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던 양승오 박사에 ‘허위사실 유포’ 사실이 인정돼 1심에서 1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법원의 이 판결은 박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예측됐던 결과다. 새누리당 전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하며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이후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주신 씨는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MRI 공개신검을 받았다. 병무청은 해당 MRI 사진이 주신 씨의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박주신 씨의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허위사실 유포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듯 병무청과 검찰, 법원 모두 병역기피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이다. 그렇게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기피 의혹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MBC의 활약으로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은 다시 한 번 불거졌다. 2015년 9월이었다. MBC <뉴스데스크>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이미 일단락 된 문제를 갖고 박주신 씨를 고발했다는 ‘새로운 내용 한 줄’ 포함된 리포트였다. 그 한 줄 이외에 병무청과 검찰, 법원에서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다는 것 이상의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 9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이걸 계기로 양승오 박사가 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MRI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는 MBC 뉴스에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촬영한 박주신 씨의 MRI 사진이 “20대가 아닌 40대 남성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MBC는 이를 보도하면서 박원순 시장의 반론을 전하지 않았다. 양승오 박사의 병역 기피 의혹 제기가 병무청, 검찰, 법원으로부터 어떤 판단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않았다. 양승오 박사의 의혹 제기만 반복 되풀이됐을 뿐이다.

MBC는 “(의혹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지만, 오히려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은 지상파 그리고 공영방송 MBC 보도가 스스로 확산시켰다고 보는 편이 옳다. MBC 보도 이후 보수매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의혹 보도가 반복돼 퍼져나갔고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또 다시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국민을 대신해 박근혜 정권을 감시하고 문제제기 할 시간이 허비됐다.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양승오 박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과 함께 잊지 말아야할 대목이다.

MBC의 태도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MBC 보도국 오정환 취재센터장(부국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제기된 ‘공정성’ 위반 지적에 대해 “기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몰아갔다. 뿐만 아니다. 오정환 센터장은 “보도가 잘못이라고 판정한다면 저희는 이미 위축돼 있는 상황인데 중압감이 더 커질 것”이라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사회적 논란과 비용이 커지고 있는데 박주신 씨가 귀국해 법정 MRI를 안 찍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인에 대한 비판과 언론의 자유 뒤에 숨어버린 것이다. 공인에 대한 비판이 모든 것에 대한 허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MBC 보도를 ‘흠집내기’로 판단할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시종일관 “대한민국 기자가 이런 식의 보도도 못한다면 도대체 뭘 보도하라는 겁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다른 법조인들을 통해 들은 얘기”라면서 양승오 박사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세브란스 병원에 주신 씨가 들어가서 찍은 것은 2시 18분이다. 그런데, MRI에는 2시에 찍힌 걸로 나왔다. 그리고 그 직전 뒷문으로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들어가는 사람이 CCTV 화면에 찍혔다”고 주장했다. ‘석회화’와 ‘아말감 치료 치아’ 등을 꼽으며 양승오 박사의 주장을 근거로 MBC <뉴스데스크>를 ‘심의’를 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이고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로 나올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면 재판 과정에서 이런 의혹들이 제기가 되고 있고 문제가 많아요. 박 시장은 그러죠.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절대 재판에 안 내보내겠다고 합니다. …(중략)…민원인은 양측 당사자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고 그러는데 이 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사가 기소한 겁니다. 검사 대 피고인이 사건입니다. 형사사건입니다. 당사자의 얘기를 들으려면 박원순 시장 측의 얘기를 들을 게 아니라 검사의 얘기를 들어봐야겠죠. 그런 검찰 측의 주장을 듣지 않은 문제는 조금 있다고 보이고 큰 틀에서 잘못된 게 있다면 그겁니다”

“진짜 박주신이 공개법정에 나와서 정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자기네들끼리 이루어진, 공개신검이라고 해봐야 몇 명이 모여서 연세 세브란스병원 MRI, 방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의 방에 들어가서 찍은 겁니다. 그 방에서 찍은 건지 옆방에서 찍은 걸 올린 건지 지금 그게 의혹의 포인트입니다. 사실상 공개신검이 아니라는 겁니다…(중략)…떳떳하다면 아들을 법정에 세우는 게, 그게 정도이죠”

“저는 이 재판이 참 이상한 희대의 재판이라고 보고요. 그에 대해서 거의 대다수가 보도가 안 되니까 대다수의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압니까? 1번(공군에 입대했을 때 찍었던 MRI), 3번 사진(영국 유학 직전에 찍은 사진)이…”

방통심의위는 MBC <뉴스데스크>에 행정지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그러나 의문이 남는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양승오 박사 주장을 근거로 심의한 것이라면 결과가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닌가. 위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 심의였다면 말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마저도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박 시장 아들 MRI에 대한 해석>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다른 영상의학 전문가들은 의심은 돼도 MRI·엑스선 사진만으로 해당 인물의 나이를 단정하거나 동일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승오 박사 등의)바꿔치기 시나리오대로라면 소속 병원이 다른 방사선사와 의료 영상 전산 시스템 전문가, 수년 째 디스크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바꿔치기 모델, 병역 비리 브로커 등이 지금까지 줄잡아 열 명 가까이 개입했고,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요즘 시대에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가 하는 상식적인 판단을 MBC 보도국은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양승오 박사 등에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벌금을 부과했다. 양승오 박사에 한하자면 거의 구형량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는 얘기다. 판결문에는 눈여겨볼 대목도 등장한다. 재판부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람이 관련 부분에서 전문가라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일반인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저 판결문의 내용을 MBC와 방통심의위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MBC와 방통심의위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또 갖춰야 할 기관이다. 때문에 이들의 보도와 결정은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를 돼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이라면 MBC <뉴스데스크>와 같은 리포트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방송심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면 MBC에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제기자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MBC와 방통심의위에는 누가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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