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 오늘보다 내일 더 (나난)

▲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영상 캡처.
많은 이들에게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는 이제 거의 열광적 수준의 중독이다. “그까이거, 뉴스 30초만 보면 된다”는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오죽하면 클로징 멘트만 보러 사이트에 들어온다는 네티즌들의 고백이 있겠는가. 사실 KBS와 비교하면 MBC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님을 감안할 때 놀라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를 특별하게 하는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보자. 촛불정국의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는 일대 ‘파란’이었다. 처음 기억나는 날은 5월14일이다. 그날 박혜진 아나운서는 “새 정부가 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섬기는 정부에서 소통하는 정부로 강조점을 바꿨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신경민 앵커는 “‘섬기는’이란 말에 아침 일찍부터 바쁘기만 한 머슴이란 연상 이미지가 있었죠. 또 관청이 몸을 낮추면 좋아하기보다는 왜 이럴까 걱정이 많은 현실에서 볼 때, 새 슬로건이 좀 나아보입니다. 섬기건, 소통하건,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보고 어떤 자세로 어떻게 만나느냐가 더 중요할 겁니다. 쇠고기 파동을 푸는 열쇠도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받았다. 글로 전하니 아쉬울 뿐이다. 그 클로징 멘트를 듣고 봤을 때의 전율의 1/100도 전해지지가 않는다. 그 클로징 멘트 이후 주옥같은 박혜진 아나운서와 신경민 앵커는 만담의 대가인 서영춘과 백금녀를 잇는다는 평을 들었다.

이제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는 하나의 지울 수 없는 마크이다. 최근에는 탤런트 문근영의 선행이 색깔론으로 번지자 “이래가지고는 한국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악플러가 측은해 보입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요즘 인터넷 경제논란 미네르바로 시끄럽습니다. 찬반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방송까지 나왔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입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왜 강추하느냐’이다. 후보는 많았다. <무한도전>, <아프리카TV>, <PD수첩>, <칼라TV>, <YTN 돌발영상> 등은 정말이지 ‘쟁쟁한’이란 표현이 부족한 강적들이었다. 이런 후보들을 젖히고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를 2008 ‘강추’로 선정한 이유는… 바로, ‘기대’이다. 내일은 또 어떤 클로징 멘트를 던질까 하는 기대감 말이다. 더 잘했으면 좋겠고, 더 잘해야만 한다. 부탁한다. 2009년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비추] KBS 1라디오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아침에 행복할 권리를 찾습니다 (나난)

▲ ⓒ청와대 블로그(blog.naver.com/mb_nomics)
2008 방송가에서 최고 불량한 이슈는 압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다. 지난 10월13일부터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서 시작된 라디오 연설은 그 자체, 형식, 내용, 하여간 모든 면에서 논란 혹은 분란의 대상이다.

먼저, 그 라디오 연설은 시작부터 ‘불량’했다.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은 방송사 실무진과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방영 방침만 알리고 방송사에서 알아서 편성을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걸 언론학에선 방송사의 자율적 편성권 침해라고 부른다.

하.여.간 시작된 대통령 라디오 연설은 역시나 많은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1차 방송에서 “요즘 힘드시죠?”로 시작했던 연설은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미래는 밝다”로 그 낯뜨거움의 정점을 찍더니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과 ‘국내소비를 늘려줄 것’을 당부하며 끝났다. 첫 방송부터 이렇게 ‘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 수준의 이야기들로 점철됐고, 횟수를 거듭해도 여전하다. 지난 12월 1일 방송에서는 청년실업의 문제를 두고 “상황을 탓하면서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훈계까지 하고 계시다. 뭐랄까,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리고 계신다고나 할까.

물론, 일부 KBS 라디오PD 들은 ‘백척간두의 벼랑에 서서’라는 성명에서 “일방적 연설방송 격주 편성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역시 이명박 정부는 저항하는 이들의 뺨을 또 후려치셨다. 여당인 한나라당에게까지 편성시간을 배당했다.

