·방송 겸영 땐 뉴스 질이 높아진다”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장을 표현했다. 그렇게 씹어대던 MBC뉴스데스크 29일자 방송을 봤다면 이 따위 기사는 창피해서 쓰지도 않았을 것을. 뉴스데스크는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하는 데 긍정적인 사람들은 미국이 그렇다고 예를 든다”며 “미국에서 이를 두고 논란을 벌인 것까지는 맞지만 결론은 다르게 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뉴스데스크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작년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상위 20개 대도시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미국 의회, 상원의 반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방송사의 활성화 같은 공영성을 해치고 거대 미디어그룹의 언론 장악을 허용해 소외계층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당한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1년 동안 6개 대도시를 순회하며 수백 명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반대의견도 들었다”며 “밀실에서 추진해 방송계와 학계,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면서도, 한 달도 안 돼 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이명박) 정부, 여당의 태도와 다르다”고 보도했다.

결국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신문방송겸영 법안은 지난 5월 부결됐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보수 신문은 미국 거대 미디어 그룹의 상업적인 성공을 거론하며 대기업과 시문의 방송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조중동은 5월 부결 판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뉴스데스크는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의 방송법 개정안은 지분 20%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모두 풀어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번 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 상항선을 자산 규모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높였다. 이 일로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혀왔으나, 한나라당은 진입 규제를 전면 해제한 것이다. 20%의 조항은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도 지상파 방송의 주식이나 지분을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말이다.

동아일보는 또한 1988년 파업 할 때 MBC가 ‘민영화’를 주장했다고 이야기했다. 1988년이라고 한다면 87년 6월항쟁 이후 88년 노동자대투쟁이 진행됐던 때를 일컫는 것이겠다. 정치상황이 전혀 다른 데 그것을 예로 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땡전뉴스가 있었다. 그만큼 당시 언론은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독립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절규를 동아일보는 이런 식으로 한 순간에 짓밟아버렸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언론이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권력(자본권력)에도 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직면했고 그것이 MBC가 파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조선일보는 왜 관전했나

오늘자 조선일보는 한마디로 숨고르기였다.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비해 조선일보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역학관계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짧게 보지 않고 길게 보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평과 사설은 할애한 지면에 비해 파급력은 강했다. 사설은 국민들에게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MBC에서 채널을 돌리라고 독촉했고 MBC는 국민들에게 잊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조선일보의 주장이 옳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현재 MBC파업은 조선일보의 말처럼 ‘투쟁 이념을 버리지 못한 노조가 이끌어가는 해방구’가 아니다. 이것은 같은 사설 내에 “간부 사원인 뉴스데스크 앵커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90년대 파업할 때만 해도 파업 참가자와 시니어(간부)가 적대관계였지만 이젠 서로 이해하게 됐다. (이번 파업은) 다 같이 잘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한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MBC파업은 이제 MBC노조원만의 파업도, 전국언론노조만의 파업도 아닌 국민파업으로 거듭날 태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지 않았던가. 이것이 오늘자 조선일보가 사태를 관전한 이유다. 이미 촛불은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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