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파업 등 고강도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가 22일 확정, 최종 발표한 ‘양대 지침’이 오늘 시행되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이라고 표현한 양대 지침의 내용은 쉽게 말해 이렇다. 공정인사 지침은 징계해고 또는 정리해고만 있던 해고의 종류에 일반해고를 추가한 것인데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 능력이 낮거나 근무 성적이 부진해 동료에게 부담되는 경우”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취업규칙 지침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약을 없애고 “노조 동의 없어도 합리성을 따져 변경”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노동부는 양대 지침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각각 178쪽, 83쪽짜리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바로가기: 노동부 2016년 1월22일자 보도자료). 노동부는 양대 지침의 ‘기본방향’에 대해 △근로기준법, 고령자고용촉진법 등 관련 법률과 그간의 판례에서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요건과 절차를 충실히 반영 △정년 60세 도입이라는 큰 이익과 함께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도입하는 경우 최선을 다해서 협의를 해야 정당성이 인정되게 하여 일방적 도입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음 △전문가 간담회, 현장 노사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 노사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된 내용으로 마련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 해고’는 절대 없음을 분명히 했음 △노사가 자발적으로 정년 60세 시대에 대비하고 선진적 인력운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갈등과 불확실성을 예방하는 가이드 역할 등을 들었다.

이른바 ‘공정인사’ 지침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저성과자 해고 부분이다. 노동부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를 넣었다. 114 노동자에게 전주를 태우고 성과를 문제 삼아 해고하는 이른바 ‘학대해고’가 합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취업규칙’ 지침에서는 노동조합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문제다. 노동부는 회사가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따라” 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노동조합을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노동부는 노동계의 주장을 반박하지만, 지침이 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겨냥하고 있고 그 효과가 ‘쉬운 해고’와 ‘노조 무력화’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서고, 한국노총 또한 고강도 대응에 나선 이유다.

복기해 보자. 정부는 지난해 9월 노사정대타협 이후 세부내용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정부는 노동조합을 우회해 양대 지침을 강행했다. 지침 발표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론전에 열을 올렸다. 지침 발표 전 상황을 돌이켜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노동개혁’을 호소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재계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기업 중에 가장 먼저 얼굴을 드러내고 투표에 나선 것은 ‘삼성’이다. KBS, 연합뉴스 등 언론은 이를 도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대문에 서명운동 배너를 띄웠다. 대통령의 선동으로 20만명이 금세 모여 들었고, 노동부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침 발표와 시행을 강행했다.

정부의 목적은 2015년 여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사석에서 한 이야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그는 “꼭 관철해야 하는 목표는 2가지입니다. 첫째 호봉제 중심의 임금구조를 성과급체계로 바꾸고, 둘째 강성노조가 있는 현실에서 파견을 통한 대체근로를 자유롭게 해줘서 기업이 노조에 대항력을 갖추도록 해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과에 비례한 임금,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본질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 중 대다수가 ‘신입 채용’을 하지 않았다는 한국노총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구호가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노동은 이미 위기다. 한국의 기업은 양대 지침의 수준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KT와 두산인프라코어를 보라. 해고는 무자비한 ‘학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을 보라. 직원이 백혈병으로 죽어가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게 한국의 기업이다. 노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인 근로감독관도 자본의 동맹으로 포섭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학대해고와 임금삭감을 ‘합법화’ 했다. 양대 지침은 한국에서 노동조합을 지우려는 시도다. 오늘 공장을 멈추고 거리에 나올 노동자 시민의 싸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민중총궐기에 나온 10만여명의 시민들의 이야기를 무시했다. 그리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지침 정치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선거에 정신이 팔린 정치권을 통해 ‘거대한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 제조업에까지 파견법 허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기업들이 손쉽게 인수합병하고 사업재편을 할 수 있는 원샷법은 덤이다. 정부와 재계는 바로 지금 노동을 다시 한 번 옥죄기 위해 강하게 단결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선동에 내몰린 노동은 지금 벼랑 끝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쉬운 해고'가 아니라는 야바위적 설명만 반복하며 구조조정을 가속화 시킬 '원샷법'에 합의한 야당을 추켜세우기 바쁘다.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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