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측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실체가 없고 반대 가상 시나리오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인수합병으로 해고 위협을 느끼는 노동자들의 불안감만큼 구체적인 게 어디 있겠나. 남의 이야기하듯 하면 안 된다. SK텔레콤은 콘텐츠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가상시나리오다. 실체가 없다. 여쭙고 싶다. SK텔레콤이 미래부에 인수합병을 신청한 자료를 보고 공청회에 나와 계신 패널들이 있나. SK텔레콤이 진정 글로벌 기업을 추구한다면 제출한 서류를 먼저 공개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구체적인 토론이 가능한 게 아닌가. 그런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공청회를 여는 것은 옳지 않다. 미래부는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_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

위 발언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의 거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 주최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가 더케이호텔서울 금강A홀에서 열렸다. 정부의 허가 여부에 관한 사실상 마지막 의견수렴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간 공방은 더욱 치열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건이 허가되면 방송통신시장의 독과점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만 분명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SK텔레콤이 제출한 내용들은 비밀에 싸여 있고 미래부는 아직도 심사기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한 정부 주최 1·2차 공청회 모두 구체적인 내용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인수합병 허가를 염두에 두고 오로지 요식행위로만 공청회를 개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K텔레콤, “CJ헬로비전과의 M&A 무엇이 문제인지 실증 없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 주최로 가 더케이호텔서울 금강A홀에서 열렸다ⓒ미디어스

이날 SK텔레콤 이상헌 CR실장은 “이번 M&A로 시장 지배력이 고착화되고 경쟁붕괴가 될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 주장 어디에도 실체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해서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실증 없이 가상 시나리오와 주장만 되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이동통신시장의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점유율도 하락해 50% 밑으로 떨어져 있다”며 “축소되는 시장에서 지배력 얘기는 프로파간다이자 실체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CR실장은 “경쟁사들이 ‘결합상품’을 통한 가입자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면서 “결합상품은 모든 사업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아니라, KT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지배력 얘기는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의 의미를 보려면 경쟁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경쟁사(KT·LG유플러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경쟁을 회피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멀티플렉스를 통한 1000만 관객 동원 영화의 증가에 비유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SK텔레콤 이상헌 CR실장은 “지금의 한국 영화는 눈부신 성장 중”이라면서 “1000만 영화 17편 중 13편이 한국영화다. 어떻게 발전이 가능했는가.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양질의 영화콘텐츠 제작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영화산업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산업 성공사례에서 보듯 이번 M&A를 통해 대규모 플랫폼을 통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플로어에 있던 공공미디어연구소 정미정 팀장은 “한국 영화산업은 독과점이 고착화된 상태”라며 “영화 <검사외전>은 좌석점유율이 7~80%로 1000만 관객 한국영화 동원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건 강조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SK텔레콤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상헌 CR실장은 ‘방송다양성 훼손이라는 우려’에 대해 “케이블과 IPTV를 함께 운영하면서 콘텐츠 투자를 통해 N스크린과 양방향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할 것이다. 지역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해 지역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금인상 우려’도 부인했다.

공청회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패널들의 요구는 간명했다. 미래부가 급하게 허가를 결정할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면밀한 검토를 거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반대 패널들, “시장지배력 키우기…당장 허가 결정 안돼”

성공회대 최영묵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이유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 확대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상식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며 “몸집을 불린다고 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결합판매를 통한 독점력 강화로 시장지배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최영묵 교수는 “지난해 11월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통합방송법이 의결됐다”면서 “그 후, SK텔레콤이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법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자체를 통합방송법 처리 이후 논의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담배값 인상을 예로 “인상 예정일 이전부터 소비자들에게 담배 판매를 제한했다. 이번 건에 대입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SK텔레콤 측에서는 축소되는 시장에서 지배력을 늘어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고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지배력이 늘어나는 건 명확하다. 축소되는 시장에 왜 들어오려고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두 사업자의 시장집중도를 고려했을 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통합방송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협회 조성동 연구위원 또한 “빠르게 결정할 게 아니라, 1년 이상 바라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정규직 말고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불안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SK텔레콤 측에서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SK텔레콤은 토론을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케이블사업자들의 연쇄 인수합병 또한 우려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SK텔레콤 이상헌 CR실장은 앞서 ‘멀티플렉스 비유’에 대한 지적에 대해 “우리가 하려는 게 뭔지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차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민사회의 ‘계획서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개할 것”이라면서도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 그걸 다 오픈하면 영업비밀을 오픈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비공개)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