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카누연맹은 지난 18일 오후 법제상벌 및 선수 보호위원회를 열고 최근 후배 선수를 폭행한 한국체육대학교 소속 국가대표 선수 A의 폭력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 그에 대한 징계여부와 수위를 결정했다.

그 결과 카누연맹은 가해선수의 국가대표 선수지위를 박탈하고 자격정지 6개월을 부여함과 동시에, 자격정지 6개월이 만료된 날로부터 3년까지 국가대표에 발탁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해당 소속팀인 한국체대 카누팀 지도자에게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경고'의 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12일 대한카누연맹 등에 따르면, 한국체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카누 국가대표 A는 지난해 9월 학교 기숙사에서 같은 학교 1학년 선수를 선배에 대한 예의가 없다며 2시간 넘게 방 3곳에 끌고 다니며 폭행을 가했다. 또 피해 학생의 주장에 따르면, A는 피해 학생에게 노래를 시킨 뒤 노래가 틀리면 비비탄 총을 쏘는 등 상습적 폭행을 일삼았다.

카누연맹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 해 9월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미 사건 발생 한 달 뒤 사건 당사자의 학부모 사이에 원만한 합의와 합의금을 전달이 이뤄졌고,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피해선수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으며, 가해선수가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과 피해선수 측이 강력하게 가해선수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징계 결정 과정에 고려됐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위원회에서는 폭행과 관련해 구타의 횟수나 어느 부위로 때렸는지, '노래를 시키고 노래 가사가 틀리면 비비탄 총을 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피해선수와 가해선수, 목격자 등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됐다.

이에 카누연맹은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행위는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 같은 징계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카누연맹에서는 피해선수가 추가적인 피해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인권 보호 차원에서 향후 같은 행위로 위반한 선수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카누연맹 차원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조치는 마무리가 됐다.

이번 카누연맹의 조치는 그 징계 수위의 적절성을 떠나 지난해 9월에 벌어진 사건을 4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진상 파악을 하고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뒤늦은 조치라고 볼 수 있고, 그런 면에서 볼 때 유감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스포츠 현장에서의 폭력행위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조치이며, 이와 같은 조치가 이뤄지는 데 일조한 언론의 역할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제의 A라는 선수가 카누연맹으로부터 받은 징계가 카누선수로서 받은 징계라면, 이제 한국체대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학내에서 폭력사건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은 아직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체대 재학생간에 벌어진 폭행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학교 차원의 어떤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한국체대가 그동안 한국 스포츠 발전의 요람으로서 그 역할을 자임해왔다는 점에서도 학교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체대가 지난 2014년 소속 교수들이 연구논문 표절, 교수 임용 비리 의혹 등의 문제로 현재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볼 때 학교 안에서 벌어진 참담한 폭력사건에 대해 결코 눈 감아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최초로 보도됐을 때 한국체대의 반응은 다시 한 번 보는 이들을 실망시켰다. 한국체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모르지 않았으며 학교 차원에서 가해 학생에 대해 특별한 징계를 내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측이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데는 가해 학생이 졸업을 앞둔 4학년이라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가해학생이 4학년이기 때문에, 그리고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넘겨서는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폭행을 저지른 선수나 지도자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임을 예고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을 사용할 경우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다.

그만큼 정부도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는 폭력행위 문제를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체육대학 내에서 선후배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폭력적 위계질서 문화는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조차 학과 내에 ‘기강’이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상황이고, 그 기강을 위해 학내에서 선후배간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존재하고,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복종’을 강요하는 행태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체대는 말 그대로 학교다. 선수를 길러내는 역할과 함께 교육기관으로서 학문적인 책임 윤리적인 책임도 함께 부담하는 교육기관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체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이미 가해선수가 카누연맹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체대가 한국 스포츠 발전의 요람으로서 그 위상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이번 사안을 통해 학원 스포츠 폭력 추방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국체대가 스스로 위상에 어울리는 책임 있는 조치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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