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Mr. Maina Kiai)가 1월 20일 한국을 공식 방문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최근 한일 위안부 협상 무효를 촉구하며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했던 대학생들에 대해 경찰은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경찰의 집회 관리 기준은 ‘평화’가 아닌 ‘준법’”이라면서 ‘단속’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명백하게 국제적 기준에 위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인권기준들은 “합법적인 집회”가 아닌 “평화적인 집회”를 보장하고 있다.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마이나 키아이’ 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방한 즈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마이나 키아 유엔특보의 방한 의미와 한국 내 집회·결사의 자유 현황에 대한 문제점을 짚기 위해서였다. 마이나 키아 유엔특보는 2016년 1월 20일부터 29일 동안 한국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공식 방문 할 예정이다.

“유엔인권이사국으로서 국제적 평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UN에는 (이미)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존재하지만 집회와 결사의 문제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자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1년 설치가 됐다”며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상황이) 한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사회 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을 촉구해왔던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마이나 키아이’ 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방한 즈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미디어스
한국의 경우 UN 등 국제사회로부터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11년 UN 의사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최종보고서에서 “사실상의 (집회)허가제와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과도한 무력 진압·사법경찰관들의 책임 결여”, “집회의 명찰·식별 번호 등 신원 확인 불가능”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014년 UN 인권 옹호자 특별보고관은 경찰의 차벽에 대해 “(집회 참가자의 표현을)차단하는 효과가 있으며, 집회나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 “도심지역에서 (집회)참여를 보장해야”라고 지적했다. 2015년 UN 자유권 위원회 또한 집회에 대한 ‘허가제 운영’, ‘과도한 물리력 및 차벽 사용’, ‘주최·참여자들에 대한 벌금 부과 및 체포’, ‘공무원들의 결사 제약’, ‘해고자들의 노동조합 지위 불인정’ 등의 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황필규 변호사는 “UN 등 국제사회의 이 같은 권고에 대해 한국정부는 무시하거나 ‘극단적이고 과격한 일부 단체의 주장’이라고 주장한다”며 “아주 옛날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집회·결사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는 중이다. 마이나 키아 유엔특보의 방한은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필규 변호사는 “마이나 키아 유엔특보의 방한은 정부의 초청에 의한 공식적인 행사”라면서 “그런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을 다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당연히 최고책임자나 의사결정할 수 있는 담당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부의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일지에 대한)진정성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N의 보고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이 됐다”면서 “중요한 것은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틀이 아니다. 그동안의 유엔의 권고를 한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UN 등 국제사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의장국의 역할을 잘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제적 평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UN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언론보도’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황필규 변호사는 “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뭘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오만한 자세까지 보이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그런데, 메이저 언론들은 특별보고관들의 방한을 담합이라도 한 듯 외면하고 있다.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어떤 기사를 쓰느냐에 따라 정부가 조금이나마 권고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나 키아 유엔특보의 방한보고서는 오는 6월 보고가 될 텐데, 그때 회의를 주재하는 주체는 한국 정부”라면서 “언론들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제기준은 ‘평화집회’ 보장, 한국은 ‘적법집회’ 보장…그러니 정부비판 집회 불허”

기자간담회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집회·결사의 자유가 국제기준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집시법을 중심으로’를 발제한 박주민 공권력감시대응팀 변호사는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미주인권협약>, <유럽연합 기본권리헌장> 등 국제인권기준들은 모두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가 아니라 ‘평화적 집회’에 대한 보장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이는 집회·시위가 기본적으로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 하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행사라는 점에 대한 배려와 함께 합법적인 집회만을 보장했을 때, 법을 만들 수 있는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이 법이라는 틀에 의해 규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제기준과 달리 ‘적법한 집회’만을 보장하고 있다”며 “<집시법>의 경우, 허용 집회 범위가 좁을 뿐 아니라 허용 여부 또한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소녀상 근처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소환통보’ 등 처벌하겠다는 것 또한 법을 통해 자체적으로 집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중총궐기가 ‘폭력집회로의 변질’, ‘교통혼잡’ 등의 우려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평화로운 집회라면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집회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면서 정부비판적 집회에 대해 금지통보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2-현황과 문제를 중심으로’ 발제를 맡은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2013년 157건의 집회를 금지(2014년 1월~7월까지 199건)했다. 청와대 주변에 대한 집회 신고는 ‘전면금지’됐다. 2014년 1월~6월까지 집회·시위 관련 구속자는 1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6.7%(6명) 증가했다. 불구속 또한 1990명으로 74.1%(1143명) 늘었다.

랑희 활동가는 “국제기준에 따르면 미신고 집회라고 하더라도 평화롭게 진행된다면 합법으로 규정돼야 한다”며 “그렇지만 정부는 미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대상으로 볼 수 없는 1인시위(2인 이상)와 플래시몹, 퍼포먼스, 기자회견 또한 예외가 되지 못했다.

랑희 활동가는 △미신고집회 처벌, △집회금지통고 급증, △집회 참가자 연행 및 사법 처리 급증, △일반교통방해에 따른 집회의 자유 침해, △집회·시위를 봉쇄하는 차벽, △채증, △물포 및 최루액 사용, △익명의 경찰력 행사 및 불처불, △집회 주최자 혹은 참가자에 대한 민사소송, △집회 주최자들에 폭력시위 책임 지움, △청소년 집회 자유 제약, △장애인 집회 자유 침해, △성소수자들의 집회의 자유 침해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 노동자들의 단결권 보장돼 있나?”

‘결사의 자유-노동조합에 대한 권리’ 발제를 맡은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헌법은 자주적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 지나치게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10.3%(2014년 12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률은 2.2%)에 불과하다. 특히, 학습지 교사나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조설립에 제약을 받는다. 공무원들은 노조 가입이 제한돼있고, 소방공무원·교정공무원 등은 단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화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 반려 등도 노동권 침해 사례의 하나다. 철도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경우 ‘필수유지업무’로 규정돼 있어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파업을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노총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돼왔다. 류미경 국제국장은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에 맞서 반대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집회도 하고 파업도 했다”며 “그런 이유로 2015년 한 해에만 3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구속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민중총궐기로 인해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간부, 조합원 15명이 구속됐다. 어제 한 명이 체포돼 조사 중이고 또 한 명을 체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의 활동을 제약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 1월 기준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5~30개이며 청구액수는 1251억870만325원에 달했다. 조합원들의 통장 및 급여 가압류 액수는 179억 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NGO 지위 또한 후퇴되고 있었다. 참여연대 백가윤 간사는 “최근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려고 하는 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불허’ 사례가 보고된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무부로부터 ‘한쪽에 치우친 주제라 허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세월호416가족협의회 또한 해양수산부 측으로부터 ‘세월호특별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됐다는 설명이다.

백가윤 간사는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천만 원 이상을 모집하려는 자는 예외 없이 등록을 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사전 등록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정마을회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금했다는 이유로 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두 단체 모두 정부부처에 단체 등록을 요청했지만 담당 부처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단체 설립을 불허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유엔 측에 세월호 유가족(안산)과 발레오 노조(경주), 소수 정당 관계자 등 인권침해자들에 대한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다. 유엔특보의 구체적 방문 면담 일정은 오는 15일 발표된다. 마이나 키아 유엔특보 29일 출국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어 개괄적인 한국 내 집회·결사 자유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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