<미디어스>는 2008 방송계 비추로 단연 압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뽑았다. 물론, 비추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몹시 이로울 정말 쟁쟁했던 후보들이 있었다. 이쯤 되면 ‘조중동 수첩’이었던 ‘PD수첩 사과방송’, ‘YTN 블랙투쟁 사과방송결정’, ‘KBS 시사투나잇 폐지’, 미네르바를 마피아(?)로 재구성한 ‘시사360’, ‘베이징올림픽 막말 중계방송’, 욕하며 본 드라마 ‘아현동 마님’ 등등이 후보에 올랐다. 또한 ‘국민과의 대화’도 후보에 올랐으나 ‘비추’에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아침에 행복할 권리를 빼앗은 그 정기적 편성 때문이었다.

경고문 :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은 국민에게 판매할 수 없습니다. 국민에게 이 방송을 억지로 듣게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 방송을 들으면 정신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경제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해롭습니다. 정신건강을 해치는 대통령 라디오연설, 그래도 들으시겠습니까?

◇ [스타] 추성훈, 예능과 그밖의 것들을 유독 빛낸 단 하나의 별 (완군)

▲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추성훈. 화면 캡처.
<개그콘서트>의 한민관이 일요일 밤마다 묻는다. “고로콤, 스타가 되고 싶냐?” 이제 솔직해지자. 나안~ 그의 명함 받고 싶을 뿐이고, 전화번호 알면 한가하단 문자라도 보내고 싶을 뿐이고, 우리 엄마도 나 텔레비전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할 뿐이다. 그렇다. 방송엔 정말 스타만 나온다. 여기서 잠깐, 앞의 문장을 안상태 버전으로 따라 읽은 당신에게 던지고픈 존재론적인 질문 하나. 스타가 방송에 나오는 것일까~요, 아님 방송이 스타를 만드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이다.(미안하다, 낡은 개그!) 그렇다면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방송이 스타를 많이 만든 한 해였다. 올해 만들어진 스타를 꼽자면 우선, ‘우리 결혼했어요’의 서인영이다. 쥬얼리의 존재감 부족한 No.2였던 그녀는 2008년을 경유하여 한국 팜므파탈사에 새로운 챕터를 한 장 새로 써버린 전 국민의 ‘신상녀’가 됐다. 이밖에도, 이천희(엉성천희), 박예진(달콤살벌), 이수근(운짱) 등 그저 그랬던 이들이 방송을 잘 만나 팔자 한 번 제대로 고치는 스타가 된 한 해였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모두… 그렇다. 예능 출신이다.

올해의 또하나의 경향을 꼽자면, 단연 예능 전성시대의 도래이다. 올해 방송은 한마디로 예능과 그밖의 것들로 요약된다. 올 내내 방송가는 무도, 우결, 패떳, 1박2일 등이 벌이는 절대 예능의 향연장이었다. 미안하다 재밌었다.

일상작파, 불철주야, 닥본사 미재본(닥치고 본방사, 미안하다 재방 본다)의 난시청 끝에 뽑았다. 올해 방송가 최고의 스타는 바로 ‘추성훈’이다. 추성훈이 올해 방송에 남긴 임팩트는 딱 한 프로그램뿐이었다. 그는 올 초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나왔다. 추성훈의 인간적 매력과 남성적 근사함을 극대화해냈던 그 프로그램 이후 그가 광고를 포함하여 국내에서 벌어들인 방송관련 수입이 총 3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혹시 ‘추성훈’이라는 알려진 이름값에 비해 30억이 많은 것이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으며 그 대부분의 시간을 방송에 바친 이효리가 방송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대략 40억원 정도라고 한다. 추성훈은 예능 한 편 출연한 이후의 부가 수익이다. 덤으로 추성훈은 소수만 알던 우락부락한 악당에서 전 국민이 아는 멋진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했다. 추성훈은 올 한 해 방송가를 지배한 예능의 힘을 가장 단적이고 극적으로 보여준 이다. 올해의 스타이다.

ps> 그래도 좀 미안해야 하나 완전 우리 맘 대로라서. 근데 이 예능의 시대는 마냥 웃어야 하는 거야, 차라리 울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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